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평 쓰는 법>


<서평 쓰는 법> 표지 ⓒ유유


서평이랍시고 책 읽고 글 쓴지 4년이 넘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지라, '내가 만든 책 내가 홍보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체계적으로 제대로 방법을 배우지 않은 채 엉겹결에 시작한 서평, 그 수가 족히 4백 편 가까이 된다. 이젠 매너리즘의 시기를 지나, 퇴행의 시기가 온 것 같다. 슬슬 힘에 부치는 게 아닐까. 


다른 분들의 서평을 두루 살펴왔다. 각기 다른 스타일, 거기에 정답은 없었다. 나에게 맞은 옷을 찾기란 힘들었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라며 내 식대로 밀어 붙였다. 쓰면 쓸수록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잘 쓰고 있는 게 맞는지, 한 번쯤 제대로 된 방법을 연구해봐야 하는 게 아닌지 자문했다. 그렇지만 나름 베테랑(?)이라 자부하는 바, 다른 누구의 지도편달을 받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계속 뒷걸음칠 치는 것 같은 느낌이 한없이 들었다. 그동안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우연에 우연이 겹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 읽기와 서평 쓰기의 방법론을 이번에는 집고 넘어가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이원석 작가의 <서평 쓰는 법>(유유)을 들었다. 


서평은 무엇이고, 서평을 왜 쓰는가


이 책에서 어떤 빛나는 깨달음을 얻고자 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서평 쓰는 방법' 즉, 기술을 얻고자 한 것도 아니다. '진짜' 서평가는 서평을 어떻게 쓰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내 서평을 진단받고 싶었던 것이다. 내 서평은 형편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저자에 따르면 애초에 내 서평은 서평보다 독후감에 가깝다. 매우 정서적이고 내향적이며 일방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초장부터 자괴감을 들게 만드는 저자의 단호함이 짧디짧은 이 책의 페이지를 빨리 넘기기 어렵게 만들었다. 차근차근 일게 되었다. 본질을 건드리니 머리와 가슴이 모두 반응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바뀌지 않는 건 서평보다 독후감 쪽에 가깝다고 진단한 나의 서평들이다. 


서평이 무엇인지만큼 중요한,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서평을 왜 써야하는지일 것이다. 저자 또한 동의하는 분위기인데, '자아 성찰'과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진부하지만 지극히 올바른 논의를 끄집어 낸다. 매우 공감하는 바다. 서평을 쓰고자 마음 먹었을 때 목적을 정했는데, '책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거창하기 이를 데 없는 모토였다. 저자한테 칭찬 좀 들을 것 같다. 


저자는 독후감과 서평 구분에 책 소개와 서평을 엄격히 구분하고자 하는데, 역시 한 발 빼고 다시 최후 변론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독후감과 서평이 궁극적으로 서로 통하는 것처럼, 책 소개와 서평도 서로 통한다는 것. 제대로 된 서평이 되려면 논리에 입각한 서평가의 목소리가 존재해야 하겠다. 서평쓰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이었나, 싶다. 난 단지,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목적 하에 독자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소개해주면 왜 그 책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말하고자 했다. 문제는 그 초심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 초심으로 돌아간 나를 보여주고 싶다.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딱 알맞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줍잖게나마도 서평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해두고 꾸준히 상당량의 서평을 써왔지만, 제대로 체계를 세우진 않은 사람에게 말이다. 반면, 제목만 믿고 초보자가 덤벼들었다간 시작도 못한 채 끝맺음을 할 수도 있겠다. 실용적 기술보다 본질적 기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초보자는 이 책을 읽을 바에 차라리 좋은 서평을 찾아 읽고 그 구성을 따라해보는 게 좋을지 모른다.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도 여전히 실용보단 본질에 가까운 설을 풀어내고 있는 저자는, 깊고 다양한 책 읽기와 양가적 태도 장착을 전제로 요약과 평가라는 핵심을 가장 길게 펼쳐놓는다. 그러곤 10개도 채 되지 않는 '서평의 방법'을 짧게 설명하고 있으니, 누군가는 '낚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반면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자리하고 있는 '평가'는, 저자가 몇 번이고 언급하고 강조하는 '서평'의 '평'에 해당하는 바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다른 건 건너 뛰고 이 부분만 잘 살펴도 이 책에 충분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거니와 더불어 저자와 내공까지 짐작할 수 있다. 


서평의 핵심인 평가, 평가의 핵심은 맥락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맥락화를 잘 해왔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책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한 요약과 평가를 하는 데도 벅찼으니까. 일전에 아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데, 내 서평에 없는 게 있다면 다름 아닌 맥락화라고 말이다. 맥락화가 기본이 되는 (석사)논문을 기똥차게 잘 쓴 아내가 한 말이었으니 맞는 말일 텐데 애써 무시하고 지금까지 왔다. 지금에라도 나는 제대로 된 서평을 쓸 수 있을까. 


책 읽는 모두가 서평을 쓰자


'책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모토는 아직 변함 없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서평으로 세상을 바꾸자'일 텐데, 그것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책도 읽지 않는데, 서평은 무슨 서평... 물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의 서평 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했고, 이제 막 글도 좋아지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혼자서는 아무리 수천 편의 좋은 서평을 써도 세상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라면 어떨까? 우리 모두 좋은 서평을 쓰고자 한다면? 그래, 좋다. 한 발 물러나 우리 모두 서평을 쓰고자 한다면 어떨까? 저자도 말했듯이, 저자와 독자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는 분명 '사회를 번혁하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에 다름 아니다. 


