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리뷰] <고지전>


<의형제>의 장훈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상연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그들의 전 작과 이어지는 감정선이 자못 예사롭지 않다. ⓒ쇼박스




1953년 2월, 6·25전쟁은 여전히 휴전 협정 중에 있다. 하지만 매일 같이 뺏고 뺏기는 고지 때문에 제대로 선을 긋고 휴전을 할 수가 없다. 방첩대 소속 강은표 중위(신하균 분)는 해서는 안 될 불순할 말을 내뱉어 영창에 갈 위기에 처하지만, 상사의 선처로 동부전선에 배치되어 사건 하나를 조사하게 된다. 최전방 애록고지의 악어 중대에서 죽은 중대장 시신에 아군 총알이 발견된 것. 


애록고지에서 은표는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 분)을 만난다. 이등병이었던 그는 2년 만에 중위가 되어 있었다. 한편 이제 갓 약관의 나이가 된 듯한 청년 신일영(이제훈 분)이 임시중대장으로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걸 보고 기시감을 느낀다. 그는 모르핀 중독 상태였다. 이후 은표는 악어 중대의 비밀을 하나 둘씩 알아간다. 


겁쟁이 수혁이가 어떻게 이리도 매섭고 대범하게 변했는가, 약관의 청년은 어떻게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고 또 왜 모르핀 중독 상태가 되었는가, 죽은 중대장 시신에서 아군 총알이 발견된 사유는 무엇인가, 전쟁통에 술은 어떻게 구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이들이 쉬쉬 하는 그 예전 '포항 철수 작전' 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쟁이 주는 참혹함,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참혹함


이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위해선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참혹함이 아닌, 진짜 참혹함을. 그들은 '왜' 서로 죽이고 죽였어야 했나? ⓒ쇼박스



영화 <고지전>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웰컴 투 동막골> 이후 오랫동안 맥이 끊겼던 6·25 전쟁 배경의 전쟁영화이다. 이 영화는 내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외적으로 많은 논란이 일며 흥행에 실패했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6·25 전쟁영화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전과 이후에  <포화 속으로>와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가 있었지만, 이 영화들이 맥을 잇는 건 어불성설이다. 공교롭게도 감독이 같다. 비극이다. 


지금에 와서 60년도 더 된 전쟁 이야기를 꺼내 무엇하랴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쟁을 그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한다. 대표적으로 양대 산맥이 있을 텐데, '애국'과 '반전'이 그것이다.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쟁을 그린 것, 전쟁을 반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쟁을 그린 것. 


<고지전>은 '반전'에 속한다 하겠다. 그렇지만 그런 영화는 액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감동도 약한 반면 참혹함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으며 전쟁의 당사자들에게 일면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 논란이 일기 쉽고 외면 받기 쉽다. 어찌하여 모든 걸 파괴하는 '전쟁'에 액션과 감동이 주가 될 수 있을까마는, 그게 그렇지 않은가 보구나 싶다. 


이 영화는 전쟁이 주는 눈에 보이는 참혹함보다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참혹함을 전하려 한다. 6·25전쟁의 특수성이 기인한 것일 수 있다. 사실 이 전쟁은 1951년에 끝났다. 하지만 이후 2년 6개월 동안 휴전 협정이 계속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되풀이 되는 '고지전쟁'으로 5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다. 그들은 전쟁을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동포를 죽이고 자신 또한 죽어갔다. 


'이' 전쟁은 생존의 숙제일 뿐, 애국이 낄 자리는 없다


'이' 전쟁, 6.25는 특수성을 진하게 띠는 전쟁이다. '동포'끼리 '애국'을 걸고 싸우는 모양새. 하지만 이 영화는 '생존'일 뿐이라고 말한다. 단지 내가 죽기 싫어 상대방을 죽이는... ⓒ쇼박스



영화는 사건을 통해서, 캐릭터를 통해서, 대사를 통해서 시종일관 반전 메시지를 드러낸다. 정확히는 '6·25 반전'. 북한군 저격수 '2초'를 잡기 위해 10명의 정예부대를 이끌고 길을 나선 수혁, 17살 막내가 2초에게 당한다. 아무도 그를 구하러 가지 않고 오직 2초를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다. 은표의 분노에 수혁이 날리는 한마디, '네가 전쟁을 알아? 네가 지옥을 알아? 난 아주 잘 알아. 매일 같이 수많은 남상식이 죽어간다고.'


엄청난 수의 중공군이 밀려 오는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대위 유재하 중대장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끝까지 항전할 것을 명한다. 이에 유재하를 쏴죽이고 중대장이 된 수혁은 즉각 퇴각 명령을 내린다.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은표에게 수혁이 날리는 한마디, '나를 죽이면 네가 중대장이 된다. 그러면 부대를 지휘하게 될 텐데, 네가 우리 부대원들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자신 있으면 어서 쏴. 시간이 없어.'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죽음, 그 죽음을 방조하고 실행하는 이들, 그런 그들도 누군가에게 죽고, 그들을 죽인 이들 또한 누군가에게 죽는다. 전쟁에서 죽음은 일상일 테지만 인간이라면 절대 죽음을 일상처럼 받아들일 수 없을 터, 하지만 그들은. 그들은 죽음을 방조하고 죽음을 당연시하고 죽음을 자초한다. 그렇다고 죽음이 친근하지도 죽음을 환영하지도 죽음과 대면하지도 못한다. 죽음의 지옥에서 허우적댈 뿐이다.


문제는 이 전쟁의 근원에 있다. 사실상 끝난 이 전쟁을 '왜' 지속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전쟁터에 있는 이상 '전쟁 자체'에 대한 의문은 치우고서라도, 다름 아닌 '이 전쟁'에 대한 의문은 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최소한으로 내가 죽기 싫고 내 부대원들을 죽게 만들기 싫어 상대방을 죽인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생존의 숙제일 뿐이다. 거기에 애국은 낄 자리가 없다. 


더 이상의 전쟁영화는 안 된다, 하지만 <고지전>은 되새겨야 한다


수많은 전쟁영화를 봐왔다. 이제 더 이상 전쟁영화는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누누이 외친다. 하지만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바, 그렇다면 차라리 <고지전> 같은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쇼박스



전쟁영화는 더 이상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영화는 그 자체로 '전쟁'에 대한 미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업영화라는 틀로 전쟁을 대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 전쟁은 우리와는 먼 얘기, 아무리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내장이 튀어나와도 그게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내가 그곳에 있다면 상대방이 그렇게 될 거라는 무의식, 애초에 나는 그곳에 없기에 그곳을 향해 갖게 되는 동경,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 갖는 초유의 액션. 


