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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언어 자서전 <문맹> [서평] 살아생전 스위스에 거주하며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했던 헝가리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우리나라엔 로 번역된 세 권의 시리즈 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이 세 권을 포함 9권의 책을 썼는데, 우리나라엔 이 세 권을 포함한 5권만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그녀 자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바, 그녀가 쓴 작품들에 그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삶이. 그녀는 어쩌다가 헝가리에서 스위스에 와 살게 되었고, 왜 프랑스어로 창작활동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가. 코스다운 코스를 밟아보지 못했을 것 같지 않은가. 2004년 그녀는 자전적 소설 을 내놓았다. 2000년대 들어 처음 내놓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택한 것이다. 70대에 .. 더보기
공동체의 허위와 여성 삶의 본위를 폭로하다, 소설 <네 이웃의 식탁> [서평] 구병모 소설가의 나라에서 젊은 부부 대상으로 마련한 꿈미래실험공동주택, 편의 시설 하나 없는 고즈넉한 산속에 지은 열두 세대 규모의 작은 아파트로 깨끗하고 구조도 좋고 평수도 적당했다. 까다로운 입주 조건에 20여 종의 서류 항목을 갖추어야 했고, 경쟁률은 20:1에 달했다. 서류 항목엔 자필 서약서도 있었는데, 이곳에 들어갈 유자녀 부부는 자녀를 최소 셋 이상 갖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곳은 효내가 보기에 공동이라는 이름이 유난히 강조되는 느낌이 큰 반면 실험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로 아이까지 돌보느라 너무 바빴다. 한편 요진은 홀로 집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약사인 육촌 언니가 차린 약국에서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교원은 집에서 전업주.. 더보기
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래된 리뷰] 스타워즈 시리즈에 온갖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영화'라는 걸 본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들인 , '마블' 등이 모두 영화 아닌 원작이 있는 반면 는 영화가 원조이다. 정도가 완벽한 원작 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 시리즈이다. 라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순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화 연구자의 필수코스인 미국의 비교신화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니 말이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연구 자체가 의 원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역사가 짧아 신화라고 할 것이 마땅치 않은 미국에게 선사한 현대 신화라고 할까. 미국은 를 시작으로 수많은 현대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개인.. 더보기
잊지 못할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등정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아내, 그리고 저 5명.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많이 가보지 않았기에 그냥저냥 가는 휴가보다 더 설레고 들떴죠. 하지만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습니다. 다름 아닌 3일째에 잡혀 있는 한라산 등반 때문이었죠. 산을 타는 데 두려움은 전혀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높지 않으나마 산을 자주 다녔습니다. 한 번도 중간에서 퍼진 적은 없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수원의 처가 근처에 내려와 살게 된 후 언젠가 한번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광교산이라는 산에 함께 다녀온 후 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이후 2년 정도는 산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알고 보니 산을 어마어마하게 잘 타는 체력 좋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따라가겠다고 멋모르게 덤빈 .. 더보기
가족을 일깨우는, 으뜸 슈퍼히어로 영화 <인크레더블> [오래된 리뷰] 전 세계 영화판을 뒤흔들며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한 '슈퍼히어로', 1930년대 대공황 때 시대적 탈출구로서의 영웅으로 처음 만들어진 후 80년 동안 사랑받고 있다. 1970년대 후반의 슈퍼맨과 1980년대 후반의 배트맨이 크게 성공한 후 1990년대까지 슈퍼히어로는 DC가 책임졌다고 보면 되겠다. 2000년대 들어서 마블이 득세한다. 2000년대 초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2000년대 후반 아이언맨, 2010년대 어벤져스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매우 공고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슈퍼히어로도 부침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도 슈퍼히어로는 존재의 이유가 크게 있지 않았다. 주지했다시피 영웅은 혼란스러운 암흑기에 탄생한다. 1990.. 더보기
조각난 관계들을 포옹으로 형성시켜라, 영화 <오 루시!> [리뷰] 일본 도쿄,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중년 여성 세츠코(테라지마 시노부 분)는 조카 미카(쿠츠나 시오리 분)의 부탁으로 영어 회화 교실을 다니게 된다. 일단 무료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길, 수상하기 짝이 없는 학원 내부의 한 교실로 안내된 세츠코는 그곳에서 선생님 존(조쉬 하트넷 분)을 만난다. 그는 미국식 영어를 알려주겠다고 하며 별 거 없는 영어와 함께 과장된 몸짓과 포옹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녀는 루시(lucy)라는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금발머리 가발과 함께. 가발을 돌려주러 갔을 때 다케시(야쿠쇼 코지 분) 즉, 톰을 만난다. 존에게 영어를 배우러 온 그였다. 루시는 그때 존과 깊은 포옹을 하고 남다른 기분을 느낀다. 사랑? 정식으로 등록하러 갔을 때 존은 떠나고 없었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 더보기
외부와 내부의 적, 무의미한 세상을 감당해야 했던 인간 이순신 <칼의 노래> [지나간 책 다시읽기] 김훈 작가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위인 세 명을 뽑자면,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조선의 세종대왕, 이순신을 뽑지 않을까 싶다. 광활한 만주 대륙을 정복하고, 길이 남을 한글을 창제하였으며, 백전 백승으로 나라를 지켰다. 이 세 위인은 드라마(태왕사신기, 뿌리깊은 나무)와 영화(명량)은 물론 소설(뿌리깊은 나무, 칼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왕에겐 정치적 내홍이 없었다. 큰아버지 소수림왕이 국가의 틀을 완벽히 잡고 아버지 고국양왕이 잘 이은 와중에 뒷탈 없이 정복 전쟁에만 힘을 쏟은 광개토대왕, 아버지 태종이 대대적 숙청으로 완벽하게 왕권을 강화한 와중에 백성들을 위해 힘을 쏟은 세종대왕. 이러나 저러나 그들은 '왕'이었던 것이다. 반면, 이순신에게는 평생 정치적 내홍이.. 더보기
어른아이에게 덧씌워진 비극과 불행, 영화 <홈> [리뷰] 열네 살 준호는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그리 예쁨을 받진 못하는 것 같다. 준호에게는 어린 동생 성호가 있다. 귀엽고 똘망똘망한 동생을 돌볼 때면 이런저런 시름을 잃는다. 아빠는 없는 듯하고 엄마 선미는 있다. 보험일에 치여 집안을 잘 돌보지 못한다. 그런 엄마마저도 준호와 성호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다. 그녀와 함께 사고를 당한 이는 그녀가 바람핀 유부남 강원재의 부인이다. 원재는 보살펴줄 이 없는 성호를 딸 지영이 있는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성호는 준호와 성호의 엄마와 강원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준호의 아버지는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준호다. 선미는 상태가 좋지 않고, 원재는 준호를 보살필 법적 의무는 없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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