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봉준호 감독의 <옥자>


'거장' 봉준호 감독이 4년 만에 들고온 영화 <옥자>. 개봉한 지 열흘 가량 지났지만, 몇 달은 지난 느낌이다. ⓒ넷플릭스



봉준호 영화는 대체로 직선적인 스토리 라인을 지닌다. 확실한 목표가 거기에 있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곳에 다다르고자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 자체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대, 영화를 통해 가장 재밌게 대리만족 또는 대리경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에드벤쳐적 요소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단 관객을 끌어모으고는, 봉준호는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이야기다. 


봉준호처럼 필모에서 흑역사가 없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2000년의 시작에서 <플란다스의 개>로 시대를 앞서간 실험적인 현실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고는, 에누리 없이 3~4년에 한 번씩 작품을 들고 왔다. 여전히 그는 현실을 그리고, 가감없는 코미디적 요소를 적재적소에 흩뿌리며, 누군가에게는 실험적일 수 있는 풍자를 선보인다. <옥자>라고 다르지 않을 텐데,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가 '봉준호 영화'라서 좋다. 


문제는 그의 영화에서 문제점을 찾기 힘들다는 데에 있다. 사건은 이해하기 쉽고, 등장인물은 따로 또 같이 개성과 조화를 두루 갖췄으며, 메시지는 도처에서 두루두루 양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의 영화를 영화적으로도 현실적(영화 외적)으로도 비평하기가 너무 힘드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럴 땐 '봉준호 영화'가 싫다. 


<옥자> 간략 스캔


'미자의 옥자 되찾아 오기 여정'이 주를 이루는 영화 <옥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설국 열차>를 어느덧 4년 전으로 뒤로 하고, 그보다 더 많은 말과 탈을 안고 우리 앞에 나타난 <옥자>를 들여다볼 때다. 상황 논리에 따라 봉준호 영화가 좋다느니 싫다느니 라고밖에 운을 뗄 수 없는 리뷰 초입을 뒤로 하고, 영화를 간략히 스캔해보자.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회사를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변화시키고자 거대 프로젝트인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세계 26개국에 슈퍼돼지를 분양하고 잘 키워진 슈퍼돼지를 10년 후에 데려오는 것이다. 강원도 두메 산골에 살고 있는 미자(안서현 분)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가 바로 그 슈퍼돼지인데,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이들이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간다.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앞뒤 볼 것도 없이 옥자를 끌고 가는 이들을 쫓는다. 두메산골에서 내려와 미란도 한국 지부에 쳐들어가고,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가는 트럭에 매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옥자를 이용해 그들만의 작전을 벌이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와의 협치, 그리고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협박과 회유로 미자는 뉴욕에서 옥자와의 재회를 꿈꾼다. 


하지만, 그 사이 옥자는 ALF의 대의명분과 미란도의 탐욕, 나아가 한때 동물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미란도의 하수인이 된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진렌할 분)의 광기로 당해서는 안 될 잔인하고 잔혹한 짓을 당한다. 과연, 미자는 옥자와 함께 강원도 두메산골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옥자는 '돼지고기'로 전락하지 않을 것인가?


전형적인 봉준호 영화 <옥자>


여러모로 봉준호가 생각나는 영화다. 봉준호 스타일 구축에서 봉준호 월드 창조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옥자> 역시 전형적인 봉준호 영화였다. 자연스레 봉준호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동시에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흐름과 사건과 캐릭터와 카메라워킹과 미장센과 메시지였다. 오랫동안 고심한 흔적과 고심을 고스란히 영화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능력을 만천하에 영화 내외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떨침에 여한이 없었다. 


봉준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진 않는다. '영화'로서 우리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기대치가 아닌 최대한의 기대치에 근접한 퀄리티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봉준호 영화가 아닌 봉준호 스타일인 것 같다. 처절하게 와닿는 비판이나 작정하고 비꼬는 풍자가 아닌, 다분히 상업영화의 자장 안에서 이루어지고 보여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봉준호 영화는 점점 이슈는 늘어나고 논의는 적어진다. 


또 봉준호 영화는 그 안에서 다른 요소들에 비해 직선적이고 단편적인 스토리 라인을 띄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고 전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질수록 독이 된다. 그건 다름 아닌 메시지에서 비롯되는데, 덕분에 사건 진행은 산만해지고 캐릭터는 소모되며 영화 내적 재미가 아닌 영화 외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요소는 줄어든다. 


신념과 교조주의 사이에서 흔들리며 대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ALF의 위상과 존재 의의,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운전기사로 잠시 잠깐 얼굴을 비춰 약간의 추임새로 자본주의의 대명사 대기업과 현대사회 젊은이의 우환을 드러낸 김군이 아닌 배우 최우식의 쓰임새, 연관되어 '초호화 캐스팅'과 '사건 진행과 메시지 전달'을 위한 수많은 주연급 배우들의 소모 등. 


그의 영화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입장에선 안타깝지만, 그의 입장에선 이해가 간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 '예술'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영화'를 보여주려 하는 것이지, '스타일'을 보여주려 하는 게 아니다. 이처럼 거시적으로나마 또는 거시적으로밖에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또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부분이다.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봉준호 영화는 <설국열차> 이전에 이미 모든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월드'를 구축하지 못한 게 또 마음에 걸린다. 


봉준호 영화를 본다


누가 뭐라해도, 봉준호 영화가 나오면 보지 않을 수 없다. <옥자> 또한 최소한 몇 번은 볼 것 같다. ⓒ넷플릭스



그럼에도 우린 봉준호 영화를 본다. 그는 자타공인 지금, 아니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가장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이다. 그를 만나지 않고는 한국 영화를 제대로 만났다고 하기 힘들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그가 '한국'에서 태어나 '영화'를 하게 된 건 수많은 이들에게 축복인 것이다. 영화의 총본산 할리우드와 영화의 본고장 유럽에서 인정하고 찬양하는 봉준호다. 


한편 드는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하필 한국에서 태어나 영화를 하게 된 게 그에게는 결코 축복이 아닐 거라는 거다. 할리우드였다면 그는 단연코 크리스토퍼 놀란 이상 가는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하다 못해 일본이었다면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지난 <설국열차>, 이번 <옥자>를 접하고 더욱 확고해진 생각이다. 


