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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속절없이 빠르게 지고 마는 청춘에 대한 찬미와 안타까움, 영화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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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아웃사이더>


영화 <아웃사이더>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1970년대 미국 최고의 감독 중 하나이다. 당시 <대부>, <컨버세이션>, <대부 2>, <지옥의 묵시록>을 연달아 내놓으며 그야말로 영화 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 <카게뮤샤>도 기획 제작했으니 뭘 더 말할 수 있으랴. 


8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영화를 찍었지만 70년대만 못했다. 최근까지도 주로 기획과 제작에 참여해왔고 괜찮은 작품이 적지 않다. 그의 영화 연출, 그 빛나는 재능은 비록 한때였지만 그 한때가 남긴 흔적이 영원할 것이기에 아쉬움은 적다. 


여기 그의 1983년도 작품 <아웃사이더>가 있다. 아마도 코폴라 전성기 끝자락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성장소설 중 하나인 S. E. 힌턴의 1967년 소설 <아웃사이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범상치 않은 스토리 구도에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흥미로운 조화를 이루었다. 물론 정점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일 것이다. 


부자와 빈민


영화 <아웃사이더>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미국 오클라호마의 어느 마을, 남쪽에는 백인 부자가 북쪽에는 백인 빈민이 살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쏘시와 그리저라 부르며 적대시한다. 그리저 포니보이는 어려서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큰형 대릴, 작은형 소다팝과 함께 산다. 그는 감옥까지 다녀온 댈러스 무리와 함께 다니며 비행을 일삼지만, 소설과 시를 좋아하는 감수성 어린 열네 살 소년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하기도 했던 영화의 원작은 S. E. 힌턴의 자전적 이야기로, 그녀가 열일곱 살에 집필했다는 사실로도 유명하다. 한 소년의 성장 이전에 부자와 빈민 마을로 나뉘어진 배경이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다 못해 기괴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자유라는 것이 명백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는 벽도 존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서울의 강남,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몇몇 구는 우리나라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그런 사실 하에서 '계급'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버는 이유와 돈을 많이 벌고 나서 하는 일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릴 때 갖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건 시작될 당대에도 자신의 세계를 부정으로 잠식하는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만 영원에 가까운 시간 동안 결코 좋을 수 없는 영향을 끼친다. 상대적 우월감도 좋을 수만은 없다. 한 인간을 구성하는 건 결코 한 가지만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영화의 재미들


영화 <아웃사이더>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포니보이에게는 친한 친구 쟈니가 있다. 그는 매일 같이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 어느 날, 그 둘이 새벽에 밖에서 배회할 때 쏘시들이 덮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포니보이를 죽일 듯이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쟈니는 칼을 꺼내든다. 정신을 차려 보니 쏘시의 한 아이를 죽인 것이 아닌가. 


영화는 데뷔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여전히 탑배우의 자리에 있는 톰 크루즈와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난 90년대 최고의 스타 패트릭 스웨이지, 80년대 최고의 청춘 스타 맷 딜런을 비롯,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쏠쏠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시의적절한 OST들이다. 영화의 주제를 완벽히 구현하는 스티브 원더의 <Stay Gold>(황금빛 시절)을 필두로 제리 리 루이스, 엘비스 프레슬리, 칼 퍼킨스의 노래들이 영화를 수놓는다. 


그 정점은 노래가 아닌 시인데, 포니보이가 존경해 마지 않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금빛은 오래 가지 않는다'이다. '청춘은 오래 가지 않는다'라고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영화의 재미, 그 기저에는 속절없이 빠르고 속절없이 지고 마는 청춘에 대한 찬미와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다. 


자연의 첫 푸름은 금빛//붙잡아두기 가장 어려운 빛깔.//자연의 첫 번째 잎사귀는 꽃.//하지만 한 시간은 피어있을까요.//에덴은 슬픔에 잠겨버렸고//새벽은 낮으로 퇴색하는 것.//금빛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속절없이 흘러가는 황금시절, 청춘


영화 <아웃사이더>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포니보이와 쟈니는 이런 일에 도가 텄을 것 같은 댈러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댈러스는 그들에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버려진 교회 건물에 숨어 있을 것을 추천한다. 그들은 곧 야영을 시작한다. 얼마 후에 찾아온 댈러스와 함께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 맛있는 것도 먹고 앞으로의 일을 의논한다. 그리고 돌아왔는데, 교회 건물이 불타고 있는 게 아닌가. 그곳에는 견학온 어린 아이 몇몇이 갇혀 있었다. 포니보이와 쟈니는 주저없이 들어가 아이들을 구하는데, 쟈니는 그만 크게 다치고 만다. 


갈 곳 없는 포니보이와 쟈니에게 도망쳐 온 버려진 교회 건물은 역설적으로 파라다이스에 가깝다. 무엇보다 절대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계급적 배분의 하위 단계 삶에서 멀리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새롭게 부과된 굴레는 또다른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살인'. 


그들의 절대 되돌릴 수 없는 또다른 '청춘'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 영화는 현실에서 절대 달아날 수 없이 두 발을 디디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이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굉장히 문학적이다.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보기에 좀 어려운 면이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함이라기 보다 문학적으로 승화 내지는 비참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기 위함이라고 보는 게 맞다. 


쟈니가 포니보이에게 남긴 편지가 이를 증명한다. '황금은 어린 시절을 말하는 것 같아, 우리처럼.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새롭잖아 새벽처럼. 네가 석양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 바로 황금이야. 계속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 아직도 세상엔 좋은 것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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