내가 꿈꾸는 게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그려왔던 '바뀐 세상'의 모습 말이다. 내가 이 얇지만 강한 책에서 발견한 가장 빛나는 생각은 서평이 무엇인지, 서평을 왜 써야 하는지,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아닌 '서평이 가야할 길'이다. 이 책은 나에게 '모두가 서평을 쓰는 그 날까지 난 서평을 쓰겠다'는 일념을 새롭게 심어준 것이다. 정녕 열심히 쓸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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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서평] <중쇄 미정>


<중쇄 미정> 표지 ⓒ그리조아



지난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 <중쇄를 찍자!>, 일본 만화 매거진 업계 2위를 달리는 대형 출판사에 입사해 고군분투를 마다 않고 성장해가는 신입 편집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로서는 알 길 없는 일본만화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편집자'라는 더더욱 알 길 없는 직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그 새로움이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문학계간지와 단행본을 양립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지라, 접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새로움보다 일종의 동료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며 한편으론 자괴감이나 자격지심도 느꼈으니... 나는 출판계의 99%를 차지하는 소형출판사의 일원이고, <중쇄를 찍자!>의 주인공는 굴지의 대형출판사의 일원이 아니겠는가. 재미와 공감과는 별개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편집자의 소소하지만 피말리는 일상


이런 99%의 사정을 눈치챘는지 출판계의 99%를 차지하는 소형출판사의 이야기가 만화로 나왔다. 제목은 '중쇄를 찍을지 정하지 못했다'라는 뜻의 <중쇄 미정>(그리조아). <중쇄를 찍자!> 원작이 만화이거니와 중쇄를 찍자는 얘기이니, 다분히 노리고 나온 작품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다. 


만화는 굉장히 얇은 분량에 대사도 거의 없고 배경도 거의 없으며 스토리라 할 것도 없다시피 하다. 대신 소형출판사의 막내 편집자가 겪는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의 없는 대사도 거의 출판계에서만 쓰는 전문 용어이기에, 초반엔 각주만 읽으며 지나간다. 그 자체로 편집자의 소소하지만 피말리는 일상이다. 


책 한 권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편집자의 일, 말그대로 피말린다. 잘 팔릴 것 같은 책 기획, 밤새 작업해도 마감에 맞추기 힘든 일상, 3번이나 꼼꼼히 살펴도 보이지 않던 오자는 꼭 인쇄가 마무리되어 책으로 나와야 보이고, 서점이나 유통업체는 절대 굽히지 않을 고압적인 자세로 자존감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은 팔리지 않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중쇄 미정>에 나오는 표류출판사보다 더더욱 작은 출판사에서 온갖 잡일부터 시작해 대형 진행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3교'를 볼 시간도, 저자 관리나 서점 관리를 할 시간도, 오자 하나에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자문도 할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공통적인 게 있다면, '팔리지 않는 책'에 대한 고민은 항상 따라 다닌다는 것이다. 


'책 팔아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씁쓸하고 충격적인 깨달음


만화에 나오는 표류출판사는 지난 한 해 '중쇄'를 찍은 책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중쇄를 찍는다는 건 비로소 '본전 치기'를 했다는 뜻(중쇄를 찍으면서도 돈이 들기에 완전한 본전은 한참 멀었지만). 초판 1쇄를 찍을 때 총제작비에 맞춰 부수를 산정하기 때문인데, 사실 99%의 출판사들이 중쇄 찍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시간이 갈수록 초반 부수가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2000부를 찍으면 많이 찍은 거라고 봐야할 정도이다. 그 수치는 앞으로 점점 더 작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는 중쇄를 찍어도 본전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소형출판사의 앞날에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일까. 


표류출판사의 편집장은 참으로 멋지다. 아니면 의지가 박약하거나 내려놓았거나. 주인공인 막내 편집자에게 조언하길, '천 권만 팔리는 책도 만들어야 해. 만 권이 팔리는 책의 독자는 천 권만 팔리는 책을 안 볼 테니까. 우리는 그런 독자들이 책을 보게 해야 할 의무가 있어.' 혹자에겐 자본주의 시대에 적자만 늘어나는 소형출판사 편집장이 늘어놓는 궤변이자 자기 위안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공감이 가는 건 사실이다. 


자력으론 절대적으로 만 권 팔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천 권만 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젠 '책 팔아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깨달음, 책을 펴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사명감밖에 안 남았다는 깨달음. 이 쓸씁하고 충격적인 깨달음을 만화는 담담하게 전한다. 심지어 아기자기까지 하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출판이란 무엇인가


매일 매순간에 편집자의 일에 대한 자괴감이 따라온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사명감으로도 지탱할 수 없을 때가 올 텐데. 표류출판사의 사장처럼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 텐데. 그때 회사 식구들은? 내 가족들은? 우리 출판계는? 독자는?


경력이 조금 쌓인 지금은 덜하지만, 혼자 끙끙대며 밤새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초판 부수를 만 단위로 고민하는 출판사의 이야기인 <중쇄를 찍자!>는 이런 나의 고민과 두려움에 절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었다. 반면 <중쇄 미정>은 비록 고민과 두려움을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오게 했지만 상당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심지어 강 건너 일본에서도 하는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열심히 책을 만들고 어떻게든 팔아보겠다고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하지만 그건 모든 출판사에서 나보다 훨씬 열심히 치열하게 하고 있을 일이다. 그러니 어쩌면 '버틴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지 모른다. 지극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의 일이니. 그저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게 맞는 말 같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이다. 요즘 들어 책에 관한 책이나 출판사에 관한 책, 편집자에 관한 책에 전보다 많아진 것도 그 일환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 아닌가.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창'에 불과한 편집자, 책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말이다. 여기까지 왔다. 아니,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에 여기까지 온 게 당연할지 모른다. 