<옥자>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앞으로 조심해야 할 것들이 보였는데, '비판을 위한 비판'과 '디테일을 위한 디테일'이 그것이다. 둘다 지금의 봉준호를 있게 한 요소들인데, 천착과 스타일은 자칫 울궈먹기와 흐르지 않는 물로 변형·고착될 수 있다. 우린 여지없이 <옥자> 전체와 부분들에서 자본주의 비판적 요소를 볼 수 있었고, 찰나의 순간이나 단역급 캐릭터에게서 봉준호가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봉준호가 파격의 길을 서슴없이 가길 바란다. 언제나 빈틈없이 완벽한 '영화'를 내놓은 그가 이제는 '세계'를 창조하길 바란다. 나는 봉준호의 예술작품이 아닌 영화를 보길 원하지만, 그가 샛길로 빠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자가 옥자를 기어코 데리고 강원도 두메산골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미자와 옥자의 여정이 봉준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로 점철되어 목적이 아닌 수단처럼 비춰지지 않길 바라며, 무엇보다 내가 봉준호 감독의 속깊은 의도를 넘겨짚지 않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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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웨스 앤더슨 컬렉션>


<웨스 앤더슨 컬렉션> 표지 ⓒ윌북



2014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역사상 '가장 예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어느 누구도 한 번 보면 눈과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을. 엄청난 감독들이 많지만, 그는 단연코 눈에 띈다. 


나는 웨스 앤더슨 영화를 얼마 전 <문라이즈 킹덤>으로 처음 접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았다. 그의 최근작 두 편을 본 셈인데, 어쩐지 그 이전 작들은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너무나도 예쁜 영화들이지만, 모두 비슷하게 너무나도 예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 한 권으로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그의 모든 작품(20년 동안 불과 8편이다!)을 보고 싶어진 것이다.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이 유일하게 모든 걸 드러냈다는 책, 웨스 앤더슨을 가장 잘 아는 평론가로 유명한 매트 졸러 세이츠가 일종의 인터뷰어가 되어 이끌었다는 책, <웨스 앤더슨 컬렉션>(윌북)이다. 


먼저 책의 외관과 디자인적 요소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웨스 앤더슨 책 아니랄까봐 완벽하게 짜 맞춰진,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예쁨'을 선사한다. 책이 아니라 아트 상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진정 '폼 난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내지 디자인도 장마다 철저하게 통제된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미(美)'를 선사한다. 누가 봐도 웨스 앤더슨 책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제외한 웨스 앤더슨의 일곱 작품을 시간 순서대로 논하는데, <바틀 로켓>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로얄 테넌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 폭스> <문라이즈 킹덤>이 그것이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와 네 번째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개봉조차 되지 않아, 팬이 아니라면 익히 들어보지 못했을 듯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앤더슨과 세이츠는 절반 이상 알지 못할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앤더슨의 작품 세계와 스타일과 개인 이야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 역사, 감독, 음악가, 미술가, 작가는 물론 영화, 음악, 미술, 문학 등 방대한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그럼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건, 팬들에게는 앤더슨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좋을 것이고 그냥 책이 예뻐서 집어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뭔가 있어 보이는' 웨스 앤더슨 월드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닌, 앤더슨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던 사실들을 수정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그를 오해하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한 치의 오차 없이 웨스 앤더슨의 철저한 통제 하에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 영화를 본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는데, 앤더슨은 책을 통해 그 오해 아닌 오해를 해명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겠다. 


웨스 앤더슨 曰 "이 사건이 이렇게 벌어지면 더 슬프겠군, 혹은, 여기에서는 한 번에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군, 이렇게 하면 관객한테 효과를 줄 수 있겠어, 지금이 몇 월인지 알리는 것뿐 아니라 10월은 파란색 커튼에 나오고 그래서 이런 분위기라는 걸 알릴 수 있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알리고, 그러면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관객을 스토리에 끌어올 수 있겠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종의 추상화 같은 겁니다. 일부러 관객을 밀어 넣는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걸 느끼겠지' 하고 직갑하는 거죠." (본문 118쪽)


매트 졸러 세이츠 曰 "웨스 앤더슨 영화들을 보면 사람들이 만든다는 걸 늘 느낄 수 있죠. 작은 카메라워크 하나까지.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카메라가 팬 할 때에도 로봇처럼 부드럽게 움직이지는 않아요. 사람의 머리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죠. 줌을 쓸 때에도 옛날 스타일로 기계를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정확히 계산된 게 아닙니다." (본문 259쪽)


앤더슨 월드의 정점


세이츠는 이 책에 소개된 7편의 영화 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와 <문라이즈 킹덤>이 가장 좋다고 엄지를 치켜드는 것 같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앤더슨과 대화한다. 그렇지만, 정작 웨스 앤더슨 월드와 스타일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파트는 <판타스틱 Mr. 폭스>다. 영화 자체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거니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대화를 나눈다. 즉, <판타스틱 Mr. 폭스> 파트만 읽어도 앤더슨에 대해 상당 부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건 다른 말로 이 애니메이션이 앤더슨 월드의 한 정점이라는 뜻이다. 


<판타스틱 Mr. 폭스>는 웨스 앤더슨의 8개 작품 중 6번 째에 해당하는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그가 구축해온 세계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명랑함, 장식적 디자인, 야한 유머, 세세한 것들로 가득한 구성,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시나리오와 연출, 음악으로 힘을 얻는 표현, 당당한 피날레. 그야말로 앤더슨 감수성의 끝이다. 세이츠는 이 작품을 두고, '아이들을 포함한 모두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용어로 감독의 형식과 주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앤더슨 학파의 입문서다'라고 평한다.


<문라이즈 킹덤> 파트도 또 다른 핵심을 찌른다. 다른 무엇보다 '영화'에 천착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외인데, 앤더슨은 수많은 영화 감독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 고전인데 오손 웰스, 사티야지트 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프랑수와 드뤼포, 장 뤽 고다르 등이다. 이 파트에서는 <문라이즈 킹덤>에, 나아가 앤더슨 월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영화와 감독들을 깊이 있게 논한다. 상당히 깊이 있고 전문적이다. 


