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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매스미디어, 그 속살에 대해서, 영화 <트루먼 쇼> [오래된 리뷰] '굿모닝, 미리 인사하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성격 좋고 무난한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 분)는 조그마한 섬에서 살며 보험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대학 동창 메릴과 결혼했고 역시 대학 동창 말론과 절친 사이다. 트루먼은 대학 때 잠깐 만났다가 황망하게 헤어진 로렌을 만나러 피지로 여행을 가려 한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물 공포증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늘에서 조명기구가 떨어지질 않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났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끌고가버리질 않나,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동경로를 고스란히 생중계하고 있질 않나. 하지만 엄마와 아내는 그의 말을 전혀 믿어주질 않고, 말론은.. 더보기
뼈아픈 진실과 함께 나아가는 삶과 사랑 <남아 있는 나날> [지나간 책 다시읽기]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건, 옆길로 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원류를 제대로 이어나갈 능력이 없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거나, 옆길로 새는 것도 전부 이야기 원류의 거대한 판 안에 있다거나. 대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으면 차라리 거대한 판을 만들어 버리곤 한다. 그런데, 여기 오로지 거대한 판을 만든 것도 아니면서 옆길로 새는 것처럼 느끼게끔 하거니와 그것들이 전부 이야기 원류에 포함되어 있게 하는 작가가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그인데,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보다 샛길의 이야기가 훨씬 재밌거니와 그 샛길이 원류로 이어지기에 결국 이야기 전체의 완성도가 터무니 없이 올라간다. 아직 그의 소설을 와.. 더보기
일본의 '전쟁에의 길', 그 사실과 진실은? [서평] 어느 한 나라의 역사는 결코 그 한 나라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사적 역사의 흐름에만 맞물려 혹은 휩쓸려 흘러가지도 않는다. 세계는 모든 나라들 구석구석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모든 나라들의 내부적 목소리가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역사를 대하는 또다른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는 아주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이는 결코 과거, 현재의 한 때만을 빌어 당시 혹은 다른 시대의 역사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역사는 모든 순간, 모든 곳, 모든 이들과 연관되어 있거니와 연관하여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가 가토 요코는 (서해문집)를 통해 세계사적 흐름과 내부적 목소리가.. 더보기
세월호 참사의 그늘,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의 시작 <세월> [서평] 2014년 4월 16일, 영원한 아픔으로 남을 참사가 발생한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탑승객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다. 당년 11월에 결국 수색이 종료되었는데, 9명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3년 여가 지난 2017년 3월 22일 드디어 세월호가 인양되기 시작했고, 세월호 참사 3주기가 지난 4월 18일에는 미수습자 9명 수색이 시작되었다. 하지 못했던 혹은 하지 않았던...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수색은 나라가 바뀌고 있다는 청신호일까? 그 청신호에 맞춰, 아니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많은 관련 책들이 나왔고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 3년 동안 줄기차게 나왔는데, 세월호의 그늘을 그린 이는 감히 없었던 것 같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출간한 방현석 소.. 더보기
거짓 위에서라야 전해지는 진심, 그런 진심이 연속된 하루 <최악의 하루> [리뷰] "긴긴 하루였어요. 하나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겠어요? 그쪽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걸 드릴 수도 있지만, 그게 진짜는 아닐 거예요.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다 솔직했는걸요. 커피, 좋아해요? 전 좋아해요. 진한 각성,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당신들이 믿게 하기 위해서는." 연기를 하는듯, 넋두리를 하는듯, 어쩌다가 홀로 남겨진 은희는 정체모를 말을 내뱉는다. 그녀에겐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다. 현 남친과 전 남친을 한 자리에서 보게 되다니... 하루를 시작할 때는 괜찮았었는데. 우연히 길을 헤매는 일본인 소설가를 만나 아무 꺼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어쩌다가 그녀는 최악의 하루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비단 그.. 더보기
<더 헌트> 집단은 진실, 개인은 거짓이 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오래된 리뷰] 덴마크의 한적한 마을, 루카스는 그곳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도시에서 결혼해 일하고 있던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한적한 고향 땅에는 친한 친구들도 있어서 마음을 다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들 그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의 부담이 없다. 다만 한 가지 그의 마음 속에 부담으로 남아 있는 건 아들 마커스다. 이혼한 아내가 쉽게 아들을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 아들이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데도 말이다. 그런 그에겐 가족 같이 친한 친구 테오가 있다. 테오에겐 딸 클라라가 있는데, 루카스가 유치원에서 보살핀다. 클라라는 걸핏하면 싸우는 테오 부부보다 자상하고 친절한 루카스가 더 좋다. 나이를 떠나 서로 외로운 처지에 있으니 .. 더보기
<역정> 리영희, 그의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지나간 책 다시읽기] 리영희의 조심스럽게 그분을 부르며 시작한다. '리영희'. 2010년 12월 5일, '시대의 스승'이자 '사상의 은사'라 불린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타계했다. 하지만 2주기 즈음인 2012년 12월 4일 김지하 시인이 한 조간신문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쑥부쟁이라며 폄하했고 아울러 그의 사상적 스승이라는 리영희는 깡통 저널리스트에 불과하다고 깔아뭉게버렸다. 이 칼럼은 당시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험난하기 이를 데 없는 굽이진 현대사를 넘어온 그(리영희)의 역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 그의 역정은 그 하루 전 저녁에 열린 리영희 2주기 '해직언론인 복직 콘서트'로 계속 이어졌다. 행사를 주관한 리영희재단은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 .. 더보기
<제보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란? [리뷰] 실화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와 '보여지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화인 만큼 이미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그 테두리 안에서 어떤 울림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보여주기'이다. '보여지기'는 관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즉 타이밍의 문제이다. 관객들이(나라가, 국민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보여주기'는 영화 내적인 부분이고, '보여지기'는 영화 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 , , 은 실화 또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보여주기'와 '보여지기'가 거의 완벽하게 실행된 사례이다. 실화를 중심 뼈대에 두고 큰 틀을 헤치지 않는 하에서 부분적인 사실들을 극적으로 처리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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