반전을 지향하는 전쟁영화라고 해도 이 정도인데,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전쟁영화는 어떻겠는가. 전쟁 승리를 상정해놓고는, 어떻게 상대방을 몰살시켜 버릴까 고심하는 전쟁영웅, 거기에 여지 없이 중심축을 이루는 극단의 이데올로기. 우리는 여기서 이데올로기에 따른 애국심이 고취됨과 상관 없이, 전쟁 자체에 대한 동경을 전에 없이 끌어올리게 된다. 이 얼마나 멋진가, 이 얼마나 필수불가결한 전쟁인가. 


지난 이야기지만, <고지전>의 흥행 실패가 주는 씁쓸함과 <인천상륙작전>의 흥행 성공이 주는 참혹함은 앞날을 걱정케 한다. 영화의 만듦새와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요소들의 향연을 뒤로 한채, 전쟁을 미화하는 본새가 그렇다. 앞으로 전쟁영화는 반드시 또 나올 텐데, 모르긴 몰라도 아마 <고지전>이 아닌 <인천상륙작전>류일 가능성이 크다. 정녕 또 한 번 전쟁을 치르고 싶은 것인가?


영화에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나아가 전쟁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지전>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린 진실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거기에 지옥이 있을지라도, 아니 아마 지옥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할 텐데 그럼에도 우린 바로 그곳을 주시해야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지옥과도 같은 '고지전쟁'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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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오래된 리뷰] 좀비 영화의 대부 <28일 후>


현대 좀비영화의 시초격이자 최고의 좀비영화라 할 만한 <28일 후>. 대니 보일 감독만이 선보인 액션과 영상을 집대성하였다. 거기에 인간에 대한 메시지가 훌륭하게 조화되었다. ⓒFox Searchlight Pictures



지난 여름 한국을 강타했던 영화 <부산행>.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 지평을 열며 흥행뿐만 아니라 열렬한 호평이 잇따랐다. 전 세계적인 호평도 잇따랐다고 하는데, 좀비 영화가 지녀야 할 덕목(?)을 빠짐 없이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행>은 기본적으로 '좀비'하면 떠오르는 공포, 공포에 대적하는 액션, 인류애, 그리고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악랄한 모습을 두루두루 잘 보여줬다. 


좀비물로서 영화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68년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소설로는 리처드 매드슨 작가의 1954년작 <나는 전설이다>가 그 시작이다. 지극히 현대적인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는 좀비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좀비물은 2000년대 들어서 대 호황을 이루었는데, 현대 좀비 영화의 대표로는 두 편을 들 수 있겠다. 잭 스나이더의 2004년작 <새벽의 저주>, 대니 보일의 2002년작 <28일 후>. 


<새벽의 저주>는 굉장히 빠른 전개와 그에 맞춘 잔인한 장면의 연속, 호쾌한 액션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그야말로 '좀비 영화' 하면 생각나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임에 분명하다. 평단보다 관객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할까. 반면 그보다 2년 전에 개봉한 <28일 후>는 관객도 관객이지만 평단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뛰어다니는 좀비'를 출현시켜 공포와 액션 두 마리 토끼를 사로잡았으며,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을 출현시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심오하게 탐색했다. 


최고의 좀비 영화 <28일 후>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그리 많이 챙겨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28일 후>가 최고의 좀비 영화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건 감독이 대니 보일인 이유가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는 이 길지 않은 영화에서 좀비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고 할 수 있는데, 전작 <트레스포팅>으로 보여줬던 속도감 있는 액션과 <비치>로 보여줬던 인간이 주는 실망, 그리고 후작 <127시간>으로 보여줄 감각적인 영상을 집대성하였다. 


총을 든 무장 단체 일원들이 연구시설을 습격한다. 시설 안에는 영장류들만 갖혀 있고, 그들은 하나같이 분노에 휩싸여 있다. 시설을 습격한 이들은 다름 아닌 동물 보호 단체의 일원, 영장류들을 가둬놓고 불법으로 실험을 일삼는 이들을 습격한 것이다. 그들은 연구원의 말을 무시하고 영장류를 풀어주는데, 곧 영장류들은 이들을 습격한다. 일명 '분노 바이러스'의 방출. 불과 28일 만에 영국은 분노 바이러스에 점령당한다.  

영화 초반, 아무도 없는 거리를 활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꽤 오래 비춰진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무서움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이랄까. ⓒFox Searchlight Pictures



한편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던 짐은 병원에서 깨어난다. 아무도 없는 병원, 아무도 없는 도로, 아무도 없는 런던. 헤매다가 성당에 들린 짐, 멀리서 다가오는 신부에게 말을 걸려한다. 하지만 신부는 두 눈이 빨갛게 물들어 짐을 쫓아오고, 짐은 영문도 알지 못한 채 도망간다. 그런 그를 도와주는 셀레나와 마크. 


마크도 곧 감염 당해 셀레나에게 죽고, 그들은 길을 떠난다. 길을 가던 도중 만나게 된 부녀, 프랭크와 해나. 이들은 생존을 보장한다는 군인의 방송을 듣고 무작정 맨체스터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알게 되고 겪게 되는 군인들의 끔찍한 실체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으니...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떨까. 항상 되풀이되는 좀비 영화 결말의 논쟁을 이 영화는 빚겨갈 수 있을까.


좀비가 주는 공포, 그에 대적하는 액션, 그리고 인간


'좀비'는 되살아난 시체를 말한다. 좀비의 탄생을 비중 있게 다루는 작품도 있는데, 그 원인을 찾아내어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이다. 한편 <28일 후>를 위시한 많은 작품에서는 좀비의 탄생보다 그 이후를 비중 있게 다루며, 그에 따른 액션과 공포, 그리고 인간을 말하고자 한다. 결국 말하고자 하는 건 좀비가 아니지 않은가. 좀비 같은 인간, 아니 좀비보다 더 한 인간이 이 세상을 활개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좀비로 인한 공포, 그에 대적하는 액션을 짧고 굵게 보여준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인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 바이러스에 걸린 인간이 좀비 아닌가. ⓒFox Searchlight Pictures



이 영화는 이에 절반씩을 할애했다. 좀비가 주는 공포와 그에 대적하는 액션, 그리고 좀비보다 더 한 인간들과의 사투. 이 둘 간의 연계가 자연스럽고 또 각기 심혈을 기울여 모난 곳이 없기에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뒤엣것보다 앞엣것에서 단순한 영화적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뒤로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건 단순히 앞과 뒤를 비교했을 때 순수하게 좀비가 주는 재미 부분이고, 대니 보일이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는 영화를 느보는 내내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장르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장면들이다. 더불어 그 장면들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OST는 최고다. 


그러면서도 인간 세계에 던지는 확고한 메시지도 가려지지 않으니 그야말로 순도 연출 100%의 힘이다. 연출의 신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영화적 재미와 영화적 메시지가 서로 믿기지 않을 만큼 조화를 잘 이루며 상응하고 있다. 


