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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메뚜기 떼로 형상화한, 극한 상황의 심리 공포 <더 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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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스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스웜> 포스터. ⓒ넷플릭스

 

남편을 잃고 홀로 큰딸 로라와 작은 아들 가스통을 부양해야 하는 비르지니, 미래의 식량이라 불리는 식용 메뚜기로 활로를 뚫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식용 메뚜기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뿐더러, 메뚜기들이 짝짓기를 하지 않으며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아랍인 친구 카림의 더 큰 도움을 거절할 정도의 상황이지만, 이대로라면 버티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어느 날 메뚜기를 키우는 온실 안에서 넘어지고 만 비르지니, 시간이 꽤 흐른 후 깨어나 보니 그녀가 흘린 피를 먹은 메뚜기들의 상태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튼실해지기도 했고 번식에 적극적이어진 것이 아닌가. 실험 한번 해 볼 겸 상처 난 팔을 온실 안으로 들이밀어 보는데, 메뚜기 떼가 몰려 들어 그녀의 피를 빨아들인다. 그러니 더 튼실해 지고 번식에도 더 적극적이어졌다. 

 

피를 먹고 자라는 메뚜기의 놀라운 튼실함과 번식력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시키는 비르지니, 피를 대량으로 사들여 메뚜기들에게 먹인다. 그러다가 피를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과연 비르지니는 아무 탈 없이 식용 메뚜기를 잘 키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혹시 피 맛을 알아 버린 메뚜기 떼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까?

 

메뚜기 떼의 공포,  극한 상황의 심리

 

메뚜기 떼는 인류의 식량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로 유명하다. 어마무시하게 몰려 다니는 숫자와 무지막지한 식성에 더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번식력과 엄청나기 짝이 없는 기동성으로, 수많은 나라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끼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익히 알면서도 막을 수 없으니, 공포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스웜>에는 누군가에겐 실존하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겐 말로만 들었던 공포의 대상 '메뚜기 떼'가 주요하게 나온다. 하지만, 메뚜기 떼를 식용으로 키우는 싱글맘 비르지니에겐 다르게 비춰진다. 그녀에게 메뚜기 떼는 공포의 대상 이전에 하나뿐인 희망으로서의 돈줄이고 진정 공포의 대상은 돈 그리고 사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르지니는 메뚜기 떼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것들이 오리들의 먹이가 되고 미래엔 인간의 먹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메뚜기 떼가 적으면 큰 문제다. 그만큼 벌 수 있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일반적인 통념을 반대로 비틀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비르지니의 심리를 그린다.

 

차별과 배척 그리고 소외에서

 

메뚜기 떼에 관한 통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비르지니의 뒤틀리고 절박한 심리 자체가 충분히 와닿는다. 식용 메뚜기로 일상을 겨우 영위하는 것과 별개로, 메뚜기를 키우는 행위 자체가 그녀의 큰딸 로라 일상을 크게 뒤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로라는 학교에서 다름 아닌 엄마가 메뚜기를 키우고 예전에 아빠는 염소를 키웠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다. 심지어 인터넷에 비르지니가 메뚜기를 키우는 조롱하는 영상도 올라온다. 로라는 엄마를 도와주지만 한편으론 도망 가고 싶다. 

 

비르지니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과 별개로, 그녀가 식용 메뚜기를 키운다는 것에 관심을 갖거나 조그마한 온정 또는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아니, 단 한 명만 있을 뿐이다. 아랍계라는 이유로 모두가 배척할 때 그녀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카림 말이다. 이제는 그만이 그녀를 도와주고 있다. 

 

영화에서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음지에서 암암리에 횡행하거나 은은하게 보여지기에 오히려 부각되어 보이는, 차별과 배척의 모습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누군가를 막다른 길목에까지 몰고 가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게끔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결국 크나큰 피해로 돌아올지 모른다.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지만,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가 보다 막대해지는 데에 '기후변화'라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표 심리 호러

 

<더 스웜>은 공포 장르에 속하는 영화이다. '메뚜기 떼'라는 인간 기저에 있는 공포의 대상이 활약(?)하기 때문인데, 이 영화는 피 맛을 알게 된 메뚜기 떼를 양산해 내는 게 뒤가 없는 싱글맘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메뚜기 떼의 사연이 처연하기 짝이 없고, 그 사연이야말로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스토리이며, 그곳으로부터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흔히 생각하기 쉬운, 뱀파이어 식인 메뚜기 떼의 인류 대습격 같은 류의 영화가 아니다. 굉장히 인간 중심의, 심리적으로 천착되어 있는 '심리 드라마'에 차라리 가까울 테다. 그래서 실망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필자처럼 오히려 새로운 발견처럼 생각하는 이도 있을 테다. 그건 아마도 '프랑스 호러(공포, 스릴러)'라는 특성화된 장르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은은하고 은근하고 음습하게 기분을 나쁘게 하는 심리와 감정 기반의 프랑스 호러는,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었는데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티탄>으로 정점을 찍었다.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은 <티탄> 이전 2017년의 첫 장편 연출작 <로우>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더 스웜>도 저스트 필리포트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그의 두 번째 작품을 기다려 본다. 또 알겠는가? 프랑스 호러의 전성기를 이끌 감독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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