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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인생 영화' <캡틴 판타스틱> [리뷰] 어딘지 알 수 없는 깊은 숲 속, 누군가가 사슴과 대치하고 있다. 달려들어 사슴의 목을 베는 그. 새카맣게 칠한 얼굴에 뭔가 이루었다는 표정이 읽힌다. 곧 근처에서 숨어 있던 사람들이 나온다. 다들 어리다. 그리고는 어른 남자 한 명이 나와 사슴의 심장을 빼낸다. 사슴을 쓰러뜨린 이의 얼굴에 피를 바르며 심장을 먹게 하곤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식의 말을 건넨다. 숲 속 부족의 성인식 같다. 첫 장면만으로는 영화의 성격을 전혀 알 수 없는 이 영화, 이다. 알고 보니 그들은 한 가족, 아버지와 아이들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숲 속 부족이 아닌, 숲 속으로 들어간 가족이다. 6명의 아이들은 아버지 '캡틴 판타스틱' 벤의 철처하고 완벽한 통제 교육 하에 훈련, 책읽기, 음악, 토론, 생존.. 더보기
삶과 죽음의 운명, 그 속박을 풀 수 있을까? <줄리에타> [리뷰] 줄리에타는 로렌조와 함께 마드리드의 삶을 청산하고 포르투갈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한 바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마주친 베아, 베아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 딸 안티아의 소식을 듣는다. 12년 만에 듣게 된 딸의 소식에 줄리에타는 포르투갈로의 이주를 취소하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구구절절 풀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그것이 딸을 향한 사죄의 시작인 양. 스페인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는 줄리에타가 딸에게 쓰는 편지와 편지를 쓰는 현재가 교차되는 형식을 취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줄리에타가 있고 감독은 줄리에타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 더보기
많은 이들에게도 이 영화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포레스트 검프> [리뷰] 영화를 몰랐던 10대 시절에 우연히 주옥 같은 영화들을 만났다. 중학교 3학년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에서 공부하다가 잠깐 쉬며 TV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한 . 그들은 아마 영원히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재로 작동할 것이다. '넌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니?'라고 누군가 물어 왔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는 따로 있다. 때는 중학교 2학년 어느 주말이었던 것 같다. 큰 이모네가 놀러 왔다. 큰 이모 내외는 우리 부모님과는 다르게 영화나 음악에 일가견이 있었다. 큰 이모부가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도서·비디오 대여점에 갔다. "너네 혹시 이 영화 봤니? 안 봤으면 오늘 빌려가서 꼭 봐야해"라며 건네는 영화, 였다. 20여 년 전의 장면이지만 아직.. 더보기
떼려야 뗄 수 없는 삶과 죽음, 긍정적으로 접근해보기 <헤피엔딩> [서평] 10년도 훌쩍 넘은 것 같다. '웰빙'이라는 거의 모든 곳에서 쓰였던 적이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시대를 지나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오로지 물질적인 풍요와 성공만을 강요하는 시대를 지나 정신적인 풍요와 성공이 삶의 진정한 척도로 부상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거다. 웰빙의 뜻은 점차 확대 되었다. 이제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이 아닌 '잘 죽는 것'도 웰빙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은 줄 안다. 일명 '웰다잉'이다. 말이 쉬워 웰다잉이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웰다잉이 사회적으로 퍼진 건 '고 김수환 추기경' 연명 치료 중단 판결 덕분이다. 2009년 선종한 그는 병세가 악화되기 .. 더보기
삶이 삶을 지탱하고,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하와이언 레시피> [오래된 리뷰] 하와이 섬 북쪽 끝의 작은 마을 호노카아, 나이 지긋한 미국계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을 듯하다. 느리고 말 없고 태평하다. 딱히 뭘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젋디 젊은 청년 레오가 찾아온다. 그 또한 느리고 태평한 듯하기에 큰 무리 없이 스며든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일하게 된 레오, 곧 동네사람들과 친해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천하태평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된 삶이다. 여자를 밝히지만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만을 바라보며 사는 코이치, 팝콘 기계 옆에 앉아 기계가 돌아가기만 하면 잠을 자는 제임스,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관 주인 에델리, 과묵한 레오의 상사 버즈, 딱딱 맞는 말만 .. 더보기
위대한 예술가 쳇 베이커의 불행했지만 빛났던 시절 <본 투 비 블루> [리뷰] 천재 예술가, 천사와 악마가 양 어깨 위에 앉아 삶을 조종한다. 천사는 신을 대리해 그에게 천재적인 능력을 주었다. 어느 누구도 감화되지 않을 수 없는, 예술적 능력이다. 그런데 예술가에겐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선 그 무엇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그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평생 계속한다. 천사가 아닌 악마가 그 무엇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천사가 준 능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때 악마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악마가 주는 능력은 너무나도 강력하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감당할 수 없기에 무언가가 필요하다. 술이나 마약, 악마를 대리한 것들이다. 위대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불행했던 시절 위대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그는 재즈 음악 역사상 다시 없을 천재 뮤지션인 바, 외모도 출.. 더보기
괜찮은 삶이란? 끊임없이 부딪히고 깨닫고 성장하는 삶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오래된 리뷰] 깐깐하고 꼬장꼬장한 전직 교사 출신 유태인 70대 할머니 데이지, 어느 누구도 그녀를 어찌 할 수 없다.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 불리, 그의 깐깐하고 성깔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 왔고, 바뀌지 않을 거고, 굳이 바뀔 필요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소한 사고가 난다. 차를 끌고 장을 보러 가려다가 기어를 잘못 조작해 사고를 낸 것이다. 불리는 곧 흑인 기사 호크를 고용한다. 가난했던 옛생각만 하며 부자가 된 현재의 모습을 뽐내길 싫어하고, 자신도 유태인으로 차별을 당하면서 흑인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종교에 대한 지나치게 확고한 신념으로 다른 종교(기독교)를 깍아내리는 데이지가 호크를 아니꼽게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가 뭘하든 사사건건 참견하며 .. 더보기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 그들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서평] 여섯 살 때 찾아온 척수성 소아마비, 18살 때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에 '삶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롯이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기에 오히려 삶에 집착하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가 쓴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한다.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으로 삶을 유추하다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작가는 글로 말하며,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화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는 어떤 특별한 뜻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생각해봄직하다. 처음 그린 그림보다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 그가 더 많이 담겨져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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