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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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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표지 ⓒ아시아



반려동물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반려인'이 자그마치 1000만에 육박했다고 한다. 직간접적 가족까지 합하면 인구의 절반은 훌쩍 넘을 수치인데,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알고 있다. 나만 해도 평생 반려동물을 옆에 둔 적이 없는데,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내가 신(新) 핵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되고 겁이나는 건, 인간보다 훨씬 짧은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다. 개든 고양이든 평균 수명이 15살 이하이니, 떠나보낸 후의 슬픔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종종 들려오는 '펫로스 증후군'에 의한 반려인의 자살 소식이 결코 남일 같지 않은 이유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겠다. 


의외로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2009년에 나온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책공장더불어), 2014년에 나온 <고마워, 너를 보내줄게>(미래의창) 정도이고, 올해 들어 두 권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어느 유명 소설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아시아)가 출간되었다. 


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책


이 책은 지극히 '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이다. 반려인이 아닌 사람은 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게 기정사실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권리, 즉 동물권이 있고, 동물이 결코 상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 애초에 이 책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은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 두 명의 지은이와 한 명의 옮긴이 모두 반려인이라는 이 책, 그래서 비록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반려인을 두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종일관 반려동물 상실(펫로스) 과정과 극복을 깊이 있게 다루는 와중에, 반려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상실에서 오는 슬픔을 억누르는 대신 소중히 간직하라는 역설이 그 첫 번째다. 온저히 받아들여 치료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점들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심은 성장을 동반하며 회복력, 융통성, 안목이 키워지는 건 물론, 감사하는 능력을 증가시킨다고. 무엇보다 삶의 복합성에 대한 이해가 늘면서 현명함으로 이끈다고 말한다. 


펫로스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웰바이(Well-bye)'부터 '웰다잉(Well-dying)'까지 다루는 놀라운 스펙트럼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직면하며 죽음이 삶의 정상적 일부라는 진실과 죽음이 실패나 재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을 충고한다. 나아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인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이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 작디 작은 웰바이 실용서에서 뜻밖에 삶의 중요한 지침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지침들이 펫로스를 통해 얻어진 것들이지만,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만큼 반려동물과 우리 인간이 밀접한 관계를 영위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런 식의 깨달음이 더 와 닿는 것이다. 


펫로스 증후군에 필수적인 책


그럼에도 이 책은 '안내서'이기에,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이 해야 하는 생각과 행동을 알려주려 하는 본분을 잊진 않고 있다. 펫로스가 부모님을 잃은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안락사를 과감히 지지하며, 반려동물을 잃은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도 전해준다. 장례식, 상담도 적극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 과정을 알려준다. 그러며 반려인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무식한' 호의 내지 막말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중 특별한 몇몇 과정들은 충격적이지만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반려동물과 부모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모자라 반려동물을 더 위에 올려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죽음이 가정이나 일상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매일 이야기하고 만지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반려동물과의 놀랄만한 정서적, 신체적 친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친밀함을 발생시키는데 그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정 이상 동의할 수밖에 없는 논리인 게 분명하다. 그런 한편 다른 대체 반려동물을 언제 어떻게 데려와야 하는지에 대해 모호하고 유보적인 대답을 하는 데에는 조금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판단을 상실의 슬픔으로 극도의 스트레스에 빠져 있는 반려인 당사자에게 맡긴다는 것 아닌가. 거기에 '시간과 친구가 돼라' 따위의 말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펫로스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며 괜찮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반려동물을 잃기 전에 읽고 취할 건 취하고 재고해야 할 건 재고해야 하겠다. 반려인으로서 필수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글만 읽어도 머릿속에 어떤 상(狀)이 그려진다. 그 자체로 치유가 되는 듯하다.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에 감싸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 부드러운 초록이 약해진 잎을 뚫고 하늘을 향해 돋아나고, 오래된 생물의 껍질은 해안을 따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습니다. 소라게가 바다 우렁이가 남긴 회색 나선형 집 속으로 웅크리며 들어갑니다. 게를 보면서, 그의 집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의 쉼터가 됐을까 상상해 봅니다. 신선한 공기, 새의 노래, 부스럭거리는 잎들과 알록달록한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광경과 파도 소리, 연못에서 찰랑이거나 험난한 개울에서 쏟아지는 물소리, 이 모든 것이 자연이 위로해주는 포옹이지요."(본문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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