<28일 후>의 '히어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아닌 분노 바이러스에 먹힌 '뛰어다니는 좀비'에게 돌아갈 듯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속도감 있는 액션도, 감각적인 영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그것들과 상응해야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에 대한 실망'이란 메시지도 없었을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거니와 대니 보일만이 해낼 수 있을 소재였다. 


작금의 인간 세계에 주는 강력한 경고, 분노 바이러스 좀비


분노 바이러스 설정은 탁월했다. 그 메시지는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액션 좀비 영화의 격을 훨씬 뛰어넘게 해주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Fox Searchlight Pictures



'분노 바이러스'에 걸린 좀비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작금의 인간 세계에 주는 강력한 경고이다. 누군가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하며 '분노하라!'를 외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이미 세상은 분노로 가득 차 점차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것이다.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려는 의도라지만 분노가 가장 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사람들을 조종하게 할 수는 없지 않나.


분노에 휩싸이지 않은 이들을 '사람'이라 하고 분노에 휩싸인 이들을 '좀비'라 하니, 좀비라도 되어서 사람들의 세상을 또는 이미 좀비들의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그건 어느 모로 보나 '일단 바꾸고 보자'는 무책임한 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분노하지 않으면 이미 분노한 이들이 꾸리는 세상에 승차하게 될 텐데, 과연 그것은 옳은 것인가 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못한 채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는 것밖에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는 그에 대한 답을 얼핏 던진다. 분노하라, 그러나 사람임을 잊지 마라.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마라. 분노는 그 이상의 분노로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한다. 분노가 사람을 조종하는 게 아닌, 사람이 분노를 조종하는 것. 문제는 어떻게 사람임을 잊지 않을 수 있는가. 그것이 숙제라면 숙제겠다. 


애초에 분노에 휩싸이지 않은 세상을 구축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건 쉽지 않은 일, 아니 사실 이미 당면한 일,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제가 있을 때는 해결책을 마련하고, 그와 더불어 훗날 반드시 또다시 생길 동일한 문제의 원인을 생각하며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겠다. 그게 안 되서 문제이고, 그게 안 되서 인류사가 반복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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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스티유 데이>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뜻하는 <바스티유>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영화, 제목만큼 거창할까? 다분히 의도된 만큼 킬링타임용이자 팝콘무비다운 작지만 매운 맛을 보여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프랑스 혁명기념일 하루 전,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져 4명이 사망한다. 테러를 자행한 집단은 36시간 뒤에 또 다른 폭탄 테러를 자행할 것을 공표한다. 용의자는 파리에서는 전과가 없지만 여러 범죄를 저질러온 미국인 소매치기범 마이클 메이슨. CIA 파리 지부의 션 브라이어 요원이 메이슨을 쫓는다. 그런데 메이슨은 폭탄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그가 훔친 가방에 공교롭게도 폭탄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 그가 훔친 가방의 주인인 조이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브라이어와 메이슨은 어느새 브로맨스를 자랑하며 함께 조이를 찾으러 다닌다. 36시간 뒤에 일어날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서다. 그들은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 CIA와 프랑스 경찰, 테러리스트 집단, 테러리스트로 오해 받은 소매치기범까지 연류된 것이다.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뜻하는 <바스티유 데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나온 이 영화는 CIA가 등장하니 첩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을 쫄깃하게 하거나 눈을 즐겁게 하지는 못한다. 다만, 브라이어의 묵직한 액션과 메이슨의 화려한 소매치기 기술이 은근히 주의를 끈다. 기대는 하지 않고 보면 좋은데,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킬림타임용, 팝콘무비로 나쁘지 않다. 


얄팍하거나 진중하거나, 거대하거나 어이 없거나


영화는 초반이 볼 만하다. 다른 말로 거창하다. 그러나 초반이 지나면 조금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러고선 얄팍함과 진중함이 교차로 보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초반에 꽤 많은 공력을 들였다. 팝콘무비답지 않게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에, 구구절절 설명 없이 사건이 진행된다. 폭탄이 터지고 메이슨이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브라이어가 메이슨을 쫓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러고 나서는 한 템포 쉬더니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가미되고 영화는 조금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뭔가 훨씬 거대하거나 아예 다른 방향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듯, 아니면 알고 서도 애써 부정할 만큼 어이 없는 음모인듯.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 음모는 상당히 어이 없는 음모였다. 제목과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거대함이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영화는 얄팍함과 진중함을 교차로 보여준다. 두 주인공이 나올 때는 얄팍함을 숨길 수 없고, 주인공을 둘러싼 세력들이 나올 때는 진중하기 짝이 없다. 애초에 두 주인공의 인연이 얄팍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순간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기 힘들다. 단 하나의 이유라치면, 브라이어가 메이슨이 테러의 진짜 범인이 아님을 알았다는 거다. 그리고 조이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 


반면 그들을 둘러싼 세력들은 다름 아닌 그들 때문에 진중하다. CIA 파리 지부는 브라이어의 막무가내 성격을 제어하고자, 프랑스 경찰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메이슨을 처치하고자 하면서도 그들만의 모종의 음모를 진행시키기 위해, 테러리스트 집단은 36시간 내의 테러를 실행시키기 위해. 그리고 조이는 사방으로부터 도망치랴, 자신 때문에 4명이 죽었다고 자책하랴, 가벼울 틈이 없다. 


참으로 대단한 킬링타임용 영화


이 아저씨의 액션이 기억에 남는다. 많이 맞고 많이 때리면서 묵직하게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 또 다른 주인공인 소매치기범의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손기술과 조화를 이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첩보물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액션이다. 화려하거나 묵직하거나 엄청나거나.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거의 브라이어 담당인데, 화려하지도 엄청나지도 않다. 도구를 이용하거나 아슬아슬한 가운데 싸우지도 않고, 상공에서 해상에서 도로에서 싸우지도 않는다. 그저 몸으로 묵직하게 싸울 뿐이다. 싸울 때마다 많이 맞고 많이 때리는데,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외려 현실적이랄까. 


메이슨은 도망치는 거랑 숨는 거랑 훔치는 걸 담당한다. 액션이라면 액션일 수 있겠는데, 훔치는 것 빼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캐릭터가 그러하니 알맞은 모습이겠다. 훔치는 건 신의 경지에 오른 듯 꽤나 요긴하게 쓰이는데, 정작 제대로 된 손기술은 보여주지 않는다. <나우 유 씨 미> 같은 기술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딱 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에 악역다운 악역이 나오지 않아 아쉽기도 하고 속 시원하기도 하다. 진정한 악역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는 바 주인공 못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한층 갈등의 재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반면, 이 정도 영화에 나오는 악역이면 비슷비슷하니 오히려 없으니 못하다는 생각도 들 수 있겠다. 물론 악역이 없을 순 없으니 등장은 하지만, 굉장히 비열하고 치졸하기만 한 악역이다. 주인공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더욱 밀어주니  괜찮은 선택이라 하겠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분명, 테러 36시간 후로 공표된 다음 테러를 막기 위한 사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36시간은 큰 의미가 없어지고 거대한 음모는 생뚱맞은 음모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 음모를 처리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미국인 CIA 요원 브라이어와 미국인 소매치기범 메이슨이다. 이처럼 은근히 구멍들이 보이지만 그 구멍들조차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게끔 하는 데 일조한다. 참으로 대단한 킬링타임이다. 


