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

'제임스 헤리엇'을 아시나요? [편집자가 독자에게] 출간에 부쳐 2년여 전 쯤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책 두 권을 접했습니다. 시리즈인듯 아닌듯 같은 출판사(웅진닷컴)의 같은 저자(제임스 헤리엇), 같은 번역자(김석희)의 책이었죠. 한 권은 2001년, 다른 한 권은 2002년에 나왔더군요. 라는 제목과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동일한 부제인 '수의사 헤리엇이 만난 사람과 동물 이야기'로 책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무지 재미있었습니다. 어쩜 이리 아기자기 하면서 풍성하고 행복하면서 슬프고 긴박하면서 느긋할 수 있는지, 그 모든 것들을 어찌 이리 잘 표현해내는지,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편했던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즉시 국내에 출간된 제임스 헤리엇 책을 모조리 구입해 직원들 모두가 돌려가며 읽고 분석에 들어갔죠. '어떤 식으로 복.. 더보기
천재 시인 이상의 정체, 'B급' 건축가? <경성의 건축가들> [서평]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현재와 과거가 멋지게 어우러진 건축물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이다. 정조의 효성과 개혁 의지가 담긴, 생활 공간으로서의 읍성과 전쟁 대비 공간으로서의 산성 복합 도시이기도 한 화성은, 전통이라는 단단한 지반 위에 서양의 도시 개념을 얹힌 완벽함을 자랑한다. 서울 한양도성의 '사대문'은 또 다른 완벽함을 지녔다. 조선 건국 당시 인의예지의 유교 이념을 고스란히 입혔다.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이 그것인데,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고 보호할 자신감이 엿보인다. 거기엔 어떤 의심도 없고 어떤 반감도 없다. 어떤 혼란도 없을 시대 가치의 구현이겠다. 수원 화성과 서울 사대문이 이처럼 나름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건, 시대의 굳건함과 건축주 또는 건축가.. 더보기
브래드 피트의 미국 붕괴 시나리오, 그 연결 고리 <워 머신> [리뷰]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한복판, 세계 중심의 상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다. 미국 정부는 이를 민간 항공기를 납치한 이슬람 테러단체에 의한 사건이라 규정, 부시 대통령은 이 테러의 배후에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 그가 숨어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경고, 탈레반 정권이 이를 거부하자 침공·함락한다. 이어 반 탈레반 정권인 과도정부를 수립한다. 하지만 미국은 2003년엔 이라크를 침공해 역시 과도정부를 수립하는 등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간다. 전쟁이 8년 차로 접어든 2009년, 스탠리 맥크리스털 4성 장군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강조하며, 병력 증원에 통해 전쟁을 종결시킬 것을 선언한다. 하지만 당시 미.. 더보기
빈 손으로 다시 모여 다시 시작해보자 <컴, 투게더> [리뷰] 오랜만에 한국 독립영화를 본다. 세상을 보는 온전한 하나의 눈, 상대적으로나마 누군가의 입맛에 종속되거나 손질되지 않은 날것의 묘미, 그 안에서 일관된 무엇을 발견할 때의 희열, 모두들 거기가 문제라고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자 하지만 결국 보여지는 건 다르게 손질되고 마는구나 생각할 때의 씁쓸함. 나는 그런 독립영화를 사랑한다. 일찍이 그 맛을 알아 독립영화의 맥을 짚어 보려 노력했고 그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골라 소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전보다 저조했다. 독립영화 자체가 저조했던 건지, 나의 관심과 반응이 저조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2월에 정도를 소개했을 뿐이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신작 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저조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문으로 위로해본다. 그럼에도, 올해.. 더보기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서평] 반려동물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반려인'이 자그마치 1000만에 육박했다고 한다. 직간접적 가족까지 합하면 인구의 절반은 훌쩍 넘을 수치인데,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알고 있다. 나만 해도 평생 반려동물을 옆에 둔 적이 없는데,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내가 신(新) 핵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되고 겁이나는 건, 인간보다 훨씬 짧은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다. 개든 고양이든 평균 수명이 15살 이하이니, 떠나보낸 후의 슬픔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종종 들려오는 '펫로스 증후군'에 의한 반려인의 자살 소식이 결코 남일 같지 않은 이유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겠다. 의외로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2009년에 나온 .. 더보기
소설이란 무엇인가? <이것이 나의 도끼다> [서평] 3년 전쯤 라는 책을 굉장히 의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파리 리뷰'라는 세계적인 문학잡지에서 20, 21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를 인터뷰해왔는데, 도서출판 다른에서 설문을 통해 가려내 단행본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1, 2, 3권 각각 12명씩 소개했고 내가 본 건 1권, 거기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움베르토 에코를 비롯해 무라카미 하루키, 밀란 쿤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있었다. 그야말로 소설가들 위에 군림하는 소설가들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의외였는데, 소설 쓰는 건 '노동'이라는 것이었다. 흔히 소설가를 비롯 예술가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신의 어깨 위에 올라탄 천재의 이미지와는 정반대. 충격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개인적으로 한때나마 소설.. 더보기
비열하고 악랄하게 인종차별하는 심리공포 <겟 아웃> [리뷰]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해마다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래킨다. 그러며 평론가들에게서도 칭찬을 받는다. 아마 1999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이후 등의 대표 시리즈를 지나 등에 이르렀다. 특히 작년이 정점이었던 것 같다. 올해에도 으로 찾아 왔는데, 어김 없이 짧은 러닝타임과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기존과 다른 게 있다면, 시각적으로 무섭다고 할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의 메인 홍보 문구였던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타이틀은 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타이밍을 갖는다면 그 어느 공포영화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여기서.. 더보기
대만 청춘영화 계보에 '병맛' 추가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리뷰]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안다는 영화 , '청춘영화'의 대명사로 사랑과 음악과 시간여행과 반전이 조화를 이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어느 나라 태생인지 아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동양인 것만은 분명한데, 한국은 당연히 아니고 일본도 아니거니와 중국도 아닌 것 같다. 홍콩인 듯 태국인 듯하지만, 정답은 대만이다. 대만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으니 사실 알 만도 하다. 지난해 혜성처럼 개봉해 '왕대륙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위 대박을 낸 또한 대만에서 날아온 청춘영화다. 이 가지고 있던 대만영화 최고 흥행 스코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새로운 전설이 된 작품인데,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 모르게 많은 대만 청춘영화들이 방문했다. 거의 매년 찾아왔는..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