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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시를 끝없이 다시 보게 만드는 자리 <고은 깊은 곳> *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 글을 지우지 않고 계속 놔두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가치가 있길 바랍니다. 물론, 요청이 있을 시 바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편집자 일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는지요. 내가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독자들께 읽히는 걸 볼 때, 더 자세히는 길거리에서 내가 만든 책을 누군가가 읽으며 지나가는 걸 볼 때. 저한테는 아직 이 두 상황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러면, 편집자로서 가장 설레는 건 무엇일까요. 위대한 작가의 원고를 책이 나오기 전에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저는 이 상황.. 더보기
파격의 거장 프랑수아 오종의 전환점 <프란츠> [리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가 낳은 작금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갓 20살이 넘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했지만 2002년 에 이르러 그 이름을 알렸다. 그 이전까지 그의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적이 없고, 그 이후로 그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사례만 보아도 어림직잠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뛰어 오른 건 아니고, 1990년대부터 비평계에 그 이름을 드높여 왔다. 그는 매 작품마다 파격적 소재를 기본 장착하고 개성있는 상상력과 풍자를 선사했다. 비평가들이 좋아마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종을 상징하는 건 섹슈얼리티 기반의 욕망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의 작품 이 당대를 대표할 만한 섹슈얼 미스터리라는 점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이 먼저.. 더보기
열두살 샘의 진심어린 고민과 치열하고 고등한 삶의 이야기 <열두살 샘> [오래된 리뷰] 어린 시절, 친구 몇 명을 잃었다. 12살 때 반 친구가 백혈병으로 하늘나라로 갔고, 13살 때 동네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중학생 때는 함께 놀던 다른 반 친구가 무슨 연유 때문인지 기억내지 않는 이유로 죽었다. 12살 때는 증조할머니도 돌아가셨던 것 같다. 그보다 어렸을 땐 외할머니이 돌아가신 모습도 봤고. 그때마다 충격으로 울음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울음은 슬픔이 아닌 공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을 다신 볼 수 없다는 슬픔이 아닌, 내가 죽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공포는 중학생이 되기도 전부터 나를 괴롭혀 온 것 같다. '죽음이 뭐지, 죽으면 어떻게 되지, 죽으면 어디로 가지' 등, 그 어린 나에게 그보다 두려운 건.. 더보기
완벽한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인생 영화' <캡틴 판타스틱> [리뷰] 어딘지 알 수 없는 깊은 숲 속, 누군가가 사슴과 대치하고 있다. 달려들어 사슴의 목을 베는 그. 새카맣게 칠한 얼굴에 뭔가 이루었다는 표정이 읽힌다. 곧 근처에서 숨어 있던 사람들이 나온다. 다들 어리다. 그리고는 어른 남자 한 명이 나와 사슴의 심장을 빼낸다. 사슴을 쓰러뜨린 이의 얼굴에 피를 바르며 심장을 먹게 하곤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식의 말을 건넨다. 숲 속 부족의 성인식 같다. 첫 장면만으로는 영화의 성격을 전혀 알 수 없는 이 영화, 이다. 알고 보니 그들은 한 가족, 아버지와 아이들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 속 부족이 아닌, 숲 속으로 들어간 가족이다. 6명의 아이들은 아버지 '캡틴 판타스틱' 벤의 철처하고 완벽한 통제 교육 하에 훈련, 책읽기, 음악, 토론, 생존.. 더보기
삶과 죽음의 운명, 그 속박을 풀 수 있을까? <줄리에타> [리뷰] 줄리에타는 로렌조와 함께 마드리드의 삶을 청산하고 포르투갈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한 바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마주친 베아, 베아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 딸 안티아의 소식을 듣는다. 12년 만에 듣게 된 딸의 소식에 줄리에타는 포르투갈로의 이주를 취소하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구구절절 풀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그것이 딸을 향한 사죄의 시작인 양. 스페인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는 줄리에타가 딸에게 쓰는 편지와 편지를 쓰는 현재가 교차되는 형식을 취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줄리에타가 있고 감독은 줄리에타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 더보기
많은 이들에게도 이 영화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포레스트 검프> [리뷰] 영화를 몰랐던 10대 시절에 우연히 주옥 같은 영화들을 만났다. 중학교 3학년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에서 공부하다가 잠깐 쉬며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한 . 그들은 아마 영원히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재로 작동할 것이다. '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니?'라고 누군가 물어 왔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는 따로 있다. 때는 중학교 2학년 어느 주말이었던 것 같다. 큰 이모네가 놀러 왔다. 큰 이모 내외는 우리 부모님과는 다르게 영화나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다. 큰 이모부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도서·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너네 혹시 이 영화 봤니? 안 봤으면 오늘 빌려가서 꼭 봐야해"라며 건네는 영화, 였다. 20여 년 전의 장면이지만 아직.. 더보기
떼려야 뗄 수 없는 삶과 죽음, 긍정적으로 접근해보기 <헤피엔딩> [서평] 10년도 훌쩍 넘은 것 같다. '웰빙'이라는 거의 모든 곳에서 쓰였던 적이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시대를 지나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오로지 물질적인 풍요와 성공만을 강요하는 시대를 지나 정신적인 풍요와 성공이 삶의 진정한 척도로 부상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거다. 웰빙의 뜻은 점차 확대 되었다. 이제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이 아닌 '잘 죽는 것'도 웰빙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은 줄 안다. 일명 '웰다잉'이다. 말이 쉬워 웰다잉이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웰다잉이 사회적으로 퍼진 건 '고 김수환 추기경' 연명 치료 중단 판결 덕분이다. 2009년 선종한 그는 병세가 악화되기 .. 더보기
삶이 삶을 지탱하고,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하와이언 레시피> [오래된 리뷰] 하와이 섬 북쪽 끝의 작은 마을 호노카아, 나이 지긋한 미국계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을 듯하다. 느리고 말 없고 태평하다. 딱히 뭘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젋디 젊은 청년 레오가 찾아온다. 그 또한 느리고 태평한 듯하기에 큰 무리 없이 스며든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일하게 된 레오, 곧 동네사람들과 친해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천하태평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된 삶이다. 여자를 밝히지만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만을 바라보며 사는 코이치, 팝콘 기계 옆에 앉아 기계가 돌아가기만 하면 잠을 자는 제임스,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관 주인 에델리, 과묵한 레오의 상사 버즈, 딱딱 맞는 말만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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