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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어느 좀도둑 가족을 통해 들여다본 현대 일본의 수치, 영화 <어느 가족> [리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감독 누구 좋아하냐고 물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만한 감독이라는 인정과 함께, 내가 그 감독을 좋아할 거라는 예상의 적중이 내포된 끄덕임이다. 고레에다의 영화들은 일상적이고 일관적이고 안정적이고 파격적이다.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건, 일본의 우익화를 극구 비판하는 그의 성향에 빗대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좋아하지만 많이 접하진 않았다. 아니, 그의 필모를 들여다볼 때 안 본 게 더 많으니 어디 가서 그의 영화를 잘 안다고 할 입장이 아니다. 물론 앞으로 그의 영화를 빠짐없이 섭렵하려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알 것 같다. 그리고 감히 다다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보기
속절없이 빠르게 지고 마는 청춘에 대한 찬미와 안타까움, 영화 <아웃사이더> [오래된 리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1970년대 미국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이다. 당시 , , , 을 연달아 내놓으며 그야말로 영화 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도 기획 제작했으니 뭘 더 말할 수 있으랴. 8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를 찍었지만 70년대만 못했다. 최근까지도 주로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왔고 괜찮은 작품이 적지 않다. 그의 영화 연출, 그 빛나는 재능은 비록 한때였지만 그 한때가 남긴 흔적이 영원할 것이기에 아쉬움은 적다. 여기 그의 1983년도 작품 가 있다. 아마도 코폴라 전성기 끝자락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성장소설 중 하나인 S. E. 힌턴의 1967년 소설 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굉.. 더보기
극장의 만남과 존재와 추억에 대해, 영화 <너와 극장에서> [리뷰]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아니, 사실 잘 가지 않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내가 진짜 보고 싶은 영화,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좋은 영화는 극장에 잘 걸리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곳의 원하는 시간에 말이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발품을 팔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몇 번 그렇게 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그곳엔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이나 벅참이 없었다. 극장엔 설렘이나 벅참을 동반한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오감만족하게 보여주는 곳이니까. 무엇보다 그곳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다. 공기에 퍼지는 공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난 극장을 잘 가지 않는다. 멀티플렉스는 더 이상 .. 더보기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언어 자서전 <문맹> [서평] 살아생전 스위스에 거주하며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했던 헝가리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우리나라엔 로 번역된 세 권의 시리즈 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이 세 권을 포함 9권의 책을 썼는데, 우리나라엔 이 세 권을 포함한 5권만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그녀 자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바, 그녀가 쓴 작품들에 그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삶이. 그녀는 어쩌다가 헝가리에서 스위스에 와 살게 되었고, 왜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가. 코스다운 코스를 밟아보지 못했을 것 같지 않은가. 2004년 그녀는 자전적 소설 을 내놓았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내놓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택한 것이다. 70대에 .. 더보기
공동체의 허위와 여성 삶의 본위를 폭로하다, 소설 <네 이웃의 식탁> [서평] 구병모 소설가의 나라에서 젊은 부부 대상으로 마련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편의 시설 하나 없는 고즈넉한 산속에 지은 열두 세대 규모의 작은 아파트로 깨끗하고 구조도 좋고 평수도 적당했다. 까다로운 입주 조건에 20여 종의 서류 항목을 갖추어야 했고, 경쟁률은 20:1에 달했다. 서류 항목엔 자필 서약서도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갈 유자녀 부부는 자녀를 최소 셋 이상 갖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효내가 보기에 공동이라는 이름이 유난히 강조되는 느낌이 큰 반면 실험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로 아이까지 돌보느라 너무 바빴다. 한편 요진은 홀로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약사인 육촌 언니가 차린 약국에서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교원은 집에서 전업주.. 더보기
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래된 리뷰] 스타워즈 시리즈에 온갖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영화'라는 걸 본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들인 , '마블' 등이 모두 영화 아닌 원작이 있는 반면 는 영화가 원조이다. 정도가 완벽한 원작 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 시리즈이다. 라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순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화 연구자의 필수코스인 미국의 비교신화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니 말이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연구 자체가 의 원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역사가 짧아 신화라고 할 것이 마땅치 않은 미국에게 선사한 현대 신화라고 할까. 미국은 를 시작으로 수많은 현대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개인.. 더보기
잊지 못할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등정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아내, 그리고 저 5명.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많이 가보지 않았기에 그냥저냥 가는 휴가보다 더 설레고 들떴죠. 하지만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습니다. 다름 아닌 3일째에 잡혀 있는 한라산 등반 때문이었죠. 산을 타는 데 두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높지 않으나마 산을 자주 다녔습니다. 한 번도 중간에서 퍼진 적은 없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수원의 처가 근처에 내려와 살게 된 후 언젠가 한번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광교산이라는 산에 함께 다녀온 후 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이후 2년 정도는 산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알고 보니 산을 어마어마하게 잘 타는 체력 좋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따라가겠다고 멋모르게 덤빈 .. 더보기
가족을 일깨우는, 으뜸 슈퍼히어로 영화 <인크레더블> [오래된 리뷰] 전 세계 영화판을 뒤흔들며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한 '슈퍼히어로', 1930년대 대공황 때 시대적 탈출구로서의 영웅으로 처음 만들어진 후 80년 동안 사랑받고 있다. 1970년대 후반의 슈퍼맨과 1980년대 후반의 배트맨이 크게 성공한 후 1990년대까지 슈퍼히어로는 DC가 책임졌다고 보면 되겠다. 2000년대 들어서 마블이 득세한다. 2000년대 초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2000년대 후반 아이언맨, 2010년대 어벤져스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매우 공고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슈퍼히어로도 부침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슈퍼히어로는 존재의 이유가 크게 있지 않았다. 주지했다시피 영웅은 혼란스러운 암흑기에 탄생한다. 1990..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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