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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르몽드 20세기사> 20세기 역사의 민낯을 꼭 알아야 한다 [서평] 우리는 21세기의 1/6.5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훗날 21세기를 규정할 때 이 시기는 어떻게 불릴까 자못 궁금하다. 2001년에 역사적인 9·11 테러가 있었으니, 미국에서는 테러의 시대 비슷하게 규정할지도 모른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비약적인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생활 패턴을 바꿨으니 스마트폰의 시대라 명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것은 사실 이 시대를 포괄할 수 있는 성질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경제 위기의 시기는 어떨까? 그나마 가장 이 시기를 포괄할 수 있는 설명인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초반의 시기는, 20세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위에서 말한 테러, 과학 기술의 발달, 경제 위기까지 .. 더보기
<행복한 사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사전 [리뷰] 2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출판계 불황의 늪. 더불어 출판계 종사자들의 위치도 애매해졌다. 여전히 서양에서는 출판편집자가 지식계 전문가 집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가장 큰 이유가 출판편집자로서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점점 팔기 위한 책을 만들게 되고, 지식 종사자라는 타이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전' 출판은 완전히 다른 격이 필요하다. 수집하고 배열하고 창조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 어떤 사전이든지, 이는 출판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빨리 디지털화된 콘텐츠 중 하나이다. 데이터베이트 작업이 주를 이루다보니, 아나로그.. 더보기
<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 흑백 텔레비전 시대에게 바치는 노래 [서평] 초등학생 때(알고보니 1991년)였던 것 같다. 기존의 7(KBS2), 9(KBS1), 11(MBC)번 외에 새로운 방송 채널인 6번이 생겼다. 이름은 SBS라고 했다. 생기고 나서 꽤나 오랫동안 시골에 내려가서는 볼 수 없었던 채널이니, 서울권에서만 나오는 채널이거나 아직 전국적으로 보급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SBS에 대한 이미지는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른 채널의 고루함 대신 톡톡 튀는 맛이 있는 채널, 신생 채널인 만큼 미숙함이 묻어 나는 채널, 무엇이든 과도하게 보여주려는 그래서 열심히 하는 채널, 시청자들의 입맛에 맛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채널 등. 이런 여러 이미지들이 겹쳐져 필자는 SBS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 입장이었다. 조사해보니, SBS는 198.. 더보기
<결혼식 전날> 감동과 반전,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다 [서평] 개인적으로 '단편 만화'를 접한 적이 없다. 한 컷이나 4 컷 만화를 단편이라 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일정 정도 이상의 스토리와 서사가 존재한다는 전재 하에, 단편 만화는 일단 제작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글로만 표현하는 단편 소설과 달리, 단편 만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 한 컷 만으로도 전달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다. 단편 소설은 독자가 상상을 해야 하는 바가 많기 때문에, 단편 소설의 묘미인 '반전'을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 그래서 단편 만화보다는 짧은 몇 컷의 만화가 더 인기가 많으며 활발히 만들어지는 것 같다. '단편 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다 사실상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단편 만화' (애니북스)는 이런 고정관념 아닌 고정관념을 완벽히 상세해주고도 .. 더보기
<족구왕> 유쾌한 분위기와 뻔한 스토리의 시너지 [리뷰] 중학교 2학년 때 족구라는 걸 처음 해봤다. 자발적으로 좋아해서 했던 축구를 제외하곤, 발야구와 피구에 이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축구를 테니스 코트로 옮겨 왔다고 할까? 의외로 재밌었고, 정말 의외로 잘했다. 대회 비슷한 경기였는데, 우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고, 이후 군대에서 하게 될 때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군대에서 다시 접한 족구.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원래 못했던 건지, 소위 '개발'로 통하게 되었다. 내가 찬 공은 어디로 튈 지 나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계급이 오르면서 점점 잘 하게 되었다. 그럼 뭐하나? 이제 슬슬 자신감이 붙고 재미있어 지려니 제대를 하게 되었다. 사회에 나오니 아무도 족구를 하지도 찾..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 [서평] 음악, 미술, 문학, 건축, 조형, 무용 등을 총칭하는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중에서, 건축은 기예를 대표한다. 그야말로 예술로 승화될 정도의 기술, 그 정점에 이른 것이다. 건축은 영어로, '모든 기술의 으뜸' 내지 '큰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그 나라, 민족, 지역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건축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은 정확하다. 서양의 건축은 유럽에 집약되어 있다. 지금이야 여러 나라로 나뉘어 각자의 특성을 구분 짓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양의 건축은 어디에 집약되어 있을까? 단연코 중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동양의 정신을 상당 부분 책임져왔던 중국. 그 중에서도 건축은 한 입으로 베이징의 '.. 더보기
<야간비행> 풍성하게 잘 자란 나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 [리뷰] 외롭고, 힘들고, 억울하고... 이런 감정들은 인간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는 없다. 다만 이해해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이와 함께 헤쳐나가는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찾기 힘든 경우가 아닌, 어쩔 수 없는 경우 말이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외로움과 힘듦과 억울함의 이유를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을 때이다.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때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엄청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가 힘든데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때는 살아가기조차 힘들다. 운전을 잘 못하는 이가 낮에 운전을 하면서 힘드니까 도와 달라고 말하는 것과, 운전을 잘 못하는 이가 밤에 운전을 하면서 누구도에게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 더보기
<위대한 망가> 앞으로 접하기 힘들 것 같은 그런 책 [서평] 얼마 전 동네에서 유일하게 남아 명맥을 유지하던 만화책 대여점이 문을 닫았다. 얼핏 20년 간 그 자리를 지키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곳이었다. 물론 필자에게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곳으로의 발길이 둔해졌다. 무엇보다 매주 소화해야 할 책이 있었고, 같은 책으로서 만화책은 아무래도 멀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인생에서 수천 권에 육박하는 만화를 봐왔기에, 만화가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본다. 만화가 나에게 준 의미를. 무엇보다 만화는 즐거움과 재미를 주었다. 아무리 스토리가 재미없다고 느끼더라도 그 자체로 재미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바꿔 말하면, 만화를 보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외부 세계와 닫힌, 눈으로 보이는 가상의 만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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