그들이 '테러'를 자행하는 이유


그들이 테러를 자행하는 이유를, 우린 알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겠다. ⓒ롯데엔터테인먼트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테러가 있었다. 튀니지계 남성이 인도로 트럭을 돌진해서 총기를 난사해 80여 명이 죽은 대참사였다. 하필 그때가 프랑스 혁명기념일이었던 바, 이 영화에서 테러를 공표한 날과 같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2016년 7월 14일 프랑스에서 개봉했는데, 하필 그런 일이 일어나 바로 내렸다고 한다. 사실, 영화가 진짜로 보여주는 내용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 것이다. 북미에는 아예 제목을 바꿔서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들이 '투쟁'하는 대상은 파시스트이다. 여기서 말하는 파시스트란 다름 아닌 프랑스 극우파를 말할진대, 그들이 반 이민자 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기 때문일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반 이민자 정책으로 피해를 받은 이들의 극렬분자라고 할 수 있겠다. 


참으로 애매하고 함부로 말하기 힘든 문제이다. 내가, 우리가, 우리나라가 현재로선 그런 테러의 직접적 대상국이 아니거니와, 테러리스트들이 주로 속해 있는 나라나 인종,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도리를 들자면 테러라는 게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그것도 직접적으로 죄 없는 민간인을 향한 테러는 말이다. 그건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행위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나 또한 그 이유를 '종교' 때문이라고만 알고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테러는 전쟁을 불러 오고 전쟁은 또 다른 테러를 불러 온다. 이것들이 현생 인류가 소통하는 방법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는 교묘히 '테러'가 가지는 의미를 빗겨 가는데, 팝콘무비다운 약싹빠른 대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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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포스터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기대를 많이 했다. '마블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개봉 전부터 난무했다. 얼마전 개봉한 DC '배트맨과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저조한 평가와 흥행을 완벽히 대체해줄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락물임이 분명했다. 또한 '어벤저스 팀'에서 토르와 헐크가 빠진 대신 스파이던맨과 앤트맨이 합류해 전혀 새로운 조합이 탄생할 것을 기대했다. 


결정적으로 '내부 분열'이라는 소재도 흥미로웠다.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정부군'과 캡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반정부군'의 대립이 당연히 아이러니하게 다가와 전에 없는 궁금증을 유발했다. DC의 <다크나이트>나 마블의 <엑스맨>처럼 선악 구도를 탈피한 빅히어로들의 진지한 고민과 방향을 논할 거라 생각했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액션은 물론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그 의도는 좋았지만 마지막으로 치달수록 그 훌륭함이 사라졌고 반면 액션과 긴박함은 좋았다. 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마블 역사상 최고의 영화'라 칭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선 한층 더 깊이 들어가 감독의 의도를 봐야 한다. 


슈퍼 히어로 어벤저스팀의 내부 분열


<시빌 워>는 어벤저스 팀을 대표하는 두 축인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고뇌에서 시작한다. 먼저 캡틴 아메리카는 어김 없이 동료들과 함께 악을 처단하기 위해 출동해 동네방네 휘저으며 상대하고 있었다. 그건 일상다반사라 그렇다 쳤지만, 우두머리 격을 처리하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게 된다. '뜻하지 않은 실수'였다. 캡틴 아메리카와 동료들은 이 문제로 괴로워한다. 


한편 아이언맨은 사업 설명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누군가와 마주친다. 그녀는 아이언맨이 악을 처단하기 위한 성전에 참여했을 당시 그 여파로 뜻하지 않게 죽음을 당한 아이의 엄아였다. 아이언맨은 전에 없는 고민에 휩싸인다. 


그런 그들 앞에 국무장관이 찾아와 난데 없는 '슈퍼 히어로 등록제'를 들이민다. 어벤저스의 악 처단 성전이 너무 무분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들의 행동이 가져온 선의의 피해자들이 너무 많이 속출한다는 이유였다. 일면 합당한 이유가 있는 셈인데, 이로 인해 어벤저스는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 팀과 찬성하는 아이언맨 팀으로 분열한다. 결국 법에 저촉되는 캡틴 아메리카 팀을 아이언맨 팀이 쫓는 모습이 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난데 없는 '슈퍼 히어로 등록제' 출현에 분열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시빌 워>는 어벤저스 팀이 반드시 부딪힐 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를, 비록 힘들지만 짚고 넘어가는 모습을 취한다. <엑스맨>이나 <다크나이트>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보다 철학적이고 고차원적인 모습 말이다. 문제는 그 모습이 분열 과정에서만 조금 격렬하게 보여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복수와 개인적인 우정으로 치환된다. 분명 소중한 것이긴 하겠지만, 우주까지 뒤흔들 만한 어벤저스의 존재를 뒤흔들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 특유의 투박하고 박진감 넘치고 오밀조밀하기까지 한 면을 잘 살렸다. 거기에 '선의의 피해자들 속출'을 의식한 듯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전투가 없어 장점이 극대화 되었다. 토르와 헐크가 빠지고 스파이더맨과 앤트맨를 합류시킨 건 그런 의미에서 어쩔 수 없었지만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들은 <시빌 워> 액션의 화룡정점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캐릭터 간의 갈등과 고뇌가 깊어야 했다. 캡틴 아메리카 팀이 도망을 다니면서까지 모두를 위한 일을 하려 하는데, 그게 어느 순간 친구 버키를 위한 것이 되면 안 되었다. 버키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확신하는 블랙 펜서의 순수한 개인적 복수심이 아이언맨 팀의 '슈퍼 히어로 등록제' 찬성의 논리와 함께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서 영화 중반에는 버키가 사건의 중심이 되버린 듯한 인상이었다. 영화의 논점을 흐리면서 산으로 가기 쉬운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캐릭터 간의 갈등과 고뇌가 더 깊어야 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은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


그런데 영화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영화가 조금은 달리 보인다. 어벤저스 팀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히어로 각각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팀을 논할 수 없지 않을까. 


결국 그들도 인간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없을 출중한 능력을 지녔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의적으로 목숨 바쳐 세계를 구하지만, 그들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인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이 '슈퍼 히어로 등록제'를 둘러싼 팀의 분열과 대립이 아닌 슈퍼 히어로 개개인의 찌질한(?) 이면이었다면, 영화는 충분히 찬사를 받을 만한 지점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도 그 둘을 이어주는 끈이 빈약한 건 사실이다. 그 끈은 다름 아닌 버키인데, 쉴드의 숙적 히드라가 만든 비운의 존재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이다. 그가 누명을 쓴 가운데, 캡틴 아메리카 팀은 그의 뒤에 더 큰 무엇이 있다는 걸 알고 그와 함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아이언맨 팀이 쫓고. 그 와중에 버키를 둘러싼 개인적 원한과 우정이 대결한다. 