이 책은 '소형출판사'의 편집자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형출판사의 '편집자' 이야기이기도 하다. 출판사 관계자는 물론, 일반 독자분들도 한번 보시면 좋을 듯하다. 이 책 또한 작디작은 출판사에서 홀로 옮기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영업하고, 펴낸 이가 작업한 책이니만큼, 보는 것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은근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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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너무 시끄러운 고독>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표지 ⓒ문학동네



삼십오 년째 폐지 속에서 살아가는 한탸. 폐지압축공인 그는 지하실에서 수많은 폐지에 둘러싸여 압축기 한 대와 씨름하며 고독하게 일한다. 엄청난 양의 교양을 뜻하지 않게 쌓아가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힘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신다. 덕분에 그는 매일매일 머릿속으로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으며 그 어느 누구하고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건 곧 행복이다. 


그는 5년 후 압축기 한 대와 함께 은퇴해 집으로 가져와 하루에 한 꾸러미씩만 꾸릴 생각을 하고 있다. 그 한 꾸러미가 한 점의 예술작품이 되기를, 그 안에 그의 젊은 시절 품었던 모든 환상과 지식, 삼십오 년간 배운 것들을 모조리 담을 생각이다. 참으로 멋진 계획! 그 때문에 온갖 수모와 비정상적인 일의 연속을 버틸 수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고독 속에서 일하는 한 남자 한탸를 그린 짧은 소설이다. 그곳엔 오직 그와 압축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폐지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은 너무 시끄럽다. 폐지들, 그 중에 있는 '진정한 책'이 선사하는 이야기들이 한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한탸는 매일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위대한 일'을 하는 '하찮아 보이는' 사람


한탸가 매일 같이 행하는 건 '파괴 행위',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숭배하기 마지않는 것들을 파괴하는 행위. 그는 그 행위에 깃든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그 아름다움은 한탸의 앎이 전제되어 있다. 진정한 책들의 위대함을 알면서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처지. 한탸에겐 인생을 건 싸움이다. 


책의 위대함을 안 이상 파괴만 할 순 없다. 그는 2톤이나 되는 양의 책들을 집으로 가져 왔고, 매일 같이 몰래 책을 빼돌려 가치를 알아주는 이에게 팔아넘긴다. 그렇게 그는 책들을 최대한 구출하려 한다. 책으로 구현되어 있는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지키려는 행위와 다름 없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한탸가 대변하는 이들은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것이 꼭 책과 같은 인간의 정신과 문화의 상징과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우리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꼭 필요한 일을 어딘가에서 하고 있는 분들. TV에서 꾸준히 알려지고 있지만, 그들을 '희귀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책이 떠나는 여정의 마지막은 독자의 손이어야 할 테지만, 사실 폐지가 되어 종이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소설은 그와 같은 또 다른 책의 종착점을 보여주면서, 그곳에서 '위대한' 일을 하는 '하찮아 보이는' 사람을 조명한다. 


인간을 위해,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뒤로 하는 아이러니


어느 날, 한탸는 부브니에 엄청난 크기의 수압 압축기가 들어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직접 찾아가본다. 그는 일전에 느껴본 적 없는 충격을 받는다. 그에겐 폐지 더미 속에서 희귀한 서적을 발견하는 그 순간이 축제나 다름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기쁨에, 폐지가 지닌 매력에 마음을 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책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가다가 으스러진 후 커다란 용기 속으로 밀려들어가 파괴되었다. 


아무도 책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 아무도 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최후의 순간에 지킬 사람이 더 이상 없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전에 없이 월등한 능력의 압축기는 현대 사회가 갖는 더할 나위 없는 효율적 일처리를 의미한다. 인간을 위해,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뒤로 하는 아이러니. 


더불어 한탸를 비롯해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그처럼 늙은 압축공들이 누렸던 '좋은' 시절도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사고 방식이 달라졌고, 일 방식이 달라졌다. 새 인간, 새 방식, 새 시대! 한탸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새 시대에 맞게 그도 오로지 일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책은 거들떠도 안 보고 파괴 행위에 몰입할 것인가? 아니면 도태되어 밀려나 '쓸모 없는' 인간이 될 것인가?


그가 하는 일은 생각에 따라 방식에 따라 인간에 따라 정녕 위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하는 일은 '파괴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탸와 같은 일종의 의무를 반드시 지녀야 하는가? 이다.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위대한' 한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인간성,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가? 


도처에 '사라져가는 것' '사라진 것'들이 많다. 거기엔 어김 없이 우리를 우리이게 한 기억들이 있다. 골목길, 구멍가게, 동네서점, 손편지, LP와 CD 등. 그것들이 사라지고 난 후 대체한 것들은 하나 같이 비인간적인 것들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구시대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일 수 있다. 결국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들인데 말이다. 


좋다, 한 발 양보해 적어도 한탸의 위대한 생각을 발현하는 폐지압축공이 사라지는 건 비인간적으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인간성 상실로의 길. 한탸가 아니고서 다른 누군가가 그와 같은 생각으로 그와 같은 일을 한다는 걸 바랄 수는 없다. 그 지점이 한탸와 함께 사라질 인간성에 대한 안타까운 부분이다. 


인간을 위한다는 건 '진보'를 의미할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 이보다 더 좋은 말도 찾기 힘들다. 나 또한 일면 진보를 옹호하고 외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퇴보적 진보도 존재하지 않을까. 소설에서 한탸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인데, 일면을 위해 진보적 길을 택하지만 그 길이 일면 퇴보적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다. 어떤 것들은 시대적 사명을 뒤로한 채 진보적 보수를 택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한탸의 생각이 발현된 폐지압축공이 사라져선 안 된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가. 인간성 상실로의 필연적 길을 목도함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를 직시하고서도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소설은 말한다. 한탸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끝까지 지니고 있던 인간성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이 있다고 말이다. 우린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아니 발견해야 한다. 그가 지녔던 인간성을, 그 아름다움을, 그 강인한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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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모를 사람이 없을 유명한 사진 잡지 <라이프>가 폐간되었다. '신문 및 광고시장의 침체'가 이유였다. 즉,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의 범람으로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광고 수익도 하락하여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아직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않은 당시에도, 인터넷 때문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70년 역사의 <라이프>가 폐간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2010년 이후는 어떨까. 