더불어 앤더슨 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도 심도 깊게 논해진다. 책 전체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음악 논의인데, 웨스 앤더슨 영화 하면 카메라와 화면과 캐릭터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평가되는 부분일 테지만 사실 음악이야말로 그의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책 <웨스 앤더슨 컬렉션>을 두고 나는 '모두가 이해하거나 즐길 순 없는 용어로 감독의 형식과 주제뿐만 아니라 그 이면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앤더슨 월드의 모든 것'이라고 평하련다. 혹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빠져 있어서 섭섭하거나 아쉬움을 느낀다면 '웨스 앤더슨 컬렉션' 시리즈 1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윌북)을 찾아보면 될 것이다. 이 책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몸과 영혼을 모두 취할 수 있다. 


이제 고작 가장 최신의 두 편을 보았을 뿐이니, 곧 <판타스틱 Mr. 폭스>를 시작으로 앤더슨 월드를 여행해 보리.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8편 뿐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 예상한다.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세계로 가보심이 어떠신지? 후회는 절대 없을 것이다. 대신 황홀한 여운만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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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김지운식' 스타일에 정점에 오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달콤한 인생>. 주연배우 이병헌도 이 영화로 해외진출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CJ엔터테인먼트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열렬한 찬사와 지지를 받으며 데뷔한 김지운 감독. 이어서 2000년 <반칙왕>과 2003년 <장화, 홍련>으로 필모 정점을 찍는다. 동시에 '김지운식 영화'가 완성되었다. 장르 영화의 대가. 장르가 가지는 강렬함에 파묻히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에 장르를 끼워맞추는 솜씨를 선보인다. 그 완성에 가장 가까이 간 작품은 아마도 2005년 작 <달콤한 인생>일 것이다. 


<달콤한 인생>은 이병헌이 '해외에 나를 알릴 수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작으로 뽑는 바, 당시 한국영화사상 최고가로 해외(일본)에 팔렸다. 그건 김지운 감독 영화의 특징 아닌 특징이기도 한데,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에서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이미지가 좋게 비치는 것 같다. 그렇게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비록 참패를 면치 못해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었지만. 


김지운 감독다운, 김지운식 누와르 


'거기에 누와르가 있었을 뿐, 나는 나의 길을 갈 뿐이다.'로 영화를 또 다르게 요약할 수 있겠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김지운'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대가의 절정기이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누와르'라는 장르적 성격이 지극히 강한 장르를 표방하지만, 역시 김지운 감독답게 자신의 스타일을 앞세운다. 한 해 뒤에 개봉하는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가 한국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정통 누와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영화 중 하나라고 한다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그저 김지운 감독의 영화다. 이번에 그가 택한 게 '누와르'였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누와르에서 흔히 보이는 조직의 본모습, 치열한 뒷공작, 당연한 우정과 배신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완벽하게 짜여진 미장셴과 기가 막힌 연기와 대사 신공, 숨겨진 상징들이 보인다. 결코 싫어하기 힘들다. 


선우(이병헌 분)는 강사장(김영철 분)의 신임을 얻어 '호텔 크라운'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룰을 어기면 피도 눈물도 없이 처단해버리는 냉혈한이다. 바로 그런 점이 강사장의 선우를 향한 믿음의 결정체일 것이다. 어느 날, 강사장이 상하이로 삼일간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러며 선우에게 긴히 한 가지 일을 맡긴다. 


어린 애인이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그녀가 바람을 피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선우에게 삼일 동안 감시하면서 사실로 드러나면 즉시 자신에게 전화를 하거나 알아서 처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언제나 그랬듯이 선우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불철주야 희수(신민아 분)를 감시한다. 


결국 희수가 바람을 피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선우는 당장 그녀와 그를 잡고 강사장에게 전화를 걸려 한다. 그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선우는 짧은 기간 희수에게서 느낀 감정에 흔들린다. 그녀와 눈맞힌 찰나의 순간, 그녀의 귀와 입과 손과 어깨. 그 달콤한 순간들이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든다. 선우는 강사장에게 전화도 하지 않고 그들을 살려준다. 강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선우를 향해 무시무시한 죽음의 칼날을 드리미는데...


'사랑'과 '믿음'이라는 김지운식 콤비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든 이 역정이 고작 그 순간의 '사랑' 때문이었나. (사실 사랑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믿음'을 저버렸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당한 사람 입장에서도 '믿음'이 배신당했다고 느꼈을 테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특별할 만한 게 없다. 한 인간의 특별한 인생역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달콤한 순간의 '사랑'이 있고, 그 특별할 것 없는 사랑으로 속절없이 깨지는 오랜 기간 숙성된 '믿음'이 있다. 누와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어둠의 범죄와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누와르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는 '믿음'이라는, 인간 행동의 가장 강력한 동인(動因)이 사랑이라 말하기 모호한 순간의 '달콤함'에 속절없이 배신당하는 게 누와르랑 가장 근접해 보인다. 김지운식 누와르. 


'사랑'과 '믿음'이라는, 누와르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김지운에게는 딱 들어 맞는 신기한 콤비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희대의 대사로 표현할 수 있다. 선우의 '저한테 왜 그랬어요?'라는 물음에, 강사장이 대답한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이 얼마나 치졸하고 치명적인 대답인가, 이 얼마나 유머러스한 대답인가. 이 대답 하나가 영화를 전복시켜버릴 만하다. 


