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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섣부른 추측이 불러온 학교 도난 사건의 기이한 파국 [신작 영화 리뷰] 카를라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으로 새로 부임해 당차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곳에선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민자 가정의 아이 알리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항변까지 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알리를 도둑으로 몰아 놀리기 일쑤다. 교실뿐만 아니라 교무실에서도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카를라는 직접 범인을 잡고자 교무실 자기 테이블에 지갑이 든 외투를 남겨둔 채 노트북 카메라를 틀어놓는다. 나중에 확인하니 지갑에서 소량의 돈이 사라졌고, 카메라를 돌려보니 오렌지색 별 모양의 블라우스를 입은 이가 외투를 뒤지는 모습이 보였다. 둘러보니 교직원 중 누군가가 영상 속 블라우스를 입었다. 행정실의 쿤 선생님이었다. 카를라는 별 뜻 없이 그녀에게 가선 돈을 돌.. 더보기
비출산 동거 커플에게 난데없이 아이가 찾아왔을 때 [신작 영화 리뷰] 첫 작품이 인정받고 곧바로 두 번째 책 제안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신인 소설가 재이, 영어 학원 강사로 5년째 일하며 원장한테 신임을 얻어 분점 원장 자리까지 제안받은 건우는 동거 커플이다. 그들은 비혼, 비출산 커플이기도 하다. 그저 서로만 바라보며 서로를 챙기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어느 날 재이가 몸에 이상을 느낀다. 함께 산부인과로 가서 검사를 해 보니 임신이란다. 12주. 재이는 현실을 부정하며 글 쓰는 일에 매달리려 한다.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우는 당황도 잠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는다. 사실 그는 아이가 생겼으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임도 잘했건만 0.6%의 확률로 임신을 했으니 운명이라고나 할까.. 더보기
인생 후반의 시작에서 그녀가 선택한 마라톤 수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국의 마라톤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는 60세를 맞이해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다시' 하려 한다. 소싯적 28세 때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165km에 달하는 해상을 맨몸 수영으로 건너려 했다가 실패한 도전을 다시 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오래된 친구이자 코치 보니 스톨을 설득해 재도전에 나서려 한다. 하지만 보니는 다이애나에게 나이에 걸맞은, 이를테면 낱말 게임이나 연애, 상담을 권한다. 하지만 털끝만큼의 자기 연민도 없는 다이애나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중무장한 채 보니를 설득시킨다. 이후는 상대적으로 일사천리, 최고의 선장이자 항해사를 찾는다. 구급대원과 바닷생물 전문가도 찾는다.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것이기에 '팀'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출발조차 쉽지 않다.. 더보기
세상을 뒤로한 곳에서 맞이한 세상의 멸망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만다, 클레이 부부는 어느 날 갑자기 뉴욕을 떠나 작고 귀여운 동네로 휴가를 떠난다. 큰아들 아치와 작은딸 로즈가 동행한다. 크고 호화로운 저택을 빌렸는데 모든 걸 만족시켜 주는 외향이었다. 그들은 곧 해변으로 나가 휴가를 제대로 만끽하고자 하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유조선이 들이닥쳐 겨우 도망치고 말았다. 그날 밤에는 부녀가 집주인이라며 찾아왔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연주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전이 되어서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니? 아빠 G.H.가 말하길 시내는 올스톱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딸 루스는 매우 무례한 듯하다. 그런데 아만다 가족도 하루종일 이상하긴 했다. 인터넷이 전혀 안 되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전화도 먹통이고 TV도 안 되었다. 결국 G... 더보기
마피아 두목에서 뉴욕 슈퍼스타까지, 존 고티 vs 사법 당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85년 12월 16일, 미국의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창 들떠 있다. 그런데 맨해튼 한복판에서 난데없이 총성이 울린다. 마피아 두목과 부두목이 사망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뉴욕의 5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인 감비노 패밀리의 두목 폴 카스텔라노와 신임 부두목 토미 빌로티였다. 파장은 컸다. 도시 전체가 들썩였다. 사법 당국과 언론이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같이 범인으로 지목한 이가 있었으니 '존 고티'였다. 감비노 패밀리의 유력한 차기 부두목이었던 그는 카스텔라노가 암살당하자 즉시 두목으로 올라선다. 사법 당국은 고티가 12월 16일 맨해튼 암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봤다. 고티가 유력한 차기 부두목이었으나 빌로티가 되어 버리니 앙심을 품었기도 했겠지만, .. 더보기
은근히 유려한 '중국'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라진 그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중국영화 하면 여전히 '국뽕'이 떠오른다. 현대 중국이 강조하는 국가, 민족, 집단주의 등의 개념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핵심 주제로 삼아 영화를 만들고 국가적으로 지원, 홍보하는 것도 모자라 관객은 역대급 흥행으로 보답한다. 하여 중국 내에선 웬만한 할리우드 흥행 영화의 월드와이드급 흥행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선 힘을 못 쓰는 중국영화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볼 만한 중국영화가 없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졌다. 과거 중국에도 1980년대 이후의 '5세대(첸카이거, 장이모우 등)'와 1990년대 이후의 '6세대(장위안, 지아장커 등)' 감독들이 보여준 반체제적이고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격제지감을 느낀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볼 만한 중국영화.. 더보기
시한부 판정 받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진정한 자아 찾기 <리빙>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오래되지 않은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부서를 이끄는 윌리엄스는 암암리에 '미스터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로 살아가는데, 이를테면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과로 보내 버리고 다시 돌아오면 한쪽에 처박아 버린다. 손에 닿을 거리에 두지만 절대로 손을 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 부서 사람들한테는 물론 아들내미 부부한테도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는 싫으니 뭐라도 하려 한다. 바닷가로 훌쩍 떠나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친구한테 하루를 온전히 맡겨 보기도 하고, 부서의 홍일점이었던 생기발랄한 해리스와 하룻 나절을 함께 보내 보기도 .. 더보기
그녀가 남의 쓰레기를 주워 파헤치는 이유 <너를 줍다> [신작 영화 리뷰] 한지수는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를 통째로 집에 가져와선 하나하나 분류하곤 컴퓨터에 정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단지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악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한 명 보인다. 그녀는 그가 바로 옆집인 705호 사람이라는 걸 파악한 후 곧 쓰레기를 수집해 파악에 들어간다. 그녀가 파악한 그, 강우재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물고기 하나 죽었을 뿐인데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 곱게 포장했으니 말이다. 이후 지수는 우재의 주위를 맴돌며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정확히 한다. 우재로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수는 밀키트 판매 회사에 다니는데 고객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선임인데도 컴플레인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수와 우재 모두 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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