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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세상을 뒤로한 곳에서 맞이한 세상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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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포스터.

 

아만다, 클레이 부부는 어느 날 갑자기 뉴욕을 떠나 작고 귀여운 동네로 휴가를 떠난다. 큰아들 아치와 작은딸 로즈가 동행한다. 크고 호화로운 저택을 빌렸는데 모든 걸 만족시켜 주는 외향이었다. 그들은 곧 해변으로 나가 휴가를 제대로 만끽하고자 하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유조선이 들이닥쳐 겨우 도망치고 말았다. 그날 밤에는 부녀가 집주인이라며 찾아왔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연주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전이 되어서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니? 아빠 G.H.가 말하길 시내는 올스톱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딸 루스는 매우 무례한 듯하다. 그런데 아만다 가족도 하루종일 이상하긴 했다. 인터넷이 전혀 안 되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전화도 먹통이고 TV도 안 되었다. 결국 G.H. 와 루스를 받아들여 지하실에 머물게 했다.

다음 날, 아만다와 루스는 집에 남고 클레이와 G.H.는 각자 차를 타고 외부의 동태와 이웃의 동태를 살피러 나간다. 한편 아치와 로즈는 수영장에서 놀다가 집 앞 숲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챈 건 별로 없었다. 결국 아만다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과연 잘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이상하게 돌아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호함을 표방한 아포칼립스 스릴러

 

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역대급 호평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 <미스터 로봇>의 연출자 샘 에스마일이 연출을 맡았다. 거기에 줄리아 로버츠, 에단 호크, 마허샬라 알리, 케빈 베이컨 등이 출연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넷플릭스의 2023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서 기대를 충족시키며 글로벌 랭킹 1위를 질주하는 중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1위에 걸맞는 영화라고 하기엔 구멍이 너무 많다. 물론 수많은 넷플릭스 흥행 기대작들이 그래 왔지만, 이 정도의 연기파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은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편 이런 류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좋은 점수를 받았을 거라 추측해 본다. 시종일관 뭐 하나 명확한 것 없이 모호한 것들 투성이니 말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아포칼립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자고로 아포칼립스 하면 점차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얼마나 볼 만한가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좌지우지되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아포칼립스 장르보다 스릴러 장르에 천착한 것 같다. 뭐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마음 졸이니 어느새 2시간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실제 멸망의 순간은 이럴 것 같다

 

실제로 멸망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또는 이미 세상이 멸망했다면 상당히 많은 이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아만다 가족처럼 말이다. 여타 대다수 재난 영화들은 전지적 시점으로 세상을 조망한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안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당연한 듯 알게 된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아만다 가족은 세상이 어떻게 된지 알지 못한다. 처음엔 '뭐지? 이상하다' 정도로 그쳤고 시간이 지나도 추측만 할 뿐이다. 하필이면 제목처럼 사람이 싫어 '세상을 뒤로하고' 외진 곳으로 왔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들은 인터넷, 전화, TV 모두 먹통이다. 그런 와중에 G.H. 부녀가 온 건 천만다행인 일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영리한 선택이 아닌 정직한(?) 선택을 했다. 영화 이전에 원작 소설이 모호함으로 일관해 큰 호평을 받았고 영화화하며 그 기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모호함이 글로 표현할 때는 문학적인 힘을 얻을 수 있겠지만 영상으로 표현할 때도 고유의 힘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었을 텐데, 용감한 선택이기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재밌고 괜찮았다

 

결국,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애매하냐가 중요할 것이다. 감독의 선택이 빛을 발했을까, 빛이 바랬을까. 여타 영화들과 다르게 이 영화의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와 기조 자체가 취향을 심하게 탄다. 개인적으로는 '불호'가 아닌 '호'에 가까웠다.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필요 없이 그저 그런 아포칼립스 영화가 아니어서 좋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더 섬뜩해진다고 할까.

 

나아가 영화 후반부는 대부분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부분이 괜찮았다. 더 이상의 연결을 저어하며 세상을 뒤로하고 인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에 왔지만, 결국 최후에는 인간을 찾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잘 표현했다. '결국 사람이다'라기보다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다'가 맞겠다. 

 

세상이 진정으로 뒤숭숭하다. 21세기 한복판에서 전쟁이 연달아 터지고, 예정된 기후 위기가 더욱 빠른 속도로 위협하고, 인구 절벽 현상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세상이 점점 디지털로 통합되고 있으니 디지털 위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현실적인 아포칼립스 영화가 찾아오니 두려울 뿐이다. 더 이상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지나치기만 하기 힘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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