이 영화에 용두사미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앞과 뒤는 좋은데 가운데가 부실해 보인다. 그 때문에 뒤에서 말하고자 한 것이 앞에 비해 가려진 것이리라. 그것이 앞에 비해 덜 철학적이고 덜 히어로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시빌 워>는 조금 독특한 시선으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마블 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수식어가 완벽히 와 닿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어벤저스 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즉 이 영화에서 진짜로 말하고자 했던 바가 아니었던 바로 그 문제는 다음 편에 나올 거라 예상해본다. 그런 면에서 <시빌 워>는 전초전이었다. 그때 비로소 어벤저스 팀의 운명이 판가름날 것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어벤저스 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다음 편에 나올 것 같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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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엽문 3: 최후의 대결>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 포스터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홍콩 무협 영화 중 사실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여러 모로 <와호장룡>만이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비록 이번에 '와호장룡 2'가 개봉해 그 명성에 크나큰 흠을 남겼지만). 비슷한 걸 찾아봤지만, <영웅> 정도만 눈에 띈다. 그래도 무협 영화 라면 액션이 주를 이뤄야 제 맛이다.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판타지 요소가 다분한 무협 영화가 대세였다. <동방불패>, <천녀유혼>, <신용문객잔>, <소호강호> 등. 90년대 넘어 오면서 <황비홍>이 평정했고,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그 와중에 주성치는 자신만의 길을 가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21세기의 시작인 2000년 <와호장룡>이 출현하면서 무협 영화는 급을 달리한다. 2000년대 초중반은 장이모우 감독이 이끈다. 이후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까, 쇠퇴의 시대라고 해야 맞겠다. 


2008년에 <엽문>이 나왔다. 주인공 엽문 역을 맡은 견자단은 80년대부터 액션, 무협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이지만, 소위 홍금보, 성룡, 이연걸 등에 가려진 면모가 없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주 연 뿐만 아니라 무술감독도 겸한 영화들이 잘 되면서 4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늦게 꽃이 피었다. 엽위신 감독과 같이 한 세 글자 삼총사인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이 그것이다.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이 다시 뭉쳐 일을 냈는데 그게 바로 <엽문>이다. 이 영화는 감히 죽어가는 홍콩 무협 영화를 다시 살려냈다고 할 수 있을 만하다. 


이후 견자단은 정말 잘나갔는데, <정무문> <금의위> <삼국지> 등은 기억에 남아 있다. 역대급 흥행을 한 <몽키킹>의 '몽키킹'이 견자단이기도 하다. 급기야 올해 말에 개봉하는 <스타워즈 앤솔로지>에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었다(안타깝게도 <와호장룡 2>는 살리지 못했지만). <엽문> 시리즈는 계속되었다. 2010년에 2탄이 나왔고 올해 6년 만에 3탄도 나왔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사력을 다한 액션,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는 스토리


'최후의 대결'이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함께 사력을 다한 액션이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 꽉 차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거기에 달려 있다. 액션을 보느냐, 이야기를 감상하느냐. 애초에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바라지 않고 액션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골랐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이들과 쉼 없이 액션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1, 2탄에 이어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이고,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주로 손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영춘권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만고만한 다수와의 비교적 손쉬운 대결, 절대강자와의 일대일 대결, 다수의 고수와의 어려운 대결, 그리고 또 다른 영춘권 고수와의 대결까지. 중요한듯 아닌듯 모호한 역할을 수행한 마이클 타이슨과의 일대일 대결은 극의 흐름 상 이벤트라고 불릴 만하지만, 재미는 극에 달한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문제는 1, 2탄에서 보여준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기대한 이들이다. 1탄은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잘 표현해냈고, 2탄도 고뇌에 빠진 엽문을 잘 표현해냈다. 액션과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 '은근한' 수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3탄은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액션에 너무 과하게 정성을 쏟았다. 그것도 액션과 액션 사이의 개연성이 거의 무시된 채 말이다. 제대로 편집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엽문> 시리즈는 이렇게 끝날 것 같다


개연성 있는 이야기에 기반한 액션이라면 당연히 보는 이가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장면이라도 다르게 보인다. 그걸 정말 잘 표현해내다 못해 자칫 과할 수 있는 영화가 왕가위의 <일대종사> 같은 류다. 그 정도까진 바라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이유 있는 액션을 바란 건 사실이다. 안타깝다. 


더욱이 뜬금없이 병에 걸려 죽어 가는 아내와의 로맨스는 조금 뭉클하게 만들었지만, 이 또한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눈물이 금방 마른다. 비장미 있는 피날레 액션을 위한 장치였지만, 너무 늦었거니와 너무 뜬금없었고 너무 억지였다. 왠지 <엽문> 시리즈는 이렇게 끝날 것 같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시리즈의 후속편이 너무 늦게 나오면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전편에 누를 끼친다. <엽문 3>는 어떨까. <와호장룡 2>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편에 누를 끼친 건 맞다. 그럼에도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액션 만을 본다면 시리즈를 완벽히 마무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보는 이마다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급의 무협 액션 영화가 계속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6대 4 정도로 시리즈를 잘 마무리했다는 쪽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문득 견자단도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데뷔한 지도 30년이 넘었고, 그의 나이도 50세가 넘었다. 물론 그는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무술감독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 전체에서 보면 그를 이을 만한 액션 스타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무협 쪽에서 말이다. 쇠퇴해가는 무협 영화의 한 단면이라고 봐야 하겠다. 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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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이즈 러너 시리즈>





