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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비출산 동거 커플에게 난데없이 아이가 찾아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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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나의 피투성이 연인>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포스터. ⓒ디오시네마

 

첫 작품이 인정받고 곧바로 두 번째 책 제안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신인 소설가 재이, 영어 학원 강사로 5년째 일하며 원장한테 신임을 얻어 분점 원장 자리까지 제안받은 건우는 동거 커플이다. 그들은 비혼, 비출산 커플이기도 하다. 그저 서로만 바라보며 서로를 챙기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어느 날 재이가 몸에 이상을 느낀다.

함께 산부인과로 가서 검사를 해 보니 임신이란다. 12주. 재이는 현실을 부정하며 글 쓰는 일에 매달리려 한다.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우는 당황도 잠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는다. 사실 그는 아이가 생겼으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임도 잘했건만 0.6%의 확률로 임신을 했으니 운명이라고나 할까.

재이의 완강함에 건우가 백기를 들고 낙태를 하고자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산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불가능하단다. 결국 건우의 설득에 넘어가는 재이, 아이를 낳기로 한다. 재이는 임신과 글쓰기의 양립을 힘들어한다. 그런가 하면 건우는 학원에서 모종의 일을 겪으며 서서히 부러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이를 가지면서 재이와 건우의 상황이 급격히 흐르기 시작한다. 그들은 따로 또 같이 일도 지키고 임신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을까?

 

비출산 커플에게 출산이 갖는 의미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유지영 감독은 5년 전 개봉한 <수성못>으로 데뷔했는데, 당시 사회 이슈의 최전선이었던 '청춘'을 앞세워 미스터리와 코믹스러움이 뒤섞인 범상치 않은 작품을 내놓았다.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 엿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이후 두 번째 장편을 들고 왔으니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다. 흥미가 돋는 제목이다.

<수성못>의 '청춘'처럼 이 작품도 이 시대 사회 이슈의 최전선 중 하나인 '비출산'을 앞세운다. 유지영 감독의 다음 작품도 그림이 그려지는 바, 당대 첨예한 이슈를 가져와 작품에 녹여내는 작업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슈라는 게 해결이 되든 안 되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잊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니 이슈의 성격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때의 청춘과 지금의 청춘은 또 다르지 않은가.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원제가 현재는 영어제목으로만 올라가 있는 <Birth>였다고 하는데, 시작이라는 뜻도 있지만 출산 또는 출생이라는 뜻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비출산 커플에게 출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려는 작업이다. 한편 현재 제목은 보다 대중적이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소설가 그녀가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이유

 

재이와 건우,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능력을 인정받으며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이 비혼, 비출산 커플에게 아이가 찾아온다. 기적이라면 기적일 수 있겠다. 문제는 재이의 완강한 반대, 그런데 정작 재이 자신의 몸이 문제라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 건우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고 하니 한 번 낳아 보는 걸로.

인구절벽, 출산율 최하, 노동력 급감, 이대로면 멸망 등 출산 관련한 이야기들이 최근 몇 년 새 사회 이슈를 장식하고 있다.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예측들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아이가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점점 많아지는데, 영화 속 재이의 경우 이제 막 꽃 피우기 시작한 커리어다. 주위에서 아이 때문에 커리어가 꺾인 사례를 수없이 봤다.

모르긴 몰라도 재이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를 상정하는 게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너무 납득이 가면 흥미가 반감될 것이고 너무 납득이 안 가면 현실성 없는 판타지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데, 이 영화가 마냥 잘했다고 볼 순 없겠다. 누군가는 이해하기 힘든 지점들이 보인다.

 

출산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

 

이런 류의 영화는 언제든 환영이다. 영화 속 캐릭터의 의중이나 주장이 사회 이슈의 한 부분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 자체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상업적일 수밖에 없는 매체를 통해서도 메이저급 이슈의 자못 마이너한 쪽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 않은가. 건설적인 토론의 일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다름 아닌 건우다. 그는 자신의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지켜야 할 아이에겐, 즉 산모에겐 관심을 덜 쏟는다. 공교롭게도 재이가 아이를 갖고 난 후 일이 잘 안 풀리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감독의 의중이 깊게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비출산 커플에게 출산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건우의 경우에도 빚대 심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이 시대, 어느 때보다 출산을 장려하지만 어느 때보다 출산하기 힘든 이 시대에 출산이 갖는 이미지가 이토록 부정적이라는 걸 보여 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 

 

재이는 출산과 더불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그런가 하면 건우도 출산과 더불어 분점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그 역시 새로운 시작 앞에서 심하게 흔들린다. 아이를 갖고 잘 낳기까지 연인은 피투성이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무사히 낳고 나서는 생전 겪어보지 못한 환희와 힘듦의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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