영화 뿐이랴? 인간을 전복시킬 수도 있는 말이다. 겨우 그깟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사라지다니. 그러면서도 '그게 바로 인간이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뭐 별 거 있겠어 하고 말이다. 그들의 대화가 주는 허무함, 그 허무함으로 말미암은 유머적 감성이 만들어낸 수많은 패러디만으로 이 대사를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높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호불호의 연기, 완벽한 미장셴, 그리고 즐기는 영화


감독의 의도가 완벽하게 구현된 화면, 자신을 잊지 않으면서도 그 미장셴에 어울리게 연기하기란 정말 어려울 거다. 이러니 김지운 영화는 즐기기에 정말 최고다. ⓒCJ엔터테인먼트



상상을 초월한 상징도 상징이지만, 연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병헌의 액션, 김영철의 카리스마, 황정민의 메소드. 누와르 장르답게 보고도 믿지 못할 액션이 아닌 지극히 리얼한 액션을 선보인 이병헌. 액션은커녕 움직임도 별로 없지만 눈빛과 목소리와 분위기로 누구보다 압도적인 면모를 선보인 김영철. 그리고 어디서 양아치를 데려와서 연기 수업을 시킨듯한 느낌을 받게 한 황정민. 감독의 완벽주의적 작업 스타일이 영화 곳곳에서 나타나는 바, 연기에도 그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영화의 홍일점 신민아의 연기는 아쉬운 정도를 넘어섰다. 그녀의 아름다움이야 정평이 나 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두 남자가 제대로 된 대답도 못한 채 목숨을 걸고 싸울 만한 여자는 아니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다름 아닌 신민아의 연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 내용상 팜므 파탈의 모습을 선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바엔 지극히 위험하게 사랑스럽기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에릭의 출현은 아직도 의문이다. 앞으로도 의문으로 남을 예정이다. 그 앞에 어떤 이유가 붙더라도 말이다. 


미장셴을 빼놓으면 섭하다.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간단히라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지운의 미장셴은 아무래도 멈춰진 화면에 있을 거다. 카메라 워킹이 화려하지 않는 반면, 멈춰진 화면에 완벽하게 짜여진 소품들과 인물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그 프레임 안에서 최대한 역동적인 모습을 선보인다면, 그 모순이 주는 쾌감이 굉장할 것이다. 김지운이 추구하는 미장셴은 그런 게 아닐까. 


한편 <달콤한 인생>에서 선보이는 미장셴은 <장화, 홍련>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명암의 확실한 대비에서 오는 또 다른 모순의 쾌감이 그것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하얗과 빨강이 주는 아름다움. 김지운 감독은 그 대비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장치를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보는 이유가 적지 않을 거다. 교훈, 힐링 등을 '얻기' 위해, 화려한 액션이나 미장셴을 '즐기기' 위해, 시대상이나 영화 자체를 '연구'하기 위해. <달콤한 인생>은 어디에 포함될까. 단연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 아마 김지운 감독이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그 안에 다양한 것들, 이를 테면 상징, 연기, 캐릭터, 미장셴, 액션 등을 넣으니, 이 영화는 보고 또 봐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를 참으로 '잘' 만든다. <달콤한 인생>은 참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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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레스트 검프>


내 인생, 최초의 '제대로' 된 영화 <포레스트 검프>. 그전까지 영화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이나 다름 없었던 내게, 이후로 '영화 세계'가 열렸다. ⓒ파라마운트



영화를 몰랐던 10대 시절에 우연히 주옥 같은 영화들을 만났다. 중학교 3학년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아마데우스>,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에서 공부하다가 잠깐 쉬며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한 <와호장룡>. 그들은 아마 영원히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재로 작동할 것이다. 


'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니?'라고 누군가 물어 왔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는 따로 있다. 때는 중학교 2학년 어느 주말이었던 것 같다. 큰 이모네가 놀러 왔다. 큰 이모 내외는 우리 부모님과는 다르게 영화나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다. 큰 이모부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도서·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너네 혹시 이 영화 봤니? 안 봤으면 오늘 빌려가서 꼭 봐야해"라며 건네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였다. 


20여 년 전의 장면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건 그 이후로 내게 '영화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전까진 아예 존재하지 않던 세계였다. 큰 이모부의 추천 덕분이었는지, 영화가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영화라는 건 그저 보기만 하는 거였다. 가타부타 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할 말도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에게 영화는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영상이나 다름 없었다. 


달리기로 달라지는 인생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에 개봉했고 22년 만에 재개봉한다. 명장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에 명배우 톰 행크스가 열연했다. 대대적인 흥행과 대대적인 호평, 그리고 대대적인 상복이 뒤따랐다. 명실상부한 90년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영화로 '영화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으니, 나는 참 복 받은 것 같다. 22년만에 재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많은 이들에게도 이 영화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선천적으로 걸을 수조차 없었던 포레스트 검프, 제니의 한마디 "달려! 포레스트!"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후 그의 인생이 달라진다. ⓒ파라마운트



IQ 75에 척추가 활처럼 휘어 걷지 못하는 아이 '포레스트 검프', "넌 남들과 다르지 않아, 명심하렴"을 주문처럼 아이에게 말해주는 엄마 덕분에 보통 학교에 들어간다. 등교 첫날, 스쿨 버스에서 아무도 자리를 함께 하려 하지 않을 때 "앉고 싶으면 앉아도 돼"라는 '제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후 포레스트와 제니는 실과 바늘처럼 언제나 함께 다닌다. 


어느 날, 여지 없이 포레스트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나타나 돌멩이를 던진다. 그때 포레스트의 인생을 바꾼 제니의 한마디가 울려퍼진다. "달려! 포레스트, 달려!" 포레스트는 자전거를 타고 쫓아 오는 아이들을 따돌리려 사력을 다한다. 불편한 다리는 어느 순간 불편하지 않게 되고, 자전거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로 도망간다. 이후 달리기는 포레스트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달리기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인간 기관차'라 불리는 에밀 자토펙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라고 했다.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거다. 포레스트의 우여곡절 인생역전은 달리기로 점철되어 있다. 더군다나 그는 원래 걸을 수 없었는데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가장 인간답지 못한 삶에서 그야말로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것이 아닌가. 그것은 포레스트의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포레스트가 개척한 운명일까. 


정해진 운명과 운명의 개척, 어떤 게 맞을까


포레스트 검프의 삶은 마치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그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즉 운명을 개척했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이 맞을까? ⓒ파라마운트



포레스트는 평생 엄마의 말씀들을 숙지하고 실행에 옮기며 산다. 그중에서도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 어떤 걸 집어 들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으니, 어떤 기대나 실망 없이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게 아닐까 싶다. 영화가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이 의미하는 바다. 


