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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마약에 취한 듯한 빙의 체험이 10대 소녀에게 남긴 것 [신작 영화 리뷰] 미아는 2년 전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엄마를 잃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지만 미아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여전히 괴로워한다. 아빠한테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에겐 가족 같은 친구 제이드네 가족이 있다. 제이드뿐만 아니라 남동생 라일리와 엄마도 그녀를 품는다. 하지만 우울하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겉돈다. SNS에서 유행하는 '죽은 자의 손'을 통한 귀신 빙의 90초 챌린지를 하기 위해 또는 보기 위해 미아는 제이드를 부추긴다. 우울한 마음을 다스릴 겸 친구들도 사귀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라일리도 따라나선다. 그곳에서 미아는 옛 남자친구이자 지금은 제이드의 남자친구인 다니엘을 만난다. 미아는 호기롭게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내게 말해"라고 .. 더보기
쫓는 피해자와 쫓기는 가해자의 형국이라니... <질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투자 회사를 크게 운영하다가,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갔다가 출소 후 재판을 받고 있는 얄른은 아내 베이가와 함께 에게해의 작은 시골에 온다. 그들 딴에는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자는 의미라지만, 실상은 사람들 눈을 피해 도망치듯 그들을 아는 이가 없다시피 한 곳으로 온 것이리라. 하지만 그들의 크나큰 판단 착오였다는 게 곧 밝혀진다. 안 그래도 경제 붕괴 위기에 처한 튀르키예 전역에 족히 수십 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양산한 야른, 이 작디작은 시골에도 그에게 투자했다가 쫄딱 말아먹은 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제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얄른이라도 죽이고자 한다. 얄른은 신상에 위협을 느낀다. 와중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얄.. 더보기
놀림 받던 과체중 10대 소녀의 피칠갑 복수 또는 구원 <피기> [신작 영화 리뷰] 정육점 집 큰딸 사라는 과체중 때문에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SNS에 사라의 가족을 놀려 놓고 돼지라고 지칭하질 않나, 사람들 이목을 피해 아무도 찾지 않는 외딴 수영장에 와서 홀로 수영을 즐기려 할 때 찾아와 돼지라고 놀리질 않나. 급기야 사라가 물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그물채로 잡아채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다. 사라로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와중에 사라는 자신을 놀리고 위협하는 3인방 중 클라우디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클라우디아가 사라를 놀리는 데 가장 소극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아마도 그들은 과거 한때 친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클라우디아의 남자친구도 함께 말이다. 3인방이 사라의 옷가지를 가지고 가는 바람에 수영복 차림으로 집까지 가야 하는 사라, 힘겹게 가.. 더보기
메뚜기 떼로 형상화한, 극한 상황의 심리 공포 <더 스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남편을 잃고 홀로 큰딸 로라와 작은 아들 가스통을 부양해야 하는 비르지니, 미래의 식량이라 불리는 식용 메뚜기로 활로를 뚫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식용 메뚜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뿐더러, 메뚜기들이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아랍인 친구 카림의 더 큰 도움을 거절할 정도의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버티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어느 날 메뚜기를 키우는 온실 안에서 넘어지고 만 비르지니, 시간이 꽤 흐른 후 깨어나 보니 그녀가 흘린 피를 먹은 메뚜기들의 상태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튼실해지기도 했고 번식에 적극적이어진 것이 아닌가. 실험 한번 해 볼 겸 상처 난 팔을 온실 안으로 들이밀어 .. 더보기
왜 아이들이 처연한 물음을 고민해야 하는가 <흩어진 밤> [신작 영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들이닥친 사람들, 열 살 소녀 수민은 어리둥절하게 지켜만 볼 뿐이다. 한 달만에 집에 온 아빠가 그들을 상대했는데, 반응이 미직쩌근했다. 집이 쉽게 팔릴 것 같진 않다. 수민에겐 네 살 위의 오빠 진호가 있다. 그리고 진호가 닮고자 하는 똑부러지고 능력 있는 엄마도 있다. 오랜만에 한 집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어색하고 집은 팔려야 하는 상황이다. 아빠 승원과 엄마 윤희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곧 따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아이들은 따로 산다는 현상은 바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였지만, 따로 산다는 현상의 본질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아니, 이해할 수 없어 보인다. 도대체 왜 따로 살아야 하는 걸까? 같이 살면 안 되는 걸까? 엄마 아빠는 서로 친하다고, .. 더보기
누가 봐도 재밌을, '전형'과는 거리가 먼 복수극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신작 영화 리뷰] 아내, 딸과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나가 있는 현역 군인 마르쿠스, 3개월을 더 있어야 한다는 소식을 아내한테 전하곤 얼마 안 있어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 사고로 아내는 죽고 딸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둘만 남게 된 마르쿠스와 마틸드, 어느 날 통계학자 오토가 친구 레나르트와 함께 집을 방문한다. 오토는 사고가 벌어지던 순간 마르쿠스의 아내, 딸 바로 옆에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 있던 그가 마르쿠스의 아내에게 자리를 양보해 그와 마틸드는 살았고 그녀는 죽고 말았다. 통계학자로서 이 '사고'가 '사건'임을 간파한 오토는 레나르트와 또 다른 친구 에멘탈러에게 도움을 청했고 죄책감도 들어 마르쿠스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오토는 온갖 자료를 .. 더보기
'소리 내면 죽는다'는 어려움과 본능 억제의 공포 <콰이어트 플레이스> [오래된 리뷰] 2016년부터 매해 센세이션이라 할 만한 인기를 구가한 공포영화들이 선보였다. , , 그리고 까지 이어진다. 관객뿐만 아니라 평론가들한테도 좋은 얘기를 들었다는 점과 독특하면서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군더더기 없는 서스펜스를 선사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의 경우 공포영화라는 협소한 장르에 국한될 수 없을 정도의 깊이를 지니고 있거니와 그에 걸맞는 아우라를 풍기지만, 대부분 오히려 '공포'에 방점을 찍고 극대화한 것도 모자라 협소한 소재를 영화 전체를 총칭하고 설명하는 메인에 올려놓기까지 한다. 실패 없는 훌륭한 방식으로, 모자람 없이 나아감 없이 그 정도만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 는 메이저 영화의 단독 주연급 '에밀리 블런트'와 연기는 물론 각본과 연출도 심심치 않게 .. 더보기
모두가 알 '그날'까지의 지옥 같은 나날들 <저니스 엔드> [리뷰] 지난 11월 11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문명화되었다고 자부하던 유럽의 강대 제국들이 벌인 가장 야만적이고 처참했던 전쟁, 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의 협상국과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의 동맹국 총합 사상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하는 세계 대전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전쟁이라 하면 걸프전쟁, 베트남전쟁, 6.25전쟁, 2차 세계대전 정도가 당장 떠오른다. 1차 세계대전은 너무나 먼 일처럼,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이 전쟁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자국 황태자가 세르비아 왕국의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되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전쟁 기간 대부분을 참호에서의 밀고 당기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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