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

<금서의 역사> 금지조치 당한 책들의 모든 것 [서평] 시간을 거슬러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로 가보자. 당시 진나라는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국가 통치 체제의 주된 전략으로 받아들여 우민 정책과 함께 법에 의한 획일적인 사회 통제를 실시하였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중국 대륙에 뿌리내려져 온 유가 학문과 사상은 이 체제를 비판하였다.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반대하고 봉건제 부활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진나라의 승상 이사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치를 비판하는 일체의 사적인 학문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관련된 모든 책을 불태우게 하였다. 만약 관련 서적을 소장하고도 신고하지 아니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었다. 또한 불로장생약을 구한다는 방사가 많은 재물을 사취하는 시황제의 부덕을 비난하며 도망을 치자, 시황제는 유생들 수백명을 체포하여 매장해버리.. 더보기
<더 볼> 인간에게 놀이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서평] 20여 년 전 어릴 때 작성했던 일기를 들춰보고 있노라면, 참 다양한 놀이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에야 놀이가 대부분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당시는 몸을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블루마블, 체스, 오목 등의 실내 놀이에서부터 술래잡기, 숨바꼭질, 달리기, 팽이치기 등의 실외놀이까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왜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마냥 재미있어서라고 할까? 그 중에서도 나는 공으로 하는 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다. 수많은 공놀이가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농구, 축구, 야구(발야구도), 피구. 그리고 테니스공을 이용한 캐치볼 정도. 동그란 공을 쫓아 이리저리 달리다.. 더보기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경제민주화' 대신 '정신민주화'를 원합니다 [서평] 지난 해 10월 28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북 페스티벌을 찾은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는 이날 두 권의 책을 집어들었다. 달라이 라마·스테판 에셀의 대담집 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김두식 교수가 쓴 였다. 인류의 진보를 위하여 물질이 아닌 정신을 강조하는 책과 인권 문제를 다루는 책을 고른 안 후보의 안목이 자못 탁월해 보였다. 자칫 쇼맨십으로 비칠 수 있는 행사에서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정확히 집어냈다. 특히 '달라이 라마'와 '스테판 에셀'이라는 두 거목이 만나 정신의 진보에 대해 대담을 나눈 를 선택한 것은 경제만 부르짖는 작금의 대선 진행 과정에서 일말의 빛을 본 듯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거목들의 만남은 여럿 목격되어 왔다. 김대중·김영삼이나 안철수·문재인의 만남과 같은 .. 더보기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건강한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껴보자 [서평] 이런 말이 있다. “그저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곳이면, 그 곳이 곧 집이다.” 집에 대한 소유욕이 적다는 말도 될 테고, 집이란 것이 그만큼 편안하다는 뜻도 될 테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턴가 소유를 넘어 투기로, 편안한 집이 아닌 크고 럭셔리한 집으로, 사는(live) 곳이 아닌 사는(buy) 곳으로 변해갔다. 즐거움은 고사하고 편안함이나 아늑함 또한 느끼기 힘들어졌다.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집을 사든(buy), 집에서 머물든, 어쨌든 우리는 집에서 살고(live) 있다. 추위나 더위, 비와 바람을 막아준다. 우리는 집에서 모든 걸 영위한다. 나의 집이 아닐 뿐, 우린 하루 종일 다른 집들을 옮겨 다닐 뿐이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집은 어떤 형태였을까. 바로 오두막이다. 40만 .. 더보기
<1913년 세기의 여름> 100년 전 유럽 그때 그 시절 [서평]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에릭 홈스봄’은 그의 저서 (까치)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는 1914년부터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1991년까지를 20세기라고 보았다. (혹은 러시아혁명이 시작된 1917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이는 20세기를 전쟁과 혁명과 위기의 시대라고 보는 에릭 홈스봄의 역사관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상으로 20세기인 1901년부터 1913년까지는 어떤 시대라고 규정해야 하는가? 여기 정확히 그 시대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 혹은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 통상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1890년에서 1914년까지의 유럽(정확히는 파리)을 말한다.(스티븐 컨의 (휴머니스트)는 이를 1880년에서 .. 더보기
<더 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에 대한 모든 걸 알려줄 단 한 권의 책 [서평] 손재주 많은 삼촌이 통기타를 치는 걸 어릴 때 본 기억이 난다. 코드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를 만지작 거리시더니 이내 멋지게 한 소절 뽑으셨다. 연주가 시작되자, 삼촌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삼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기타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굉장히 멋있었고, 사람 자체가 달리 보였다. 그렇게 나에게 기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악기가 아닌, 기타리스트가 연주해야만 의미있는 악기로 남았다. 우리집에는 일렉트릭 기타와 증폭기, 스피커가 구비되어 있다. 몇 년 전에 동생이 구입했던 것인데, 지금은 먼지에 쌓여 방 한구석에 놓여 있다. 일렉트릭 기타는 비주택가의 지하실에서 방음장치를 해놓지 않은 이상, 쉽게 연주될 수 없는 비운의 악기이다. 하지만 분명 기타는 오늘날 가장 많이 보급되어 .. 더보기
<카뮈-그르니에 서한집> 불통 시대에 소통의 정수를 접하다 [서평] '문학'이라 함은 언어로 표현되는 모든 예술 및 작품을 일컫는다. 산문·소설·시·희곡 등을 비롯해 일기·수필·편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품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문학을 하고, 문학을 보고, 문학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즉, '소통'하기 위해서다. 내가 지은 얘기를 들려주고 싶고, 남의 얘기를 듣고 싶은 것. 작가가 아닌 일반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문학이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일기·수필·편지 같은 개인적인 소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편지'는 소통에 많은 기여를 한다. 일반적으로, 일방적인 편지는 존재하기 힘드니까. 누가 답변도 없는 편지를 쓰고 싶어 하겠는가? 여기 한낱 편지를 위대한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몇 사람 추려봤다(이들의 편지가 위대한 이유가.. 더보기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반미친북 좌파' 찾기, 너무 쉽죠? [서평] 한승동 기자의 왜 우리나라가 아니고 동아시아인가? (한승동 지음, 마음산책 펴냄)를 처음 접하고 든 느낌은 약간 이해가 안가는 제목이었다. 부제는 '보수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각'이었는데, 추측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책이겠구나 싶었다. 저자부터 찾아보았다. 의 한승동 기자님이었다. 지난해에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분의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이 쓰인 100여 년 전의 상황이 지금 우리의 상황과 닮았다는 논조의 글이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글이었던 기억이 들어, 읽기 전에 이 책에도 믿음이 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아닌 동아시아라는 타이틀에 수긍이 간다. 외세의 침략뿐만 아니라 외세에 엄청난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이기에, 우리나라를 읽는 건 곧 동아시아를 읽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