한편 포레스트의 삶은 그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흘러간다. 달리기를 너무 잘해 우연히 미식축구를 '하게 되고' 전미미식축구팀에도 뽑혀 스타가 되고 군대에 들어가게 '되고' 베트남전쟁에 출전해 달리기 덕분에 큰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아 영웅이 되고 우연히 탁구를 접해 탁구의 신처럼 '되고' 죽은 동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배 선장이 '되어' 백만장자가 된다. 


제니와의 만남과 헤어짐은 '운명'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포레스트는 첫만남 이후 그 어느 순간에라도 제니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또한 만날 때마다 변해 있는 제니에게 실망을 한 적도 없다. 첫만남 때의 기억과 느낌과 사랑을 간직하고 전한다. 정해진 운명에 순종하는 삶의 자세도 엿보이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게 맞는 걸까. 포레스트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다. 둘 다 맞는 거라고. 정해진 운명과 개척하는 운명이 공존하는 거라고. 나의 생각도 같다. 이 세상을 생각해보면, 자연이 선택한 대로 만들어지고 진화해온 한편 신의 개입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포레스트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을 거다. 


확실한 재미와 희열을 보장한다


마치 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포레스트 검프와 케네디 대통령. 이것이 1990년대 초반의 CG란다. 엄청나다. 영화를 보면 믿을 수 없는 엄청난 CG들이 계속 나온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파라마운트



영화는 몇 번을 봐도 확실한 재미와 희열을 보장한다. 그런 부분들이 있다. 포레스트의 인생역전 그 자체. 어쩜 그리 인생이 우연의 연속으로 인해 우여곡절로 점철될 수 있는가.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주어진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포레스트, 결코 우연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그의 생각과 행동을 보면,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다. 우리의 삶도 그처럼 '재미' 있을까, 아니면 우리의 삶이 아닌 그의 삶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일까. 막상 그처럼 살아보면 재밌다고 느낄 수 있을지?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유명인들이 함께 한다. 모두 실존 인물들인데, 엘비스 프레슬리, 케네디를 비롯한 네댓 명의 미대통령들, 존 레논 등 60~80년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그의 인생에 종종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는 듯, 그 간극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삶도 잘 복기해보면 그런 순간들이 종종 눈에 띄지 않을까?


무엇보다 '특수효과의 거장'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손에 탄생한 CG들이 압권이다. 그저 서사에 압도되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느끼기 힘든 부분들인데, 모든 CG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1994년에 개봉했다고는 믿기 힘든 만큼 완벽한대, 60~70년대 활동했던 실존 인물들과 94년 당시 현재 인물을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듯 효과를 낸 것이다. 차라리 실존 인물들인 것처럼 분장을 했다는 걸 믿고 싶을 만큼 완벽하다. 다만, 그가 <백 투 더 퓨쳐>를 연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수긍이 간다. 뿐만 아니라 <아바타> 이전에 이미 3D 혁명을 이룬 로버트 저메스키다. 


볼 때마다 감동은 줄어드는 것 같다. 아는 게 많아지니까. 포레스트의 제니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답답하다. 그에 더해 필요할 때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제니의 행동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포레스트의 사랑에서 유발되는 감동이 사라지진 않을 거다. 반면 재미는 더해지는 것 같다. 역시 아는 게 많아지니까. 웃음 포인트들이 눈에 더 많이 띈다. 


적절한 고전 음악 OST들과 여전히 황홀한 풍경들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절대 지나치지 못할 것이니, 넋 놓고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미국 60~80년대 서사와 포레스트라는 한 인간의 서사가 훌륭히 어우러져 생각지 못한 감동을 줄 것이다. 최소한 이 감동은 줄어들지 않는다. <포레스트 검프>, 언젠가 반드시 무조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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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포스터 ⓒ쇼박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은 무거운 정치 드라마 성격을 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정치, 경제, 언론, 검찰, 조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이야기를 윤태호 작가는 끝마치지 못했다. 이해가 간다. 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떤 톤으로 해야 했을까, 시작은 했지만 끝은 없을 것 같은 그 이야기를 말이다. 


다행히 영화로 재탄생 했다. 웹툰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영화가 해주었다. 괜찮았을까? 영화는 웹툰과는 달리 감독의 역할이 전적이지는 않으니, 상대적으로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표현의 방법이 한층 다양하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등 어떤 방법에 방점을 찍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내부자들>은 인물에 방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서사가 머리에 들어온다. 인물에 방점을 찍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다. 반면 메시지는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너무 게릴라식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게 정확한 건 오랜만이다.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 언론 이강희(백윤식 분), 검찰 우장훈(조승우 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정치와 경제, 성공과 정의, 배신과 사랑의 소용돌이. 거창하고 복잡하지만 대서사시다운 면모를 충분히 과시한다. <내부자들>이 아닌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편 영화의 서사는 대략 4개의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다. 토사구팽, 난공불락, 와신상담, 오월동주, 그리고...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있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구도, 그리고 검찰과 조폭


유력 보수 신문인 조국신문의 논설주간 이철희의 정치깡패로 세를 확장한 안상구는 정·제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손이 뻗쳐 있다. 이철희는 유력 정치인이자 대권 주자인 장필우(이경영 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로 언론의 힘을 이용해 장필우를 정치계에 입문 시켜줬다. 그러는 한편 굴지의 대기업 미래자동차의 오너 오현수와도 연이 닿아 있다. 


미래자동차는 조국신문에 광고를 내주어 조국신문을 꼼짝 못하게 하는 한편 장필우에게도 선거 자금을 대어 장필우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자동차가 장필우에게 댄 선거 자금은 불법이었으니, 한결은행에서 3,000억을 대출 받아 그 중에서 300억을 장필우에게 줬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안상구는 그 비자금 파일을 입수해 이강희에게 넘긴다. 그렇게 안상구의 인생은 꼬이고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편 빽도 족보도 없고 실력만 있는 검사 우장훈은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진행한 비자금 수사에서 한 몫 잡고자 장필우 비자금을 수사한다. 하지만 안상구가 중간에서 가로채어 이강희에게 넘기는 바람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에 더해 한결은행 전 은행장을 수사하다가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는 바람에 좌천 되고 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이강희가 장필우, 오현수와 깊은 끈이 닿아 있는 줄 몰랐던 안상구. 안상구는 한방에 토사구팽 당한다. 각자가 굴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이 보이지 않는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세력은 난공불락이다. 토사구팽 당한 안상구와 좌천 당한 우장훈은 성공과 정의 구현을 위해 와신상담 한다. 우장훈은 안상구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그와 함께 '영화' 한 편 찍고자 한다. 과연 성공할까?