얼마 전, 영국의 유명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전격적으로 종이 신문 폐간을 결정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만 운영을 한다고. 한때 40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했지만, 5만 명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잘 나갔던 만큼 고꾸라지는 건 한순간이고, 그만큼 여력은 더 없을 것이다. 자그만치 30년 역사의 신문이었다. 다른 매체들이라고 다를까. 


우리나라로 머리를 돌려보자. 그 중에서도 출판사로. 지난 4월 22일자 한국일보 기사 '새 도서정가제발 출판 '빅뱅'... 대형 업체가 흔들린다'를 보면,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왔다. 새 도서정가제로 인한 결과라고 하는데, 근 10년 간은 매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외쳐댈 정도로 출판이 내리막길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거기에 새 도서정가제로 구간을 구입량이 현저히 떨어져, 사실 구간 스테디셀러로 먹고사는 전통적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다. 


문제는 새 도서정가제때문에 대형 출판사들의 매출이 급감하고 출판업계가 이대로 주저앉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종이 매체가 폐간하고, 종이책으로 주된 수익을 창출하는 출판사의 매출이 급감하는 데에 목을 매고 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인디펜던트>의 경우 온라인판으로 이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요의 방향과 방법이 달라진 것 뿐이다. 반면, 우리나라 출판사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같은 출판 매체이지만, 종이책으로도 전자책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수요의 방향과 방법이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인디펜던트>처럼 종이 대신 인터넷으로 읽는 게 아니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으로 옮겨 갔다는 것.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 범람으로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지만, 반대로 정보 범람으로 인해 제대로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엄선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의 집합체인 책을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읽기'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볼 때 책을 읽든 인터넷을 보든 똑같은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읽기' 대신 '보기'로 콘텐츠 소비 방향을 틀었다는 사실이다. 블로그의 시대가 지나고 인스타그램, 유투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영상 매체를 접하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건, 활자 매체를 접하며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제작 기술과 능력이 알맞게 갖춰졌고, 수요는 원래 존재하고 있었으며, 유통까지 실행 가능하게 되었으니, 빅뱅과도 같은 변화가 당연히 일어날 것이었다. 그때가 지금이다. 


이제와서 종이책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인터넷 기반으로만 찾으면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건 영상 매체에 대항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다. 사람들이 '읽기'를 멈추지 않게 하는 게 답이고, 그것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종이냐 인터넷이냐 하는 분쟁이 나무라면 읽기냐 보기냐, 활자냐 영상이냐 하는 분쟁은 숲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나무도 보되 숲도 보는 안목을 기르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던지고자 한다. '바보야, 문제는 읽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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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기획] <2015년 인문학 분야 키워드와 이슈>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노사정 대타협, 국정화 교과서 파문이 생각나네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과 신경숙 표절 사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불안한 형국은 문화계, 특히 출판계에 불어 닥쳤는데요. ‘아들러 현상의 광풍이 한 해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아들러 현상을 필두로 2015년 출판계의 인문학분야에서 가장 했던 키워드와 이슈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들러 광풍’ ‘아들러 신드롬



201411, <미움받을 용기>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바로 직전까지 출판계를 견인했던 <비밀의 정원>컬러링북 열풍의 뒤를 이어 출판계를 견인합니다. 그 인기는 2015년 내내 지속되었는데요. 단적인 예로, 일 년이 51주죠? <미움받을 용기>는 자그마치 4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이 책의 핵심인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이 1년 간 족히 40권은 출간되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 덕분에 인문학분야 판매량이 작년보다 1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초베스트셀러가 이런 식으로 파이를 넓힌 적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비밀의 정원>도 비슷했는데요. 독점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닌 관련 분야의 파이를 넓히는 베스트셀러는 대찬성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로 인문학 책을 읽는데, 내심 기쁘군요. 거기엔 분명 독자들을 잡아 끌만한 무엇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행복이죠.

 

불안하기만 하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을 외치며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아들러의 가르침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의 대담 형식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특히 청년을 포지션 시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대의 마음을 노크했죠. <미움받을 용기>를 필두로 한 아들러 심리학의 열풍과 인문학 분야의 전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까지는 말이죠.

 

이 시대에 맞는 교양은 지대넓얕과 함께

 



<미움받을 용기>보다 딱 일주일 늦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이 출간됩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이미 일본에서 2014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8개월 만에 40만 권 판매를 기록한, 입증된 책이었던 반면, 이 책은 입증된 콘텐츠이되 입증된 책은 아니었습니다. 화제의 팟캐스트에 불과했습니다. 수많은 최고의 팟캐스트 콘텐츠가 책으로 나왔지만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했죠. 그런데 이 책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최고의 2등이었죠. 그 앞에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맞는 가장 완벽한 교양 인문학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엔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고, 각종 지식과 정보들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섭렵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죠. 그 와중에 해야 할 건 많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천천히 그 방대한 지식을 들여다볼 수 없죠. 이 책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어본 것입니다.

