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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빈 손으로 다시 모여 다시 시작해보자 <컴, 투게더> [리뷰] 오랜만에 한국 독립영화를 본다. 세상을 보는 온전한 하나의 눈, 상대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입맛에 종속되거나 손질되지 않은 날것의 묘미, 그 안에서 일관된 무엇을 발견할 때의 희열, 모두들 거기가 문제라고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자 하지만 결국 보여지는 건 다르게 손질되고 마는구나 생각할 때의 씁쓸함. 나는 그런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일찍이 그 맛을 알아 독립영화의 맥을 짚어 보려 노력했고 그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골라 소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전보다 저조했다. 독립영화 자체가 저조했던 건지, 나의 관심과 반응이 저조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2월에 정도를 소개했을 뿐이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신작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저조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문으로 위로해본다. 그럼에도, 올해.. 더보기
잔잔하지만 날카롭게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아버지와 이토씨> [리뷰] 34세 미혼 여성으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야(우에노 주리 분), 54세 돌싱 남성으로 초등학교에서 급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토(릴리 프랭키 분)와 동거한다.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함께 일한 '패배자'인데, 한 번 두 번 여러 번 먹었고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되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듯하다. 그들 앞에 74세 홀몸으로 꼬장꼬장하기 이를 데 없는 아야 아버지(후지 타츠야 분)가 나타난다. 오빠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는데, 쌍둥이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 시험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새언니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아야 네로 오게 되었다. 아버지를 보더니 기겁 하고 토를 하고 소리도 지르는 새언니 상태를 보니 다른 문제가 있.. 더보기
복싱으로 말하는 아픈 시대의 가족과 희망 <파이터> [오래된 리뷰] 21세기 최고의 복싱 경기로 회자되는 미키 워드와 아투로 게티의 WBU 주니어 웰터급 챔피언 3연전. 긴장감을 유발하거나 청량감을 주는 대신, 처절함을 동반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경기를 보면 스포츠에선 패자는 없고 승자만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서로를 승자로 인정한다. 영화 는 다름 아닌 미키 워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아투로 게티와의 챔피언전을 다루진 않았고, 그 이전까지의 인생역전을 다뤘다. 링에는 혼자 올라가지만 링에 올라가기까지는 절대 혼자일 수 없는 법, 영화는 미키 워드와 그의 가족들을 함께 그렸다. 미키 워드의 복싱 인생에서 형 디키와 엄마 앨리스를 비롯해 가족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감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90년대 중반 로 극찬을 받으며.. 더보기
가족 형태를 고찰하게 하는 숨겨진 걸작 <가족의 탄생> [오래된 리뷰] 2015년을 기준, 1인 가구가 27.2%로 전체 가구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인 가구도 자그마치 26.1%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 경에는 1인 가구가 30% 이상에 육박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는데, 기이하지만 당연한 사회현상이겠다. 이에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어떻게든 1인 가구 시대로의 진입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이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관련 대책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저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또는 이미 선행된 '발상의 전환'이 있다.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받아들였다는 것, 더 근본적으로 '가족'의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게 되었다는 .. 더보기
뜬금없는 복싱 영화, 정작 말하고자 하는 건 사람과 가족과 사랑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오래된 리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다. 연출과 주연은 물론 제작과 음악까지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가 두 번째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힐러리 스웽크에게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모건 프리먼에게 첫 번째(!) 남우조연상을 안겼다는 것도 굉장한 이야기거리다. 이외에도 뜬금없을 수 있는 복싱 소재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굉장히 '전형적인' 라인의 '여자' 복싱이라는 점이 보기도 전에 분위기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 또한 영화가 나오기도 전부터 큰 논란을 일으킨 '안락사' 논란, 가족은 더 이상 '천륜'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일면에 대한 논란은 이 영화가 뚫고 나가야 할 큰 난관이었다. 논란거리로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더보기
천재가 아닌 천재의 환경을 조명한 영화, 그 빛나는 성취 <빌리 엘리어트> [오래된 리뷰]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아이가 온갖 역경을 딛고 성공에 안착하는 이야기, 인류 역사상 가장 자주 되풀이 되는 이야기 구조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이라면 꿈도 꾸기 힘들기에, 일종의 대리만족이라 하겠다. 굳이 보지 않고도 대략을 알 수 있다. 그(또는 그녀)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정작 자신은 모른다. 우연히 눈을 뜨고 그를 이끄는 선생님이 나타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끌려서 시작하고, 점점 더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오래지 않아 역경이 닥친다. 태생적으로 불우한 환경, 주위 사람들의 반대, 스스로에 대한 믿음 철회. 어느새 다시 끌리고 결국엔 모든 역경을 이겨낸다. 결정적으로 그를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반대했던 주위 사람들이 가장 믿음직한 서포터가 된다. 모두의 기대.. 더보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라우더 댄 밤즈> [리뷰] 투철한 종군 사진 작가 이자벨, 그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이다. 남편 진은 그녀의 3주기에 맞춰 기념 전시를 열기로 한다.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큰아들 조나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진과 작은 아들 콘래드가 함께 사는 집,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색하기보다 서먹하고, 서먹하기보다 반목이 존재한다. 이자벨이 죽기 전에도 그랬을까, 이자벨이 죽고 나서일까. 한편, 이자벨의 동료였던 리차드는 이자벨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죽음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그게 도리에 맞거니와 이자벨도 그걸 원했을 거라면서. 조나는 알고 있지만 콘래드는 아직 모르는 그 비밀을, 진은 말하고자 하고 조나는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그 와중에 조나는 엄마에 대한 진짜 비.. 더보기
대상이 잘못된 아메리칸 나이트메어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오래된 리뷰] 남 캘리포니아의 스킨헤드 데릭(에드워드 노튼 분)은 자동차를 훔치러 온 흑인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그러곤 신음하는 그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와 함께 있던 여자친구와 남동생 대니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충격적으로 시작된 영화 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유럽 난민 사태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지 한참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수용할 것인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논란도 엄청 나고 결정도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시점에, 불황에 허덕이는 자국민들은 그 분노를 이주민에게 돌리기 쉽다. 그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오랫동안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오는 모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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