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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0여 년만에 들여다보는 '스페인 최초의 미투' <네벵카: 침묵을 깨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01년 3월 26일 스페인 레온주의 소도시 폰페라다, 시의원 네벵카 페르난데스가 수많은 기자 앞에 섰다. 그녀의 긴 성명을 옮긴다. "오늘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이 도시의 시의원 자리에서 사퇴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26살인 저에게도 존엄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 몇 달 동안 직장 동료들과 저의 관계는, 특히 시장과의 관계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친구가 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스마엘 알바레스 시장은 친구 이상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몇 달씩 이어진 거절에도 목적을 달성했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2000년 1월 즈음에는 그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지옥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입니다. 추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시장의 추행은 손수 쓴 메모.. 더보기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라! <폴 위의 그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봉춤'이라고 불리는 '폴댄스'라는 이름의 운동은 곡예의 일종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관능성 짙은 자세와 느낌을 알아 챈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쇼의 일환으로 폴댄스를 가져왔고, 기계체조의 일환으로 일반인이라면 하기 어려운 동작을 주로 연마했으며, 격조 높은 예술성을 지닌 채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일반인 대상으로 한 피트니스의 한 방면으로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폴댄스를 '야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폴댄스 아닌 '봉춤=야하다'라는 선입견을 뚫고 다분히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의한 피트니스로 폴댄스를 대중에 알리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은 할리우.. 더보기
소년에서 소녀로, 그리고 발레리나로의 험한 길 <걸> [신작 영화 리뷰] 벨기에 영화 시장, 자국 영화 점유율은 터무니 없이 낮은 반면 할리우드 영화와 프랑스 영화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강국 프랑스 옆에 붙어 있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할 텐데, 특히 벨기에의 3개 행정 구역 중 하나인 남부의 왈롱 지역이 여러 모로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왔고 받고 있다. 그곳에서 그 유명한 '다르덴 형제'가 태어나 활동했다. 하지만 정작 벨기에 영화는 왈롱이 아닌 북부의 플란데런이 중심이라 할 만하다. 왈롱이 프랑스 영화와의 경계가 모호한 것과 다르게 플란데런은 벨기에 영화의 정체성을 나름대로 확립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벨기에 영화와 감독이 우리나라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많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다르덴 형제와 그의 영화들이 제일 알려졌을 테고, 로 유명한 자코.. 더보기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크셔 리퍼' 이야기의 기막힌 이면 <더 리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지난해 11월 13일 영국에서 소식이 날라왔다. 일명 '요크셔 리퍼'라고 불렸던 피터 서트클리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거부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이미 심근경색과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요크셔 리퍼는 영국 역사상 최악의 살인범으로 손꼽히며, 19세기 전설의 살인마 '잭 더 리퍼'에서 이름을 따올 정도의 악명을 떨쳤다. 1970년대 영국 북부의 웨스트요크셔, 한때 부유했던 그곳은 외부 산업의 유입으로 급속한 쇠퇴를 거듭해 몰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 1975년 10월 끔찍한 범죄 사건이 일어난다. 28살의 이혼여성으로 네 아이를 키우고 있던 '윌마 매캔'이 불과 집에서 140m 떨어진 곳에서 살해당한 것이었다. .. 더보기
이 막장 가족은 불행하지 않다! <애비규환> [신작 영화 리뷰] 대학생 토일은 1년 꿇은 고등학교 3학년생 호훈을 가르치다가 눈이 맞아 임신을 하게 되고 5개월간 숨겼다가 양가 부모님들께 알리며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세워 제출한다. 하지만 토일의 부모님 선명과 태효는 그녀를 지지해 주지 않고 큰 상처를 안기기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호훈의 부모님은 토일의 임신을 축하하며 한참 모자란 아들을 데려가 결혼하라고 종용한다. 갈피를 잡지 못한 토일은 무작정 대구로 내려간다. 대구는 토일이 태어나 어렸을 적 살았던 고향으로, 연락이 끊긴 친아빠 환규를 찾고자 내려간 것이었다. 최씨 성의 기술가정 선생님, 이 단서 하나로 대구의 학교들을 모조리 뒤지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환규와 맞딱뜨리게 되는데, 토일은 정작 고생 끝에 찾은 그를 두고.. 더보기
춥디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길 <부디, 얼지 않게끔> [신작 도서] 한국소설이 짧아진, 정확히 말해 분량과 호흡이 짧아진 역사가 10여 년 된 것 같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세기 IMF 사태의 한복판 1998년에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소설향' 시리즈로 중편 소설들을 선보인 바 있다. 독자는 책 살 돈이 없었고 출판사는 책 만들 돈이 없던 시절의 고육지책이자 혁신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10여 년이 흐른 후 2009년엔 민음사에서 '민음 경장편' 시리즈를 출범했는데, 당시 트위터로 대변되는 호흡 짧은 콘텐츠의 대세화에 발맞춘 결과물이었다. 앞선 소설향은 2006년에 마감했다가 2019년에 부활했고, 민음 경장편은 2012년에 마감했다가 이듬해 '오늘의 젊은 작가'로 이어졌다. 이 두 출판사의 시리즈들 말고도 2010년대 중반 이후 경장편 혹은 중편(이하.. 더보기
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영화 <힐빌리의 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6년 6월, 미국에서 라는 제목의 회고 에세이가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가 처절하기 짝이 없던 시절을 뒤로하고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반 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다. 이 책이 '트럼프 현상'의 현실적이고도 진솔한 분석과 연구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 호황을 구가하다가 불황을 직격으로 맞아 몰락해 버린 공업 지구인 '러스트벨트'의 한가운데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힐빌리(산골마을 백인)로서, 가난과 폭력과 우울과 불안와 소외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삶의 궤적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원동력.. 더보기
지난한 삶이냐, 자유로운 듯 화려한 삶이냐 <이지 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프랑스 칸, 16살 생일을 맞이한 소녀 나이마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선, 방학을 맞이해 게이 친구 도도와 자주 어울리며 함께 연기 오디션을 준비하기도 하고, 엄마가 일하는 호텔 조리실에서 인턴으로 일해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던 와중, 파리에 사는 사촌 언니 소피아가 나이마의 생일도 축하할 겸 놀러왔다.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언니라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소피아는 조금 달라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딱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는 나이마에게도 명품 가방을 생일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성형 티가 많이 나는 얼굴과 노출 심한 옷차림으로, 나이마와 함께 거리를 활보했다. 해변에서는 반나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