 

<지대넓얕>을 보면 그 지식의 개수가 무수히 많습니다. 반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얇아요.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이 20세기 최대 사건을 단 3~4장에 설명해 버립니다. 그만큼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만을 추려놓은 느낌이죠. 핵심만 콕 짚어 알려주는 선생님이 덕분에 시험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와 더불어 이 책이 인문학분야의 파이를 넓히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는데요. 그 때문일까요? <미움받을 용기>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네요.

 

그런데 <지대넓얕>의 인기를 마냥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 지식의 소비층이 얇다는 반증이기도 할 테니까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읽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씁쓸합니다. 그렇지만 시대는 변하고 변화에 맞춰 지식의 유통 방식과 모양 또한 변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고전의 재활용?

 


 


지난 10월에 출간되어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인데요. 250년 전에 쓰인 애덤 스미스<도덕감정론>을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새롭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는데요.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와 지혜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의 재해석인지 재활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 작년 3월에 시작된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시리즈가 궤도에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오래된 고전의 초판본을 그때 그대로 되살린, 참신한 프로젝트인데요. 소장본으로 아주 높은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도서인 경우 그 나라 말과 한글판을 전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전의 재활용이네요.

 

<강의> 이후 10년 만에 신영복선생이 들고 나온 <담론>은 상반기의 마지막을 주름잡았죠. 메르스 사태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고전으로 강의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고전을 아주 잘 활용한 예입니다.

 

2015인문학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이처럼 고전을 이용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이밖에도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주역인문학>,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Great 인문학 세트>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은 예전부터 출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눈에 띄었던 건 출판사의 선택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5년의 경우, ‘인문학분야에서 <미움받을 용기><지대넓얕>이 너무 큰 산이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콘텐츠, 즉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일정 정도 이상의 판매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내지 재활용이 괜찮은 판매고를 올렸던 만큼, 다음해에도 계속적인 출간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재작년부터 불었던 글쓰기 열풍이 올해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 유명한 유시민에 의해서였죠. 지난 4월과 6<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의 논술 특강>으로 만만치 않은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이후 글쓰기 관련된 책만 족히 100여 권은 쏟아져 나왔는데요. 유시민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반기에는 서민교수의 <서민적 글쓰기>가 한 몫 했고요.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모토를 내세운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싶은데요.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죠. 굉장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말이에요. 한편 책읽기에 관한 책도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쉽기 그지없죠.

 

그러는 한편, ‘컬러링북에 이어 필사열풍도 소소하게 일었는데요. ‘글을 쓴다는 면에서 같은 궤도에 있는 만큼 글쓰기 책과 함께 힘을 얻었는데, 그림 그리기보다 힐링 하는 느낌이 덜 했나 보네요. 큰 히트 없이 저물고 부록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2015년 인문학 분야의 키워드와 이슈를 간략히 짚어봤는데요. 재밌게 보셨나요? 이밖에도 '죽음', '그림', '혼자', ‘음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등의 키워드가 2015인문학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올 한 해 어떤 이야기들이, 어떤 콘텐츠들이, 어떤 책들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었는지 궁금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정말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올해에도 그 말에 함축되어 있는 본뜻에 비춰봤을 때 인문학의 위기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로 이 무한경쟁 자본주의 시대를 온전히 돌파하긴 힘들죠. 그럼에도 전 인문학을 사랑하고 인문학을 지지합니다. 쓸모없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인문학을 말이에요.

 

내년 2016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을 사랑해주라는 말을 마냥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인문학이 사랑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독자분들께는 이 아닌 인문학을 더욱 사랑해줄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인문학의 정수를 접하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말씀드려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진행된 기획임을 알립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로 먼저 송부되었고, 허락 하에 블로그에 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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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서인간>



<독서인간> 표지 ⓒ알마


8살, 초등학교 1학년, 한글은 물론이고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영어는 고사하고 한글도 제대로 못 띄었다. 국어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싫었다. 그 때문인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책읽기에서 '발전'이라는 걸 거듭하고 있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원해서 책을 읽었고, 이후 20년 가까이 책과 떨어지지 않았다. 책과 함께 하는 직업을 원했고, 그 꿈을 이루었다. 오랜만에 보게 된 친구들은 정녕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한다.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다. 


글과 가장 먼 아이였던 내가 책과 가장 가까운 직업을 가져서 책으로 먹고 살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를 풀 수 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내가 '글'이 아닌 '책'에 관심이 있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책 읽기 보다 책 사기를 좋아했다. 맛보는 걸 제외하고 책을 보고 책을 만지고 책의 종이 냄새를 맡고 책 넘기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책벌레'라는 말 들어보셨는지? <독서인간>(알마)에 따르면 거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벌레가 되었지만, 이 벌레는 책을 즐겨 갉아먹는다. 전분과 섬유를 매우 좋아하는데, 현대 서적에 사용되는 종이에는 전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섬유질도 많지 않다. 


다른 하나는 벌레가 아닌 사람이다. 병적으로 책을 좋아하며 책에 빠진 사람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다시 두 가지 책벌레가 있는데, 보통 책벌레와 애서광이다. 보통 책벌레는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대하면서 내면에서 우러난 이성적인 사랑을 보내는 반면, 애서광은 독서 자체에는 흥미가 없고 책에 강렬한 점유욕을 보인다. 나는 애서광에 가까운 듯하다. 


<독서인간>은 위에서 이야기한 책벌레를 비롯해 책과 독서에 관한 25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 태생의 이 책은 젊은 책벌레인 저자의 작품이다. 왜 전 세계적인 출판 불황에 하필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나 같은 사람 좋으라고? 일단 그 점에서는 성공한 듯하다. 벌써 몇 번이나 들춰보면서 감탄을 지어내고 환호 아닌 환호를 질렀으니까. 아니면 책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하는 차원에서? 그런 거라면 논문으로 수십, 수백 편이 나와 있을 테다. 그러면 남은 건 한 가지다. '책의 위기' 시대에 책을 재조명함으로써 책에게로 시선을 끌어오기 위해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고, 읽어야 한다. 


