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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고통을 짊어지고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다 <회복하는 인간> [한국 대표 소설 읽기] 한강의 한 자매가 있다. 그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니는 화려한 외모에, 건실하고 잘생긴 형부와 결혼해 누구라도 부러워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반면 동생은 평범한 외모에,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고, 신통찮은 전공을 택해 불안정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언니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언니가 동생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매 사이는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지고 죽을 때까지 좁혀지지 않는다. 조만간 언니에게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동생은 그렇게 언니를 보내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 아니, 일부러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마치 그것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자 방식이라는 듯이. '고통'과 '아픔'이라.. 더보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봄날의 영화 <브루클린> [리뷰]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료한 일상을 뒤로 한 채 막연하게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거니와 집과 가족과 일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겠지만, 거기에 인생을 건 절박함과 필사적인 모습이 비춰지지 않을 것이기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 영화 은 대략 그런 정도의 단펵적인 정보를 얻은 후에 본다면, 훨씬 큰 재미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을 짜내는 절박함 대신 공감 어린 성장 스토리가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놀음과 고민 대신 가족과 집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정한 휴먼 스토리가 존재한다. 큰 갈등 없이 잔잔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우울하지 않은,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며 미소까지 .. 더보기
"엄마, 내가 맞더라도 1등을 하는 게 좋아? <4등> [리뷰] 4등은 참 애매하다. 특히 스포츠에선 애매하다못해 잔인하다. 1, 2, 3등만 시상식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는 4등이나 꼴등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4등이라서 다른 누구보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4등이 참으로 잔인한 이유다. '희망고문'이라고 할까. 영화 은 자타공인 수영에 소질이 있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을 면치 못하는, 즉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는 소년 준호의 이야기다. 그에겐 누구보다도 그를 챙겨주고 걱정하고 괴롭히는 극성스러운 엄마가 있다. 그녀에겐 4등이 꼴등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준호가 소질이 있다는 걸 알거니와 하필 4등이기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녀는 어떻게든 메달을 따게 해준다는 코치를 찾아간다. 한편 준호는 왜 1등을 해야 하.. 더보기
끔찍한 고통과 두려움, 죽음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건 '거짓' <이반 일리치의 죽음>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죽음은커녕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할 나이에 죽음을 걱정했던 것 같다. 자그마치 초등학교 5학년 12살 때였다. 아마 어느 정도의 삶을, 되풀이 되는 삶의 연속을 경험해본 나이였을 테니까, 이 삶의 끝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한 때 매일 밤 눈만 감으면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머리에 든 게 많지 않고 생각도 짧으니 죽음에 대한 한 면만, 그리고 한 가지만 물고 늘어졌다. 죽음은 두렵고 무섭고 나쁘고 아프고 피하고 싶은 것, 부정(不淨) 그 자체였다. 그 끝이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니 미처버릴 것만 같았다. 도무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생각하.. 더보기
인간의 구원과 멕시코 역사의 질곡을 짚어보다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서평] 마야, 아즈텍 등의 당대 최고 문명을 이룩하고, 스페인의 일방적 식민지 통치 시대를 거쳐, 미국의 영향을 받은, 다분히 혼합적인 문화 색체를 띠고 있는 나라 멕시코. 그래서인지 멕시코 하면 어딘지 불안하고 위험한 나라라는 편견과 함께, 정열적이고 충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야말로 온갖 것들을 들이부어도 다 녹여버리는 용광로와 같은 나라이다. 우리나라 소설가 구광렬의 는 그런 멕시코의 특징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겼다. 사실 멕시코 소설이나 마찬가지다. 충동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전개, 평화롭지만 불안이 숨 쉬고 있는 공간,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정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 중심에 유학생 강경준이 있다. 소설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유학생 강경준이 어이없기 짝이 없는 이유.. 더보기
<화장> 명백한 의도,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 [리뷰] 임권택 감독에게는 언제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102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로 단성사 단관 서울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흥행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으며, 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예술적으로도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최근에는 조금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흥행 면에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데, 어떤 작품이 100번째 작품인지 알지도 못하는 정도이다. 그의 100번째 영화는 이라고 하는데, 소리꾼 이야기로 13만 명의 흥행 성적을 남겼다. 거장의 작품을 단지 흥행 성적으로 재단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상업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 더보기
미술로 시작해 삶과 예술로 끝나는, 미술 오디세이 [서평] 잡다한 지식에의 욕구, 역사의 재미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미술 분야에도 통용되어, 변변치 않은 이름이나 이론들을 알게 되었다. 서양 클래식을 듣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고흐와 고갱이 어떤 관계에 있었고 프리다 칼로가 다름 아닌 멕시코의 여성 화가라는 것 따위의 지식 정도. 문제는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만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술 앞에서 이성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도 애처롭다. 그래도 어쩌랴. 이리도 인문학적, 아니 잡다한 지식을 주워담을 줄만 아는 것을. 그래도 미술을 대하는 개념이 많이 그리고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어서, 어떻게 접근하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더보기
<퍼펙트 센스> 감각의 실종, 그리고 일찍이 접하지 못한 감동과 공포 [오래된 리뷰] 사랑에 대한 영화, 정말 많다. 사랑에 대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모든 걸 다루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듯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모든 콘텐츠의 핵심이다. 인간은 사랑 만으로 살 수 있는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간은 사랑 만으로 살 수 있고,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뜬금없이 질병 창궐에 대해 말해 본다. 알 수 없는 질병에 관한 영화 또한 무수히 많다. 질병 때문에 인류가 망해가고, 질병 때문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간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 여기에 사랑이 낄 틈은 없어 보인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감각의 실종, 그리고 사랑 영화 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랑'과 '질병'을 소재로 썼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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