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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섣부른 추측이 불러온 학교 도난 사건의 기이한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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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티처스 라운지>

 

영화 <티처스 라운지> 포스터.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카를라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으로 새로 부임해 당차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지만 그곳에선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민자 가정의 아이 알리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항변까지 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알리를 도둑으로 몰아 놀리기 일쑤다. 교실뿐만 아니라 교무실에서도 절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카를라는 직접 범인을 잡고자 교무실 자기 테이블에 지갑이 든 외투를 남겨둔 채 노트북 카메라를 틀어놓는다. 나중에 확인하니 지갑에서 소량의 돈이 사라졌고, 카메라를 돌려보니 오렌지색 별 모양의 블라우스를 입은 이가 외투를 뒤지는 모습이 보였다. 둘러보니 교직원 중 누군가가 영상 속 블라우스를 입었다. 행정실의 쿤 선생님이었다.

카를라는 별 뜻 없이 그녀에게 가선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 하지만 쿤은 크게 반발한다. 영상은 확실한 증거가 안 된다고 말이다, 추측일 뿐이라고 말이다. 또한 영상은 사실상 몰래카메라였고 사생활 침해이기도 했다. 카를라는 급기야 교장 선생님한테 영상을 가져가고 교장은 쿤을 불러 추궁한 후 해고한다. 하지만 쿤의 아들이 카를라 반의 모범생 오스카였으니… 꼬여만 가는 사건은 어디로 튈까?

 

교육의 나라 독일의 학교 배경 영화

 

독일은 세계 최선진 경제 대국이지만 학업성취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독일의 교육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런 걸까? 경쟁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한때 주입식 교육의 선두주자였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교육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독일 교육을 선망하지만 따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 영화 <티처스 라운지>는 독일 교육 현장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본다. 지극히 민주적인 교육 시스템, 선한 의지의 좋은 선생님 카를라, 모범생 오스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교내 언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학부모까지 외향적으로 보면 매우 건강하고 건설적이기까지 한 모습이다. 이 중 한두 개라도 갖춘다면 훌륭한 교육 현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2관왕, 독일영화시상식에서 5관왕, 내년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 등 2023년 독일 대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최근 치명적인 사건들로 급격히 흔들리는 교권을 바라보는 의식적 시선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보다 더 진중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사항이다.

 

이상하게 꼬여 가는 도난 사건의 후과

 

시작은 교실 내 절도 행각이었다. 알리가 지목당해 학부모까지 찾아왔지만 범인이 아닌 것으로 판정 났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를 향한 의심을 끊지 않았다. 절도 행각은 교무실까지 이어졌다. 카를라는 선한 의도로 직접 나서서 범인을 색출하고자 했다. 실마리를 잡았고 나름 합당한 추측으로 쿤 선생님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녀는 격렬하게 반응하며 부정했고 아들인 카를라 반의 오스카와 함께 집으로 가버렸다. 결국 그녀는 잘렸다.

다음 날부터 사건이 이상하게 꼬여 갔다. 카를라는 쿤에게 연락을 취해 바로 잡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동료 선생님들에겐 몰래카메라의 사생활 침해로 비난을 받았으며, 학부모들과 반 아이들 그리고 교내 언론에까지 사건의 전말에 관한 해명 요구를 받아야 했다. 그녀로선 할 말이 없었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사실이든 아니든 섣부른 추측으로 쿤 선생님이 내쫓겼으며 오스카가 도둑의 아들로 불리게 했으니 말이다.

신경을 긁는 선율이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다시피 해 긴장감을 해소시킬 시간이 없고, 가지각색으로 카를라를 휘몰아치는 사건의 후폭풍 양상이 숨 쉴 시간을 앗아가며, 표정에 큰 변화는 없지만 찌릿찌릿 꿈틀대는 카를라의 얼굴 근육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누구라도 카를라처럼 행동할 수 있고 나아가 그녀처럼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휘말릴 수 있다.

 

소통 부재와 단절의 공동체

 

주지했듯 이 영화는 곳곳에서 급격히 흔들리고 또 추락하는 교권 문제를 되짚어 보게 한다. 학생들은 카를라를 무시하기에 이르고 학부모들은 카를라를 뒤흔드려 하며 교내 언론은 가짜뉴스로 카를라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려 한다. 하지만 교권 추락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는 아니다. 교권 추락을 포함한 학교에 산적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그 근간에 소통 부재와 단절이 있을 것이다.

카를라와 학생들, 학부모들, 교내 언론, 동료 선생님들 그리고 그들 각자 사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삐그덕 댄다. 서로 섣부른 추측을 남발한 후 사실인 양 퍼트리며 정작 당사자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발화점이라고 할 만한 카를라 홀로 빠르게 정신을 차린 뒤 고군분투해 보지만 여의치 않다. 믿지 않고 단절한 채 막무가내로 진실 아닌 이야기들을 퍼트리고 있을 뿐이다.

비단 학교 내, 교실 내, 교무실 내의 이야기일까. 회사 내, 가정 내, 친구 사이 등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될 양상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철저히 학교 내의 지엽적인 이야기만 다룬 이 영화는 사실 사회 전체를 다룬 것과 다름없다. 소통은 언제나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잘 되질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여 마냥 섣부른 추측으로 일을 키운 카를라를 두둔하고 응원할 순 없겠지만 자신이 한 잘못을 깨닫고 바로 잡으려 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따라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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