인터넷이 나오고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실상 전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전 세계의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이상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이유가 없어졌다. 더 저렴하게 더 신속하게 더 정확하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편이 있는데 굳이 책을 통해 힘들 게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로 하여금 책의 내용으로 어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독서인간>의 전략은 다르다. 제목에 '독서'가 들어가 있는 게 조금 걸린다. 사실 이 책의 진짜 제목은 '도서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공교롭게도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위기 시대에 나오는 많은 '책 부흥' 책과는 다르게 말이다. 대신 책 자체에 대해 말한다. 문화적, 정신적, 물질적인 측면에서 그야말로 책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어느 작가가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봐야 하겠다. 그 역시 책을 많이 봤다. 그런데 그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나와 정반대였다. 그는 '책'이라는 물질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을 이루고 있는 '글'이 중요했다. 그 글만 있다면 책 쪼가리던, 간단한 메모지던 상관없었다. 단적인 예로, 아주 두껍고 질 좋은 책이라도 거기서 원하는 한 줄만 빼내면 더이상 쓸모가 없었다. 그런 사람은 <독서인간> 같은 책을 쓸 수도 없을 테고, 이 책이야말로 아무 쓸모 없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책에 얽힌 사연 하나 쯤은 있지 않겠는가. 책을 사랑하고 동경했던 마음이 있었겠지 않겠는가. 지금도 가슴 깊이 어디 쯤엔가 그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지 않겠는가. 나에게 그 첫 시작은 다름 아닌 '위인전'과 '위인 사전'이었다.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수십 권의 위인전이 일렬로 책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집으로 와서 동생과 합세해 부모님께 졸랐고 곧 우리집에도 위인전 세트가 생겼다. 동생과 경쟁하듯 순식간에 위인들의 삶을 훑었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고 책을 동경하고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흔한 사연이지만, 내 삶에서는 크게 작용한 걸 부인할 수 없다. 


<독서인간>은 나와 책의 오랜 동거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보상을 받은 느낌까지 들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나와 같은 느낌을 들었으면 좋겠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게 했다. 신비롭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책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나는 책에 관한 바람이 있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정확히 '글'이 아닌 '책'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지만, 글과 책은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글과 책으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책에 글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전자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 책이란 종이를 묶어 맨 물건이라는 뜻이고, 또 글 아니면 그림으로 표현해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글과 책은 한 몸이라고. 


이 책, 책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하고자 하는 이 책 <독서인간>. 책의 위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책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감당하면서 이런 책을 내준 점에 대해서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역사상 많은 책벌레들이 죽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책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슬퍼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 생전 책과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의 강도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많은 분들이 이 슬픔에 동참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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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읽는 인간>


<읽는 인간> 표지 ⓒ위즈덤하우스



서른 남짓한 나이, 반편생에 걸쳐 책을 읽어 왔어요. 정확히는 '책'을 읽어 왔지요. 굳이 책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갈수록 읽을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읽는다는 범위 안에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상위를 차지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굳이 비중을 들자면 저 아래에 있겠죠. 그런 와중에도 책을 읽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럽습니다. 역으로 참 암울한 책의 현실이죠. 


저는 세상을 바꾸고자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로 인해 의식이 바뀌어 결국엔 세상이 바뀌는, 그런 흐름을 꿈꾸지요. 거창할 뿐더러 요원하기까지 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면 제가 힘들게 책을 읽을 이유가 없어요. 한때 책에는 나아가 콘텐츠에는 '재미'와 '감동'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떤 이유가 필요해졌습니다. 때론 피곤하더군요. 


세계 문학계의 거장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소설로는 제가 한 번도 접하지 않았습니다. 안 한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습니다. 게으름이 50이라면 압도 당한 게 50일 겁니다. 그가 뿜어내는 기에 압도 당해 읽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그의 단편적인 글을 스치듯 읽으며 '아, 과연 대단한 사람이야.' 정도로만 인식했지요. 안타깝지요. 그러나 늦지 않았답니다. 


역시 금세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그의 책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이 번역되어 나왔어요. 책읽기와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은근히 읽는 행위와 사는 행위를 연관시킨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은 특별하더군요. 저자가 오에 겐자부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이 소책자로도 역시 저를 압도하는 그 무엇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저를 압도했어요. 


시작은 비교적 가볍게 합니다. 다양한 고전들을 결부시켜 성장한 지난 날을 이야기해요. 읽을 만 합니다. 쉽진 않지만 오에의 글이기 때문에 그정도는 감안했죠. 하지만 금세 압도 당하고 말았습니다. 아홉 살 때 읽게 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한 구절을 평생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부분이 특히요. 


그 부분은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라는 문장인데, 주인공인 헉이 노예인 짐의 주인 노부인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는 곧 찢어버리더니 다짐하는 장면에서 하는 말입니다. 교회에서 남의 재산을 훔치면 지옥에 간다고 배웠기에 남의 재산인 짐을 노부인에게 돌려보려기 위해 편지를 썼는데 찢어버린 것이죠. 무시무시한 생각인 동시에 무시무시한 말이었는데, 그 마음을 바꾸려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답니다. 오에는 어린 나이에 그 구절을 보고 자신도 평생 그 말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해요. 저도 그 구절이 마음에 들어요. 책은 이렇듯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히카리라는 아들이 있는데, 장애를 앓았다고 해요. 말로 하기 힘든 참으로 벅찬 나날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그를 지탱하게 해준 게 다름 아닌 책이었어요. 그는 책을 읽고 살아가고 소설을 썼답니다. 책에서 얻은 무엇과 살면서 얻은 무엇을 온전히 결합시켜 만들어낸 소설들이죠. 오에는 <읽는 인간>을 통해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그건 독자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독서 인생을 돌아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아들의 장애가 그의 삶을 힘들게 하는 요소의 전부라고 한다면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에게는 친한 친구의 자살이라는, 웬만한 사람의 인생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건 굉장히 무서운 경험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죽음이 곧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겠죠. 오에는 그 또한 책으로 헤쳐나갔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다잡고 책과 함께 자신의 지독한 경험을 공유하면 버틴 것이죠. 그리고 여지 없이 그 경험을 소설로 승화시킵니다.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죠. '읽는 다는 건 곧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삶이야말로 읽는 것이고 그가 읽는 것이야말로 사는 것이네요. 


