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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멕시코 '죽은 자의 날' 흩어진 모든 것이 모이는 시간 <코코> [리뷰] 픽사, 디즈니, 혹은 픽사&디즈니는 거의 매해 우리를 찾아와 거의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만큼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나날이 완벽해가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살아가는 데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지극한 아날로그적 가치를 선보인다. 그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픽사&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와닿는 연유가 역설적으로 거기에 있다 하겠다. 조금이라도 더 어른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아날로그적인 습성이 남아 있지 않겠는가. 그걸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영화 의 기본은 '가족' '사랑' '우정' '화해' '기억' 등의 가치이다. 는 멕시코라는 이질적이라면 이질적이고 친숙하다면 친숙한 곳의 '죽은 자의 날'이라는 멕시코 전통.. 더보기
이 시대, 우리 청춘들의 이야기 <초행> [리뷰] 결혼한 지 만 2년에 다가간다. 적어도 나에게는 꿈꾸던 결혼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아, 당연하게 생각되어지기 시작한 이 생활에서 때때로 신기함을 느낀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남자'라는 것, 내가 아닌 남자가 꿈꾸던 결혼생활에 가깝다는 건 여자에겐 정반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린 연애 7년 차에 결혼에 다다랐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항상 옆에 있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하고 싶었다. 부부인 건 물론,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또 하나의 나였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있다. 모든 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말이다. 영화 은 연애 7년 차에 접어든 30대 커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선 자연스러운 일일까, 이 정도 시간 동안 .. 더보기
기억은 사라질 거지만 기억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리뷰]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아버지조차 말도 못 할 아기 시절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내가 기억할리는 없다. 그런 할머니가 나는 익숙하고 그런 할머니의 형상이 그려지는 건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었을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아버지한테 전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정확할리 만무하다. 머릿속 어딘가엔 정확한 기억이 있지만 능력 상 꺼내지 못하는 것이든, 애초에 걸러서 기억하거나 어느 한 순간 또는 마지막 순간만 기억하는 것이든, 원본의 기억이 아닌 편집본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마치 역사와 같지 않은가. 사실도출에의 노력을 추구하지만, 영원히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영화 은 기억의 취사선택과 기억의 이어짐이라는 다분히 추상적인 주제를 가장 앞..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잔잔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몬스터 콜> [리뷰] 2년 전 개봉해 찬사를 받은 명품 애니메이션 . 무스타파라는 현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와 사랑 이야기를 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최대한의 시너지로 풀어내었다.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진리의 향연이 90여 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내내 계속되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현자 같은 이(몬스터)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는 애니메이션화되어 이해를 도우며 결국 삶의 진리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가 생각나게 하는 은 다양한 은유의 결정체다. 현재를 기반으로 하되 다분히 판타지, 그것도 다크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이를 가능케 한다. '성장'과 '가족'을 주요 키워드로, 인생과 작별과 마음 등의 키워드가 뒤를 받힌다. 데인 드한이 생각나게 하.. 더보기
부(父)를 부(不)정하는 부(父)성애의 눈물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 [리뷰] 여기 상식 밖의 무리가 있다. 그들은 외곽에서 캠핑카에 생활하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채 그 어떤 구속도 받지 않는다. 그 한 가운데에는 콜비(브렌단 글리슨 분)가 있다. 모든 걸 부정한 채 오로지 아버지의 말씀을 바탕으로, 마치 종교집단의 교주처럼 행동한다. 모두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낄 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니와 그곳이 아닌 곳에선 살 수 없다. 콜비가 이 무리의 정신적 지주라면, 그의 아들 채드(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이 무리의 실질적 리더다. 비록 그 또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그래서 글조차 모르지만, 예의 타고난 카리스마와 대범함은 이 무리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 도움이란 다름 아닌 절도 행각이다. 콜.. 더보기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듯, 삐걱대는 이 가족의 평범함 <에브리바디 올라잇> [오래된 리뷰] 의사 닉(아네트 버닝 분)과 조경사 줄스(줄리안 무어 분)는 각각 낳은 아이들 조니(미아 바쉬이코브스카 분), 레이저(조쉬 허처슨 분)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렇다, 그들은 레즈비언 부부이다. 큰딸 조니는 일찍 철이 든 케이스로 엄마들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녀는 똑똑하다. 반면 작은 아들 레이저는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어서인지 몰라도 의문과 함께 위화감을 지니고 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한다. 조니와 레이저는 아빠를 찾고자 한다. 그들은 누군가가 정자은행에 제공한 정자로 태어났는데, 공교롭게도 닉과 줄스는 한 명의 정자를 받아 임신해 그들을 낳았다. 생물학적 아빠 폴(마크 러팔로 분)을 찾은 그들, 조니는 좋은 느낌을 받은 반면 레이저는 그리 좋은 느낌을 받진 못했다. 이후 조니와 레.. 더보기
망해 가는 일본 영화의 마지막 버팀목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열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긴 역사, 엄청난 제작 편수와 관객수, 질 높은 작품성까지 겸비한 '일본 영화', 하지만 급격한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꽤 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질보다 흥행에 더 초점을 맞춘 결과라 하겠다. 그래도 일본인들의 일본 영화 사랑은 높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본 영화는 여전히 일본의 세계적인 자랑거리인 만화 원작 위주다. 일례로, 그나마 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특급작 가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극장판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렇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현대 일본 실사 영화의 마지막 보루 같은 느낌을 준다. 모든 일본 영화인들이 그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바다 건너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지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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