완벽한 캐릭터 연기로 서사적 면모를 뽐내다


영화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위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의 인생 역전을 중심으로, 나라를 뒤흔들 중요한 파일을 가지고 있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원작 웹툰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우장훈이 영화에서는 조금 겉도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캐릭터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건 역할을 맡은 이들의 연기에 기댄 측면이 크다. 


복잡하고 반전이 있는 영화 치고는 굉장히 평면적인 이 영화가 그 서사적 면모를 한껏 뽐낸 데에는 캐릭터가 있었고,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한 이들이 있었다. 즉, 영화 <내부자들>은 조·주연 배우들이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그나마 이들의 연기력을 받쳐줄 수 있었다. 짧게 편집된 걸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례적으로 긴 감독판을 빠르게 선보인 게 아닐까. 예상은 적중했고 감독판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에는 복수든 성공이든 정의 구현이든 반드시 이루게 되어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난공불락이라는 사자성어에도 공략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는 만만치 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과연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들다. 


감독의 의도, 적나라하게 볼 수 없었던 견고한 시스템화


사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구도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개인들끼리의 야합이 아니다. 실로 견고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살아갈 수 있고 얻고자 하는 걸 얻을 수 있다. 공생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국신문'의 이강희 논설주간을 원하고, '미래자동차'의 오현수 회장을 원하고, '대권 주자' 장필우 국회위원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그 '무엇', 그것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그렇지만 영화에서 그런 시스템화 되어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는 없었다. 얼핏 느낄 수 있었을 뿐인데, 이는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밖에 예측할 수 없다. 아마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그래서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다면, 영화적 재미가 현저히 떨어질 게 자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연기가 영화를 압도할 상황을 목도한 지금,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 든다. 그만큼 영화가 잘 빠졌다는 얘기다. 


영화 한 편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탑 건>을 보고 전투기 비행사를 꿈꾸고, <더티 댄싱>을 보고 춤꾼을 꿈꾸며, <대부>를 보고 마피아를 꿈꾼다(?). <내부자들>을 보고는 비자금 받는 정치인, 정치의 한 편에 선 언론, 성접대를 일삼는 재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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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 읽기]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표지 ⓒ아시아


작가 지망생인 나는 숙부를 대신해서 팬션과 낚시터를 관리하고 있다. 어느 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팬션에 찾아온다. 알고 보니 제작자와 다툼 끝에 도망친 거였다. 언론들은 쿠바와 멕시코를 유력한 은신처로 뽑았는데, 정작 그는 한국으로 도주한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서부의 영웅이 아니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푼 돈을 빼돌린 추잡한 도망자이자 고집 센 늙은이에 불과했다.


오한기의 소설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아시아)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도망 다니는 주제에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과 주옥 같은 작품을 폄하하면서, 자신의 아주 오래된 영화 만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곤 한다. 그러며 자신이 여전히 누구나 한 번만 뵙길 청하는 정도의 거물로 인식하고는, 자신을 찾는 이가 없는지 묻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팬션 관리실에 몰래 들어와 숙박비나 훔치는 비참한 노인네일 뿐이다. 


영웅이자 살아 있는 전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금은?


왜 하필 '클린트 이스트우드'일까?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 배우이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에 딱 맞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1955년 단역으로 시작해 올해로 데뷔 60년이 되었다. 


그 유명한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의 주인공이자, 70년대부터 감독을 시작해 1992년에 정점을 찍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쓴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 주로 약자를 위해 타락한 공권력과 싸우고 악당을 처단하는 영웅으로 분했다. 그러며 실제로도 위대한 감독이자 모범적인 '진짜' 보수 공화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영화라는 허상과 삶이라는 실제가 멋들어지게 들어맞는 진귀한 사람이 그다. 그런 그조차 냉혹한 자본주의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힘든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소설은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복잡한(상반된) 시선을 던진다. 그의 성향을 존경하면서도 그를 존경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하다. 소설 속 그의 영웅은 영웅답게 타락한 게 아니라 비참하게 추락했다. 또한 직선적이고 화끈한 그의 고전적인 영화 스타일, 그의 성향은 많은 영화인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바로 그 직선적이고 화끈한 성향 때문에. 그가 보수적인 공화당원인 것도 마찬가지다. '보수'를 벌레 보듯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럴 텐데 그는 억울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이 그립다


소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빌어 현대 영화를 이루고 있는 사조를 비판한다. 영화에 대단한 철학이라도 불어넣은 것처럼 별 거 아닌 것을 부풀어 놓는 것이다. 소설 속 나는 그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알 하나로 그들의 수다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비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의 영웅이다. 영화로서나 인간으로서나. 그러며 그리워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식 영화를, 다시 오지 않을 그런 영화를.


그렇지만 그가 겸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단지 '그 시절 그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에게 최고의 우상이었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건 죽고 없는 사람한테 어울리는 칭호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참으로 복잡한 심경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꽉 막힌 신념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의 영화에선 도무지 유연함을 찾을 수 없다. 이 시대가 바라는 최고의 성향인 유연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영화가, 그의 스타일이 벌써부터 그립다. 그가 사라지면 더 이상 그런 영화를 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이 아니라, 굳건하고 단단한 방패다. 지금은 그런 방패조차도 유연함이라는 무기로 충분히 위협이 가능하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 방패 뒤에 숨긴 창으로 대항해야 하고, 그는 바로 방패가 아닌 위험한 창을 가진 이가 된다. 참으로 교묘하고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종 갈등과 베트남전처럼 더 이상 명확한 적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 교묘한 현실에서 작가라는 건맨은 어디에다 멋지게 한바탕 총을 쏘아댈 수 있단 말인가. 오한기의 이 슬픈 농담은 정의를 찾아 헤매는 현실의 투사들에게, 그리고 멋진 이야기를 찾아 방황하는 작가들에게 오래 공명하리라."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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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휴일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이번 추석 연휴는 고작 하루가 다예요. 그나마 중소 기업은 대체 휴일을 주는 곳이 50%에도 못 미친다니요ㅠ 뭐 내년 2016년 추석은 목요일이라니, 그 날을 기다려야 하나요. 그래도 모처럼 만에 오는 연휴, 재미있고 뜻 깊게 보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절대 영화가 빠질 수 없죠. 명절=영화. 어릴 때부터 저의 머릿속에 박힌 명절에 관한 명제였어요. 