십 대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다. 십 대야말로 희망이며 세상을 바꾼다.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 되기 일쑤인 십 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금은 어설프지만 다이내믹한 파워를 분출해 시선을 잡아 끈다. 중량감에서는 조금 달려 보이지만,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등의 뒤를 잇는 틴에이저 파워 콘텐츠라 할 만하다. 은근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영화는 토마스라는 십 대 소년이 영문도 모른 채 '글레이드'란 곳으로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곳엔 토마스와 비슷한 또래의 십 대 소년들이 수십 명 있다. 그들은 이름 외에 아무런 기억이 없이 살아간다. 글레이드 사방엔 어마어마한 높이의 장벽을 자랑하는 미로가 존재하고 그 미로는 매일 변한다. 일명 '러너'들이 매일 아침 문이 열리는 미로 속으로 탐험을 떠나는데, 그곳엔 글리버라는 괴물이 득시글거려 탐험이 결코 쉽지 않다. 자칫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는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토마스는 미로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인다. 그러며 어느 누구보다 그곳에서 나가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 다른 소년들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걸 먼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때문에 그는 죽을 뻔하기도 하고, 수장급 러너인 갤리 등에 의해 매도 당하기도 한다. 그의 너무 큰 호기심이 글레이드의 삶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갤리 등은 글레이드의 삶에 이미 적응이 되었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변화를 매우 두려워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구축해온 것이 소용없어지는 게 싫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이 싫고 그 이후에 적응하는 것 역시 싫기 때문이다. 두렵기도 하지만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분명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 또한 있기 때문일 텐데, 그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바뀐 세상에서 구 세상은 악으로 폄하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만큼 너무 어려운 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갤리 등은 지난 3년 동안 글레이드를 지켜온 건 오직 '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틀리지 않은 말이다. 자신을, 가족을, 집을, 모두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희생을 치르고, 그렇게 얻어낸 필생(必生)의 규칙은 결단코 그들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 토마스는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기어코 미로를 나가고자 한다. 이 둘의 대립, 선택은 정녕 쉽지 않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가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밝혀진다. 태양이 세상을 파괴했다. 모든 게 불타 사라지고 인류는 지하로 내려간다. 더 끔찍한 게 그들을 괴롭혔으니, 플레어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을 일종의 좀비로 만든다. 이에 '위키드'라는 단체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가 태어났는데, 그들의 면역성을 시험에 들게 하고 통과된 이들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글레이드에 보내진 이들이 바로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의 대표들인 것이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이 위키드의 신조이다. 그렇게 그들은 끊임없이 면역이 있는 세대들을 테스트하고 통과한 이들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개발에 이용되는 아이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영원히 있을 것이다. 위키드의 수장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대의적'이라면, 그 대의에 그들은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인가 싶다. 


다수의 의견 때문에 소수의 의견이 깨끗이 무시 당하는 것도 문제 삼아야 할 진데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 당해야 한다니, 어패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신조이다. 그럼에도 이에 관해 완벽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가 행한 그야말로 완벽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제3차 세계 대전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미국의 거대 도시를 송두리째 날려버림으로써 전쟁이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전 세계 태반의 인구를 구한 그 행동을 말이다. 이 딜레마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1편보다 못했던 2편, 3편에 기대를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2편보다 1편에서 훨씬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한 훨씬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는, 성숙하지 않은 십 대들 만의 갇힌 세계가 주는 스릴감이 풍부하다. 나가고자 하는 자와 안주하고자 하는 자의 치열한 정치 싸움이 주는 희열 또한 수준급이다. 다만 액션 영화 치고는 액션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미로 속에서의 액션은, '미로' 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듯하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보여준 미로 액션이 그리웠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콘텐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워킹데드>만의 질감과 분위기가 있는데, <메이즈 러너>가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고립, 깨달음, 죽음, 진격, 실망, 탈출, 도망, 배신, 전쟁 등. 일련의 과정부터 전체적인 색감까지 꼭 빼닮았다. 개인적으로 다른 틴에이저 콘텐츠보다 더 애착이 가고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제까지의 모든 틴에이저 콘텐츠처럼 이 시리즈도 마지막 3탄에 가서는 대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괜찮은 1탄과 별로인 2탄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는 3탄에서 모든 게 끝날 텐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걱정이 된다. 1, 2탄을 봤을 때 이 영화는 액션에서 상당한 단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것들을 많이 취했으니, 3탄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부디 그것이 제작자와 감독의 의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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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1996년을 시작으로 5년을 전후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그 다섯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편마다 모두 다른 감독과 함께 하니 만큼,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와 분위기를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이번에도 역시 기존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그 매력은 전적으로 감독에 따라 달라질 텐데, 이번 작품의 감독은 '크리스토퍼 맥쿼리'로 <작전명 발키리>와 <유주얼 서스펙트>,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각본가로 유명하다.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인 2012년 <잭 리처>로 톰 크루즈와 함께 한 적이 있다. 톰 크루즈와는 각본과 연출로 벌써 다섯 번째 함께 하고 있다. 


다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그동안 흥행 면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는데, 2011년에 개봉한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700만이 넘는 흥행 성적을 올렸다. 이번 다섯 번째 이야기도 그에 근접하는 성적을 올릴 거라 예상된다. 반면 비평 면에선 여전히 1편이 최고의 명작이라 칭송되고 있을 뿐, 2편에서 '망작' 소리를 들었고, 3편과 4편은 그럭저럭 선방을 했다. 과연 5편은 어떨까? 


IMF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라!


5편은 감독이 바뀜에 따라 바뀌는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시리즈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질문'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리즈보다 앞으로 계속될지 모를 시리즈를 위해서 말이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시리즈가 시작됨과 동시에 예의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요즘의 히어로물이나 스파이물에서 보이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나 혼란은 느낄 새도 없다. 그는 세계 평화를 위해 악당을 쳐부술 생각만 했다. 모든 건 그에 맞춰졌다. 


이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영화는 그 고민을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위기로 보여준다. 그동안 IMF는 에단 헌트를 위시로 해 수많은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해 왔다. 그러다 보니 그에 맞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곤 했는데, 4편에서 러시아 크렌림궁 폭파 사건에 연류 되고 테러리스트에게 핵미사일 발사 코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 악당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윗분들이 보시기엔 정치적으로 굉장히 문제가 많을 행동이었다. 


급기야 5편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CIA 헌리 국장(알렉 볼드윈 분)은 청문회에서 IMF를 CIA에게 편입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더욱 큰 사고를 치기 전에 말이다. IMF,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과연 IMF는 필요한가? 그러면서 '신디케이트'라는 조직을 쫓고 있는 에단 헌트를 잡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신디케이트는 허상의 조직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CIA의 첩보망에도 잡히지 않는 신디케이트였기 때문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로 인해 에단 헌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IMF의 와해, CIA의 추격, 다친 몸에도 불구하고 신디케이트를 쳐부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상에는 발을 붙이지 못한 채 허공 어딘가에 떠 있는 무엇을 붙잡아 끌어내려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수없이 많은 작전을 함께 수행하며 목숨보다 진한 우정을 나눈 동료들이 있었기에 작전은 계속된다. 어떻게 하든 IMF의 존재 가치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래야 시리즈도 계속될 것이 아닌가. 여러모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그들이다. 