책 읽기로 살아가는 그가 부럽습니다


이 책 덕분에 다시 읽게 된 책이 있어요. 에드워드 사이드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대담집 <평행과 역설>인데요. 10여 년 전에 사서 읽다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는, 2년 전에 다시 도전했다가 역시 완독하지 못한 책이에요. 그러다가 이 책에서 오에가 에드워드 사이드를 기리며 그의 최고의 책 중에 하나가 <평행과 역설>이라고 하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책장을 뒤져 그 책을 찾고는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답니다. 


오에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책들을 소개하는 데요. 아니, 책을 쓴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대표적으로 단테 알리기에리, T.S 엘리엇, 에드워드 사이드, 윌리엄 블레이크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 자신 등입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큰 줄기이자 뿌리이니만큼 꼭 한번씩 접해보심이 좋을 것 같아요. 


이제야 오에를 처음 접한 소회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조금은 슬펐고, 조금은 압도 당하고, 조금은 부럽네요. 자신의 삶을 읽는 것으로 삼고, 그것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다시 그 삶은 읽는 것으로 치환되고... 그 순환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고난할 것 같은 삶이지만 지금의 제가 원하고 있는 삶이니까요. 소회는 특별하지 않지만 얻은 건 크네요. 


오에 겐자부로가 올해로 만 80세가 되셨네요.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읽는 것으로 살아왔다고 하는 그.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에 그만의 독서법이 나오는데, 굉장히 따라하기 어려운 그 독서법을 반드시 따라해볼 생각입니다. 실용적인 면을 잊지 않고 말씀해주신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이네요. 다른 걸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충분해 보여요. 


읽는 인간 - 10점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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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휴가를 위한 책 5]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주 7월 말과 이번주 8월 초에 여름 휴가를 많이 다녀오실 테지요. 2주 정도 전에 포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휴가를 조금 늦게 가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남들 다 가는 성수기에는 아무래도 비싸고 사람도 많잖아요? 무엇보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오히려 그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각설하고 이제 휴가를 떠날 분들을 위해 책 몇 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물론 여름 휴가를 다녀왔거나 못 가는 분들께도 여름 나기에 유용할 책이 될 거예요. 그래서 그에 맞게 나름의 기준을 세워봤습니다. 속도감 있게 빨리 읽혀야 되고, 유쾌상쾌통쾌하거나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재밌어야 하겠지요. 머리 싸매지 않게 어려운 책이면 안 되겠습니다. 더우니까 너무 가슴을 따뜻하게 하거나 열불(?)나게 하거나 어떤 열정에 불타오르게 해도 안 됩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 작품성만은 좋아야 하겠습니다. 흠... 쓰고 보니 선정하는 게 만만치 않겠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하게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좋고 인기도 좋고 많이 찾는 대중적인 책들이요. 저야말로 이 책들을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웬만하면 2015년에 출간된 책들을 선정하고자 했고요. 분야가 겹치지 않게 총 5권을 선정해 봤습니다. 한번 훑어보시죠~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분야: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입니다. 

속도감, 문장력과 구성력, 흡인력, 복선과 반전을 두루 갖춘 소설이라고 하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처음 선보이는 서스펜스 스타일로,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그녀들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해서 '남편 실종 계획'을 세워 남편을 살해하여 실종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잘 될까요?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소문!




씨네 21

씨네 21 편집부 엮음

(분야: 잡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죠? 영화 잡지 부분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씨네 21>입니다. 

휴가에서 책 읽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요즘엔 태블릿 pc 챙겨가서 영화, 드라마, 예능 많이 봅니다. 

그래도 읽을 거리가 없으면 섭섭해요~ 참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단연 영화 잡지죠!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두루 챙길 수 있어요^^

비싸지 않고 얇고 재밌고. 모르긴 몰라도 휴가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해요~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분야: 만화)



전통적으로 휴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만화'죠! 최고입니다ㅋ

그런데 요즘엔 웹툰이 있어서 굳이 만화책을 가져가진 않는 것 같아요. 

참 편리하죠. 웬만한 웹툰이 퀄리티가 높아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쉽게 명암을 내밀진 못하겠죠?

<심야식당>입니다.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했고, 한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을 정도로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아시아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자그마치 14권까지 나왔는데, 부담스러우시다면 몇 권만 보아도 좋습니다~ 옴니버스식이니까요!

해가 떨어지고 돌아와 편안하게 한 편 한 편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이용한 지음

(분야: 에세이)



제목이 특이하고 귀엽죠? 뭔가 고양이스러워요ㅋ 

요즘 들어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어지네요.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일단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 막 엔돌핀이 돌지요~ 저 표지에 나온 고양이들을 보세요! 꺅!

예상하셨다시피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페이지마다 나옵니다. 한없이 예쁜 고양이들이죠. 

더 이상 무슨 힐링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되지요~

(고양이들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죄송합니다.)