지난 2013년 설날부터 명절 때마다 꾸준히 특선 영화를 소개해 오면서 느낀 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었죠. 예전에는 명절 특선 영화라고 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그것도 그야말로 온가족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보는 그런 맛이 있었죠. 요즘엔 아무래도 컴퓨터로 전부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TV로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해 봤습니다. 2015년 추석 특선 영화의 모든 것을요. 그래도 명절 특선 영화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고, 나름 최신의 영화 중에서 엄선한 것과 예전 고전 영화를 보는 맛이 있으니까요. 이미 수많은 블로그와 뉴스를 통해 접하셨을 줄 압니다.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냥 봐주시면 돼요~ 연휴 하루 전인 9월 25일(금요일)에서 연휴가 하루 지난 9월 30일(수요일)까지 방송 3사(KBS1, KBS2, MBC, SBS) 그리고 EBS에서 방영되는 추석 특선 영화입니다. 자, 시작합니다. 


KBS1(5작품), KBS2(5작품), MBC(1작품), SBS(4작품), EBS(7작품) 총 22작품.

퀄리티는 KBS(1, 2)가 안정적이고요. SBS는 흥행 위주의 느낌입니다. 

EBS는 고전 명작과 현대물이 적절히 잘 섞여 있네요. MBC는 말할 가치가 없어요. 

개인적으로 괜찮은 작품 9개를 뽑아봤으니 참조하세요.



2015년 추석 특선 영화 중에서 볼만한 것들 뽑았습니다.






9월 25일(금요일)


EBS1 오후 22:45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




KBS2 오후 23:00

<표적>




KBS1 새벽 24:35

<레옹>



SBS 새벽 24:45

<관상>





9월 26일(토요일)



EBS1 오후 23:05

<스타워즈: 클론의 습격>




KBS2 오후 23:50

<피끓는 청춘>




 KBS1 새벽 24:50

<워터 디바이너>





9월 27일(일요일)


EBS1 오전 10:50

<개구쟁이 스머프>




EBS1 오후 14:15

<왕의 남자>




SBS 오후 22:05

<기술자들>




EBS1 오후 23:00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




KBS1 오후 23:50

<아메리칸 셰프>





9월 28일(월요일)


SBS 오후 12:00

<수상한 그녀>




EBS1 오후 17:15

<라푼젤>




SBS 오후 20:40

<해적: 바다로 간 산적>




KBS2 오후 21:40

<허삼관>




KBS1 오후 23:50

<패딩턴>





9월 29일(화요일)


EBS1 오후 17:15

<업>




KBS2 오후 20:30

<명량>




MBC 오후 23:10

<비긴 어게인>




KBS1 새벽 25:5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9월 30일(수요일)


KBS2 오후 23:10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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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 9] 장진과 정재영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배우가 중앙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윤종빈 감독의 전 작품을 하정우와 함께 했다는 사실은 유명한데요.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역시 대학교 1년 선후배로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해왔던 영화계 콤비가 있습니다. 바로 장진 감독과 정재영 배우죠. 


장진 감독과 정재영 배우는 각각 1971년, 1970년생으로 1살 차이인데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라고 해요. 그런데 장진 감독이 1년 선배라고 하네요. 나이는 한 살 적은데 1년 선배네요^^ 여하튼 정재영은 일명 '장진 사단'의 제1의 멤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영화를 하기 전에 이미 연극에서부터 함께 해왔습니다. 1996년 연극 '허탕'이 그 시작이라고 하죠. 





이후 영화계에 들어와 몇 편을 한 후 이들은 같이 하기 시작합니다. 그 시작은 1998년인데요. <기막힌 사내들>입니다. 아직 정재영이 자리를 잡지 못할 때인데요. 장진은 그에게 단역을 주죠. 1999년 <간첩 리철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나서 2000년부터 정재영은 본격적으로 주연 자리를 꿰차는 데요. 그 본격적인 시작 또한 장진과 함께 합니다. 유명한 작품이죠? 2001년 작 <킬러들의 수다>입니다. 


이후로도 이들은 거의 매년 함께 합니다. 장진 감독이 연출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각본 활동도 활발히 하는데요. 그때마다 정재영이 함께 한 것이죠. <킬러들의 수다> 이후에도 2002년, 2004년, 2005년(2 작품), 2006년, 2007년(2 작품), 2008년, 2010년까지요.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함께 한 콤비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불가능하죠. 그렇게 이 둘은 단역, 조연, 주연 그리고 연출, 기획, 제작, 각본을 다 합쳐 12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후에는 한 작품도 같이 하지 않았네요. 그렇지만 이후로도 이 둘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갑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둘이 함께 하지 않으니 폼이 조금 떨어진 듯한 인상입니다. 특히 장진 감독의 경우, 2010년 이후 흥행에서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죠. 물론 장진 사단을 이끌고 연극으로 건너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곤 하지만 말이죠. 한편 정재영 배우도 나쁘지 않은 행보입니다. 최근에는 최초로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죠. 시청률과 상관 없이 환호할 만한 드라마인데요. 역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최고예요~ 

장진 감독님, 정재영 배우님.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아래의 포스터는 이 둘이 함께 한 영화 12편 중 조연 이상 그리고 연출한 작품만 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킬러들의 수다, 2001>





<아는 여자, 2004>





<거룩한 계보, 2006>





<퀴즈왕,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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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스크린셀러는 영원하라!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신조어 '스크린셀러(screenseller)'. 이 말이 통용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리고 2014년 말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도 그 파워는 여전하다. 이번 시간에는 2014년 11월 현재 파워 스크린셀러를 알아본다. 