또 하나의 에단 헌트, 그녀의 출현


영화는 기존 시리즈처럼 에단 헌트의 원맨쇼와 그를 돕는 동료들의 기막힌 협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거기에 한 여인이 등장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5편에 등장하는 여인은 기존과 전혀 다르다. 스웨덴 출신의 레베카 퍼거슨이 분한 일사는 영국 정보부가 신디 케이트로 보낸 스파이다. 그녀는 신디 케이트의 신임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동맹국 미국의 위험을 간과할 수 없기에 에단 헌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준다. 그러면서 월등한 실력으로 그를 따돌리며 방해를 하기도 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일사의 월등한 실력과 에단 헌트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는 부분이다. 그동안에도 여자 캐릭터가 항상 나왔지만 전형적이었다. 희생적이거나 약했다. 얼굴과 몸매만 예쁜 캐릭터를 가져오기도 했다. 반면 이번엔 이 모든 걸 거부했다. 예쁘고 몸매도 좋은 편이지만 강인하고 주체적이다. 자신이 갈 길을 직접 판단하고 선택한다. 에단 헌트의 조력자가 아닌, 에단 헌트의 경쟁자이자 또 하나의 에단 헌트로 포지셔닝 되어도 충분할 정도이다. 앞에서 말한 중요한 질문과 함께 기존과 달라질 앞으로의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아날로그 액션과 에단 헌트의 나이에 걸 맞는 액션의 상응 작용


한편 이번에도 톰 크루즈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 화제가 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비행기 액션이 대표적인데, 실제로 이륙 중인 비행기에 두 손으로만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1962년 생, 한국 나이로 54세인 그는 열정과 실력만으로 수많은 팬들을 불러올 수 있기에 충분하다. 그러면서 나이에 걸 맞는(?) 액션을 선보이는 노련함도 갖췄다. 장비를 갖추지 않고 바이크를 탈 때, 무릎이 바닥에 닿자 움찔하는 디테일을 보여주기도 했고, 제대로 미션을 완수하지 못해 동료에게 도움을 받아 죽다 살아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바로 작전을 수행하려다 실수를 연발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의 나이에 걸 맞는 액션에 맞춘 것인지 반대로 영화의 액션 스타일에 그가 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이번 5편이 지향하는 액션과 에단 헌트의 액션은 훌륭히 상응 작용을 일으켰다. 시리즈가 거듭 될수록 진화한 기술과 함께 액션 스타일도 변화했는데, 이번에는 역행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아날로그적인 액션을 선보였다는 얘기다. IT 기술과 함께 하는 액션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이 주를 이루었다. 오히려 에단 헌트 보다 일사에서 그런 액션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시리즈의 주인공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거에 초점을 맞춘 대신 능력 자체는 비인간적이기에 어폐가 많다고 느끼고, <007> 시리즈의 주인공은 너무 심하게 여유를 부리면서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이기에 어폐가 많다고 느끼는 반면, 만능에 가깝지만 인간적 매력이 충분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는 영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다. 


어찌 보면 이번 5편은 잠시 쉬어가는 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달려왔던 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앞날을 정해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 이다. 그러면서 액션은 역행하고, 여자 캐릭터는 진보를 이룩했다. 결과는 둘 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맞물린 에단 헌트 캐릭터의 희생 또한 성공적이었다. 그들의 앞날이, 이 시리즈의 앞날이 걱정되기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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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리뷰] <베테랑>


영화 <베테랑>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찍고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화려하게 데뷔한 류승완 감독. 이후 그가 들고 나온 영화들은 거의 여지없이 살아 있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동생 류승범과 함께한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주먹이 운다>도 있지만,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한 <짝패>야말로 그의 액션 스타일의 전형이자 정점이었다. 


<짝패>가 나온 6년 후 그는 또 다른 액션을 선보인다. 다름 아닌 <베를린>인데,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액션 자체가 주는 쾌감에 집중하기보다 동작이 인물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모양새가 되길" 바랐다고 한다. 앞엣것이 '동작'이나 '몸짓'이라면 뒤엣것은 '행위'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액션'이라는 이름 하에 취할 수 있는 큰 두 개의 모습을 다 보여주었다. 훌륭하게. 


한편 <부당거래>는 누구 뭐라 할 수 없는 월메이드 범죄 영화다. 범죄 오락 액션물이 보여줄 수 있는 한 정점이었다. 감독 류승완, 주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모두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영화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을 이렇게 잘 요리해서 내놓은 적도 별로 없다. 이로써 류승완 감독은 또 하나의 기막힌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유머와 액션, 류승완 감독의 또 다른 카드 '현실'의 앙상블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5년 빅3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카드를 아주 효과적으로 잘 버무려낸 영화이다. 그가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액션'과 정극이 아닐 때는 항상 보여줬던 '유머' 그리고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을 잘 요리해서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몇 개의 아이템은 최대한 배제했다. 생각과 고뇌와 여백이 그것이다. 일단 주연들부터 그렇다.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 이들은 첫만남부터 끝까지 치고 박는다. 말 그대로 치고 박는 게, 한 번은 이쪽이 한 번은 저쪽이 치기를 계속하면서 일이 점점 커지고 급기야 직접 한 판 붙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들을 제어해야 할 오 팀장(오달수 분)과 최 상무(유해진 분)조차도 이들의 불도저 같은 질주를 막지 못한다. 오히려 부추기고 도와주고 함께 한다. 그들은 사실 막고 싶었지만 말이다. 만약 그들이 서도철과 조태오의 사이에서 훌륭하게 중재를 하며 훨씬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면 영화가 이렇게 '유쾌상쾌통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겉모습 또는 직위와는 다른 조금은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두 주인공을 띄어 주었기에 가능했다. 철저히 의도한 바인데, 완벽히 들어맞았다. 


영화는 서도철이 평소 경찰 관련 일을 종종 해주며 친분을 쌓았던 배 기사(정웅인 분)가 크게 다쳤고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 배후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급변한다. 그 전 초중반까지 영화는 너무 재밌고 활달한 팝콘 무비로서의 모습만 보여준다. 타격감 있는 큰 액션과 함께 격렬한 와중에 정말 적절히 터지는 유머가 영화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이 터지면서 액션과 유머가 줄고 류승완 감독의 또 다른 카드인 현실이 보여진다. 그 현실은 일전의 <부당거래>와 궤를 같이 한다. 


악을 대하는 데 무슨 생각과 고뇌가 필요할까?


배 기사 자살 사건의 배후에 조태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도철은 가히 불도저 같이 밀고 나가 거머리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형사로서의 직감과 함께 철저한 자료 분석으로 한 계단 한 계단 걸어 올라가,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옥상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고 마는 것이다. 거기엔 <부당거래>의 형사와는 정반대의, 서민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서도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서민의 대표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반면에 조태오는 그런 서민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재벌 3세의 대표다. 그는 둘째 마누라의 자식, 즉 사생사로서 재벌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러야 한다는 생존에의 촉각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평생 굽신거리기만 하다가 세상을 뜬 아버지에 뒤를 이은 최 상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무엇을 남에게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그들이라면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배 기사를 이해해줄 만도 한데, 오히려 무차별적인 폭력과 무책임한 처리를 보여준다. 그들은 이때조차도 고뇌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각과 고뇌를 하지 않음으로서 '악'이 된다. 반면 서도철 형사도 생각과 고뇌를 하지 않는데, 악을 대하는 데 무슨 생각과 고뇌가 필요하겠는가? 선과 악의 대립 구조에서는 여백 없이 전진만 필요할 뿐이다. 즉 서민과 재벌, 이 시대를 압축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구조이다. 서민에게도 판타지, 재벌에게도 판타지이다. 그 궤가 천지 차이겠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건 대립 구조 스토리와 액션


