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리 더 브레이브>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 포스터. ⓒ코리아스크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모티브만 따오고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각색한 유형,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그 사건 안에 충분한 내러티브와 메시지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가 많다. 내용은 같은데 재해석한 유형, 유명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건을 다룬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모티브도 내용도 메시지도 캐릭터도 모두 거의 그대로 가져오되 큰 틀이 바뀌지 않게 영화적 요소들만 가미한 유형, 유명하거니와 논란의 여지도 없고 충분한 내러티브와 메시지와 감동까지 있는 실화를 다룬 경우라 하겠다. 전무후무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더할 나위 없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선사하면 100%이다.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전무후무한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실화를 다뤘다. 불과 5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의 주도인 피닉스에서 북서쪽으로 80마일 떨어진 야넬힐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던 소방대원 19명이 몰살한 사건이다. 이 산불로 9.11 테너 이후 가장 많은 소방대원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닛 마운틴 핫 샷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의 한 장면. ⓒ코리아스크린
크루 7 소방팀, 실력 좋은 소방대원들로 구성되었지만 '핫 샷'이 아니기에 매번 뒷전이다.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다. 팀장 에릭(조슈 브롤린 분)은 단장 두에인(제프 브리지스 분)을 통해 시장에게 직접 부탁해 '핫 샷' 승급 심사를 요청한다. 가까스로 얻은 기회, 에릭은 신입 소방대원들을 모집한다.
브렌든(마일즈 텔러 분)은 일전에 잠깐 소방대원의 꿈을 꿨지만 지금은 마약에 찌들어 사는 약쟁이일 뿐이다. 그는 딸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개과천선의 기회로 크루 7의 소방대원 모집에 지원한다. 에릭은 대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받아들이고, 그는 남들보다 수십 배는 지옥일 훈련과 동료들의 질타를 묵묵히 또 성실하게 이겨낸다.
우여곡절 끝에 '그래닛 마운틴 핫 샷'이 된 크루 7 소방팀, 실력을 인정받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지원을 나간다. 그들은 여지없이 수많은 산림과 집과 사람들을 살려낸다.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들에게서 멀어지는 아픔을 겪는 그들이다. 한편, 애리조나주 야넬힐에서 발생한 산불에 투입되는 그들, 별 거 아닐 거라 생각했던 불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불길로 번지고 마는데... '핫 샷' 크루 7 소방팀은 이를 어찌 돌파할까?
액션보다 드라마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의 한 장면. ⓒ코리아스크린
'핫 샷'은 산불 초기에 방어선 구축을 위해 투입되는 최정예 소방대원팀을 말하는데, 그들은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경계선을 만들고 맞불을 놓아 산불이 더 이상 번지는 걸 막는 임무를 맡는다. 즉, '핫 샷'은 불을 끄는 소방팀이 아니라 불을 막는 소방팀인 것이다. 정녕 최정예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영화는 얼핏 액션을 기반으로 한 재난 영화로 비춰지기 쉽다. 예를 들면,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산불이 엄청난 피해를 입히지만 그에 대항해 획기적인 방법으로 진압에 성공하는 최정예들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온리 더 브레이브>는 그런 방법을 크게 비껴간다. 이 영화는 '드라마'인 것이다.
우리는 이 영화로 소방대원의 일상을 들여다볼 뿐이다. 그저 그들의 일이란 게 매순간 죽음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스펙타클하게 보이고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산불 화재에 투입되어 자신의 일을 한다. '핫 샷'이 되기 위해 수없이 훈련을 받는다. 전장에 투입된 군인들의 전우애 버금가는 우정과 가족들 간의 갈등도 크게 다가온다.
영웅들의 비극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의 한 장면. ⓒ코리아스크린
실화이기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야넬힐 산불에 투입된 '그래닛 마운틴 핫 샷' 팀은 20명 중 브렌든만 제외한 19명이 현장에서 몰살했다. 에릭 팀장이 '휩쓸고 지나가면 세상의 종말 같을 거다. 하지만 숨만 쉬면 산다'고 하며 철저히 방어 훈련을 했음에도, 그들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비극적 실화의 결말이다.
영화는 사실을 알고 봐도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홀연히 떠나버리고 만 대원들에 대비해, 살아남은 브렌든과 몰살한 대원들의 가족들에게 불어닥친 거대한 재앙 같은 슬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으로선 이길 수 없는 대재앙에 스러져 간 영웅들의 살아생전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그들을 제대로 기리고 기억하는 것.
영화 자체는 비록 '전형적'이라는 용어의 큰 개념에서조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런 하자라면 하자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슬그머니 옆으로 치워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묵직하고 진지하며 올곧게 나아가는 느낌이랄까, 최소한 '볼 만하다'는 타이틀 정도는 충분히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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