잠시멈춤, 세계여행

오빛나 지음, 배용연 사진

(분야: 여행)



여행을 왔는데 무슨 여행 책이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행 와서 여행 책을 보면 그 재미가 2배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가진 자(?)의 여유도 부려보고요~ 다음 여행도 생각해 보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세계 여행'이기 때문이죠. 

다른 누구와도 아닌 부부가 함께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했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가고 싶어요. 63일 간 5개국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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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마음이 깨끗지 못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그것을 주어다가 사리사욕을 채우고 자기의 결점을 덮는 데 이용한다


학문을 하는 데는 먼저 옛 성현의 훌륭한 말씀을 받아들일 정성 어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고요히 마음의 눈을 떠 스스로의 마음자리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행여 명문 이욕에 대한 잡초가 뿌리 박혀 있지 아니 한가 살피고, 깨끗이 쓸고 닦아 비단결 같은 마음의 밭을 이루어 놓는 일이다. 그런 뒤에 책을 읽고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서, 마음자리가 온통 잡초가 우거진 것을 그대로 둔 채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운다면, 이 사람은 필시 한 가지 옛 착한 행위를 보게 되면 재빨리 그것을 훔쳐다가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할 것이요, 또 한 가지 옛 착한 말을 듣게 되면 그것을 빌려다가 자기의 결점을 덮어 나가는 데 이용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쳐들어온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격이요, 또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주는 격이라 위험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마음의 밭이 맑고 깨끗해야 바야흐로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도 좋을 것이요, 그렇지 아니하면 하나의 착한 행위를 보고는 훔쳐다가 그것으로써 사리를 건지고, 하나의 착한 말을 듣고는 빌려서 써 단점을 덮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적에게 병기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이 된다. 



 <채근담>, 홍자성 지음, 송정희 옮김, 올재 클래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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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 연휴는 5일이나 되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러 계획을 세우고 계실 줄 압니다. 앞의 이틀을 월차 내고 총 9일의 여행을 떠날 계획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이미 떠나셨겠군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푹 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겠지요. 어머님들은 허리를 필 새도 없이 일을 하실 것인데요. 부디 남자분들이 도와주시길! 저도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설날 하면 TV나 영화를 빼놓을 수 없죠.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해서 일 거예요. 그 와중에 남자 어른들은 고스톱을, 여자 어른들은 이야기를(종종 너무 힘드셔서 주무시기도 할 거예요ㅠ), 남자 아이들은 게임을, 여자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이야기 보따리를 풀 거라 예상됩니다. 때로는 다 같이 윷놀이를 할 수도 있고, 노래방을 함께 가기도 하겠지요. 


저는 설날이 되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신문을 끼고 있었어요. 바로 신문에 있는 'TV 편성표' 때문이었죠. 그렇습니다. 저는 TV를 좋아해서 명절 특선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봤었죠. 그런데 머리가 조금 크고 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더군요. 매년마다 재탕 되는 것도 알아챘고요.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특선 프로그램은 점점 줄어들고 특선 재방송(?)이 주를 이루더군요. 아주 유치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고 난 후부턴 책을 읽었답니다.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다는 핑계를 댈 수 없는 명절 연휴의 긴 시간을 이용해서 말이죠. 5일이면 최소한 1권 이상은 읽을 수 있을 거예요. 맞지요?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일명 '설날 연휴를 함께할 단 하나의 책'. 


말 그대로 하나의 책만 소개해 주는 건 아니고, 적절히 몇 권의 책을 소개해 드릴 테니 취향에 맞게 선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오랜 만에 찾아온 5일의 긴 연휴 동안 꼭 1권의 책을 독파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누군가는 5일이 아닐 수도 있고요. 누군가는 5일이 5일 같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명절인 추석 연휴까지 만이라도 1권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요즘 핫한 책이죠?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입니다. 2권까지 나와 있는데요. 제목 그대로 다양한 지식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소형 백과사전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분명 거기엔 어떤 다른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재미 있겠지요? 





5일 동안 매일 같이 책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루 이틀 정도 밤새서(?) 읽을 만한 소설 책을 한 권 추천해드립니다. 작년 2014년 최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열린책들)입니다. 정말 재미 하나는 보장해 드리고요.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쉽지 않을 거예요. 





이와 반대로 매일 조금씩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들입니다. 아무래도 단편 모음집이겠죠? 한 권은 <문학동네 81호>(문학동네)이고요. 다른 한 권은 <201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뿌리 이야기>(문학사상사)이에요. 각각 다른 유형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주옥 같은 단편들을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설날 연휴를 이용해 <201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뿌리 이야기>를 읽을 생각이 있어요^^





이와 비슷한데 유명 소설가의 단편 하나를 영어와 함께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답니다. 아시아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바이링궐 에디션>이나 <K-픽션 시리즈>예요. 살펴보니 소설 뿐 아니라 해설과 비평도 같이 실려 있더군요. 영어가 같이 수록되어 있다는 게 큰 메리트로 다가오진 않지만, 그 의도와 의미는 크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느냐고 머리도 아픈데 이번 연휴를 이용해 완결된 만화책 완독은 어떠신지요? 감동과 재미와 추억까지 느낄 수 있는 옛 만화책들이요. <슬램덩크> <드래곤볼> 같은 레전드를 비롯해 우라사와 나오키나 허영만의 본좌 만화들이 대표적이겠죠? 한편 웹툰 정주행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만화책 완독이나 웹툰 정주행 한 편 정도는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핫한 그림책! <비밀의 정원>(클)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하죠? 저는 아직 해보진 못했는데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그리다 보면 '힐링'이 된다고 하는 마법의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심신이 지쳐 쉬는 날만 기다리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더욱이 긴 연휴 때를 이용해서 말이죠.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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