영화는 서민과 재벌이라는 구조를 액션에 그대로 가져 간다. 형사들이 '싸움술'을 펼치고, 기업인들이 '기술'을 펼친다. 기술보다는 싸움술이 더 정감 있지 않은가? 그러며 형사들 모두에게 유머 감각을 첨가해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 시켰다. 반면 조태오로 대변되는 재벌들은 그 노는 짓거리가 도무지 인간 같지 않다. 서도철의 "재벌들은 이렇게 노나?" 한 마디에 돌변해 역겨운 행동을 하는 조태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관통하는 건 서민과 재벌 간의 극명한 대립 구조 하에서의 스토리와 함께 단연 액션이다. 팝콘 무비로서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초중반의 차고지와 부산항 액션, 그리고 중후반의 옥상 추격 액션과 하이라이트 명동 8차선 카체이싱 액션까지. 대립이 커질수록 그에 맞게 액션도 커지는 구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완벽하다 못해 아름다운 진행이 아닌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총동원해 다 써버린 듯한 영화 <베테랑>. 패기를 넘어, 안정감을 넘어, 노련함까지 갖춘 듯한 베테랑 감독 류승완의 정점이다. 그가 가지고 나올 영화가 무엇이든지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동시에, 이제는 어떤 영화를 들고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올라가면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그말인즉슨 그가 감독으로서 정점에 섰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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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에일리언 2>



영화 <에일리언 2> 포스터 ⓒ20세기 폭스


영화계에 오래된 격언이 있다. '본편 만한 속편은 없다'라는 말로, '구관이 명관이다'  '형만한 아우 없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이겠다. 그만큼 속편은 전편을 능가하기는커녕 따라가기도 벅차다. 이는 전편이 흥행이나 완성도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타날 때가 종종 있다. 얼핏 생각나는 영화들이 <대부 2>, <테미네이터 2>, <람보 2>, <캡틴 아메리카 2> 등이다. 이들 영화는 어김없이 전편에 비해 월등한 흥행 성적과 급이 다르다고까지 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위대한 속편'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여기 '위대한 속편' 리스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있다. 위의 리스트 중에서 <테미네이터2>의 감독이기도 한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이다. 전편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1>도 SF의 위대한 전설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속편은 그것을 능가하는 완벽한 영화라 칭할 수 있겠다. <에일리언 2>는 <에일리언 1>이 가진 장점을 모두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그밖에 다른 면들에서도 완벽함을 자랑한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 여기에 있다!


전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은 57년이라는 충격적인 시간 동안 우주를 표류하다 아주 운 좋게 우주구조선에 의해 구출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들이닥친 건 편안한 삶이 아니다. 그녀는 딸이 2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57년 전에 있었던 에일리언과의 사투로 인한 우주선 자폭 사고 때문에 청문회를 통해 향해사 자격이 박탈 당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들려온 소식. 회사는 그녀가 과거 에일리언과의 악연이 시작된 그곳 LV-426 행성을 이민자들을 통해 식민지화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미 6~70세대가 가 있다는 것. 리플리는 조만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 올 거라는 직감이 든다. 아니다 다를까 그곳과의 교신이 끊겨 회사에서는 해병대를 투입하게 되고 리플리에게 고문을 맡긴다. 리플리는 결단코 거절하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에일리언 악몽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영화 <에일리언 2>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영화는 에일리언과의 조우를 위한 단계를 막힘없이 진행한다. 스토리 상으로 초반부터 우연에 우연이 계속되는 경향이 있지만, 세부적 스토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장르 특성 상 큰 차질이 있지는 않다. 에일리언과의 조우, 과정, 끝을 어떻게 보여줄 것 인지가 이 영화의 제 1 목적이다. 즉, 전편에서 부각되었던 '공포'(괴물)에 밀리터리를 입힌 '액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액션과 특수효과는 30 여 년 전인 당시에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보여 주고 있고, 거기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만드는 '배신',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조롱'도 눈에 띈다. 


리플리와 에일리언 간의 질긴 악연, 그 끝은?


식민지 행성에 도착한 일행.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에일리언도 보이지 않는다. 실험용 쥐와 이민자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자아이 뉴트만 발견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 개인 데이터 전송기로 사람들이 있는 위치를 찾아낸다.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향한다.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에일리언의 숙주였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해병대원들은 거의 전멸의 위기에 처한다. 무능력한 중위 대신 리플리의 결단으로 몇 명 만 겨우 살았을 뿐이다. 이들은 셔틀선을 호출하지만, 이 또한 에일리언의 기습에 당한다. 결국 이들은 식민지 마을(?)로 돌아와 에일리언의 습격에 대비한다. 


그렇지만 결국 방어선이 뚫리고 대원들은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뉴트가 잡혀가게 된다. 이에 리플리는 인조 인간 비숍에게 구조선 요청을 맡기고 자신은 중무장을 한 채 뉴트를 구하기 위해 되돌아간다. 과연 그녀는 뉴트를 구할 수 있을까? 그녀와 에일리언 간의 질긴 악연은 어떻게 끝마치게 될까?



영화 <에일리언 2>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SF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의 메시지


영화는 발단-전개-위기-절정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간다. 리플리가 돌아오자 식민지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그곳이 하필 에일리언이 있었던 곳이고 리플리는 어쩔 수 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리플리의 계속되는 경고를 무시하는 해병대 중위와 자신을 최고라 지칭하며 방심을 밥 먹듯 하는 해병대원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에일리언의 생포를 원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위기에 내모는 버크. 그리고 리플리로 하여금 또 다른 절정의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뉴트의 위기 등. 


"내가 최고야. 내가 최고라고. 리플리, 걱정 마요. 우리 해병대가 당신을 보호해 줄게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스토리라고 해도, 이 정도의 라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외려 화려한 액션과 긴박한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 수 있게 일부러 무대를 만들어 줬다는 느낌이 들게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곳곳에 녹아 있는 조롱은 은근한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무능하고 결단력 없는 상관, 최고라는 자만심과 무시무시한 무기에만 둘러싸여 있을 뿐인 해병대, 회사(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 목숨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직원. 



영화 <에일리언 2>의 한 장면. ⓒ20세기 폭스



반면 뉴트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 보살피려는 리플리의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피가 난무하고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한 곳에서, 누구보다 약했던 리플리의 여전사로의 변신은 오로지 뉴트를 되찾기 위해서인 것이다. SF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사랑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중구난방의 느낌이 전혀 없다시피 한 이 영화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혹여 누군가에게 이 영화가 단순히 괴물 영화 또는 SF 액션 영화로 자리하고 있다면,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접해보는 게 어떨까 하고 권하고 싶다. 후회 없는 2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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