스크린이 책을 끌어올리든, 책이 스크린을 받쳐주든 서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들 콘텐츠들을 한 번쯤은 접했을 거라 생각된다. 



1.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다>




유일하게 책과 드라마 모두 보았고 보고 있는 콘텐츠이다. 

그야말로 너무 재밌어서 까무러칠 정도이다 ㅋㅋ

정말 오랜만에 (웹툰 연재 당시에도 그랬고) 본방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고 있는 드라마. 



2. <나를 찾아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할리우드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의 최신작이다. 

개봉한지 2주가 지났건만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ㅠㅠ

내년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고, 현재 전 세계 흥행력도 그에 못지 않다. 

북미 흥행에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고 한다. (월드와이드도 조만간)



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 국민의 1/9 가량(100만명 이상)이 봤고 세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봤다는 베스트셀러.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도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1위를 밥먹듯이 했다. 

족히 몇 십만부는 팔렸을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소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후문이다. 즉, 훨씬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잠재력을 영화가 가로 막았다는 뜻. 

그럼에도 이리 많이 팔렸다니, 뭘 더 아쉬워하랴?



4. <메이즈 러너>





개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그 힘을 발휘 중이다. 거즌 300만명. 

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한국이 제일 높은 흥행력을 선보였다고 한다. 

소설은 이에 힘입어 수직 상승했고, 총 3부작이기에 시리즈 전체가 동반 상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만 조금 흥미가 갈 뿐, 소설은 읽기 싫다. 

여타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반짝 흥행을 하는 반면, 

이 영화는 이토록 오래 힘을 발휘 중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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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팝, 경제를 노래하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표지 ⓒ아트북스

예술은 가치는 무엇인가? 먼저 미적 가치가 있다. (위대한) 음악을 들으면, 그림을 보면, 건축물을 감상하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미(美)로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마냥 기분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음으로 해석 가치가 있다. 예술 작품을 보고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들여다보고 숨겨진 메시지를 푸는 것이다. 예술의 해석 가치를 더욱 높이 사는 사람들은 예술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곤 한다. 어찌 보면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해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 많이 쓰이는 해석은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경제, 정치 등이 핵심이 아닐까 한다. 


돈에 대한 찬가를 '비틀스'가 노래했다?


현존 최고의 대중음악 평론가라 할 수 있는 임진모 평론가의 신작 <팝, 경제를 노래하다>(아트북스)는 예술의 해석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팝(노래)로 경제(정치와 사회도 포함)를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또는 반대로 경제를 통해 노래를 해석하는 시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책은 일단 팝이 주(主)가 되고 경제가 부(副)가 되는 양상이다. 겉으로 보나 안에서 보나 노래가 원문과 함께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노래의 가사만 읽어봐도 당시의 시대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그만큼 직설적인 노래 가사가 많다. 예를 하나 들어 본다. 


사랑이 나를 설레게 하지만 / 그렇다고 내 청구서를 내주는 것은 아니야 / 내게 돈을 주라구 / 

돈이 내가 원하는 거라구 / 돈이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야 /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 

물론 돈이 모든 걸 다 주지는 않아, 그건 사실이야 /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예 쓸 수도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라는 제목의 이 직설적인 노래는 누구의 노래일까? 영국 리버풀 출신의 찢어지게 가난한 노동계급의 후손들이자,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모든 방면을 막론하고)인 '비틀스'의 노래이다. 그들은 195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 초반 전후 영국의 오랫동안 계속되는 차가운 경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성공을 위해 내달렸다. 당시 정반대로 호황의 절정에 있었던 미국의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동경하면서 말이다. 


임진모 평론가의 대중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 특유의 과도함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서 있는 화려한 수식어들, 그리고 손에 잡힐 듯 읽히는 경제까지. 특별하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구성이고 진행이다.  평소 그의 평론에서 보았던 남다른 시각과 지식이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음악과 경제의 균형 잡힌 이야기


책은 그러나 읽다 보면 경제가 주(主)가 된다. '팝을'이 아니라 '팝으로'이기 때문이다. '팝으로' 또는 '팝을 통해서' 경제를 읽는 기획이기 때문에, 사실 경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식의 기획은 많은 단행본에서 접할 수 있다. 특히 철학을 주로 영화, 그림 등을 접목 시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진다. 그런 책들을 보면 단연 철학 이론들이 눈에 띈다. 즉, 영화나 그림 등은 어려운 철학 이론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책을 읽다가 얼마 못 읽고 접고 말았다. 시작과 끝은 영화 얘기로 하면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전부 철학으로 채워 놓지 뭔가. 


반면 이 책 <팝, 경제를 노래하다>(아트북스)는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행히(?) 저자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관련된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지 않고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한편 음악 관련해서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고 또 쉽게 풀어 쓸 능력도 있다. 


오죽했으면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할까?


하지만 읽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아쉬움, 그리고 안타까움이 있다. 아쉬움은 반복되는 경제의 순환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부터 시작해 2008년 세계금융위기까지 17개의 파트로 나뉘는 이 책은, 거의 완벽한 순환을 보인다. 무슨 말인고 하면, 경제의 폭락과 폭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과 영국이 번갈아 가면서 말이다. 


대공황의 폭락, 아메리칸 드림의 폭등, 같은 시기 영국의 폭락, 1970년대(베트남 전쟁, 오일 쇼크 등)의 폭락, 레이건과 대처 시대의 폭등,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의 폭락, 그리고 다시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 시대의 폭등, 이후도 계속되는 폭락과 폭등, 다시 폭락... 이 끝없이 이어지는 폭락과 폭등의 순환은 자연스레 시대를 해석하는 음악들의 지루함으로 이어진다. 즉, 음악은 다르지만 옛날에 했던 말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안타까움은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해야 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비롯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그야말로 '다시는 겪지 못할 것 같은 호황'을 뒤로 한 채 '다시는 겪기 싫은 불황'을 몸소 겪고 있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목을 메고 '경제'가 중요해진 시기라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어떤 무엇을 가져다 놓든 전부 경제와 연관 시키게 되는 것일까. 책을 덮고 나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진하게 묻어 나오는 안타까움이 있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버팀목은 분명 희망과 꿈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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