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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비열하고 악랄하게 인종차별하는 심리공포 <겟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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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겟 아웃>


2017년을 넘어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 역사에 남을 <겟 아웃>.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UPI 코리아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해마다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래킨다. 그러며 평론가들에게서도 칭찬을 받는다. 아마 1999년 <블레어 위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이후 <쏘우> <파라노말 액티비티>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의 대표 시리즈를 지나 <케빈 인 더 우드> <맨 인 더 다크> <위자> <라이트 아웃> 등에 이르렀다. 특히 작년이 정점이었던 것 같다. 


올해에도 <겟 아웃>으로 찾아 왔는데, 어김 없이 짧은 러닝타임과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기존과 다른 게 있다면, 시각적으로 무섭다고 할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컨저링>의 메인 홍보 문구였던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타이틀은 <겟 아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타이밍을 갖는다면 그 어느 공포영화보다 공포스럽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여기서 당장 나가야 해!


크리스가 로즈의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외치고 있다. '여기서 당장 나가!' ⓒUPI 코리아



크리스(다니엘 칼루야 분)와 그의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암스 분)는 함께 로즈의 부모님을 뵈러 간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그곳을 크리스는 꺼린다. 자신은 흑인이고 로즈는 백인이기 때문에. 그에 로즈는 반차별주의자로서의 당당함으로 크리스를 이끈다. 그러며 부모님도 그녀와 뜻을 같이하는 진보적 개념의 소유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크리스는 일말의 불안감과 로즈를 향한 신뢰감을 간직한 채 부모님을 봰다. 


흑인인 자신을 따뜻하게 반겨주는 로즈의 부모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크리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다음날 손님들이 대거 찾아온다는 게 아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파티라고 한다. 뻘쭘하게 여기저기 오가는 크리스, 다들 그를 호감있게 대해서 다행인 것 같다. 그 와중에 흑인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런데 그들의 말말이 거슬린다. 마치 자신을 근사한 상품처럼 대하는 듯한... 그건 이 비극의 서막이다. 


'get out', '나가' 혹은 '꺼져' 정도가 되겠는데 여기선 '나가'라는 뜻이 알맞을 것 같다. 그 집에서, 로즈 부모님의 집에서 당장 나가야 한다는 말이 않을까 싶다. 그건 크리스의 흑인 경찰 친구가 애초부터 원했던 바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던 거다. 로즈를 향한 신뢰감보다 일말의 불안감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단 말이다. 


비열하고 악랄한 인종차별


이토록 비열하고 악랄한 인종차별 수법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차라리 대놓고 해라. ⓒUPI 코리아



영화는 비열하고 악랄한 인종차별 수법을 보여준다. 여기엔 두 층위가 있는데, 소위 진보적이라고 하는 반차별주의자들까지도 은연 중에 행하는 뼛속깊은 차별과 흑인 만이 가지는 우월한 육체적 스펙을 향한 선망과 질투의 반작용으로서의 차별이 그것이다. 둘 다 우리가 흔히 인지하고 있는 차별과는 결이 다르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불고 있는 인종차별 이슈에 편승한 영화들의 레토릭과도 결이 다르다. 


사실 크리스와 로즈가 로즈의 부모님 집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도 뼛속깊은 차별과 불길한 낌새를 느낄 수 있다. 사슴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 나와 치어 죽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처참한 몰골이 주는 형상에서 '흑인' 크리스가 느끼는 바를 알 수 있다. 육식동물들에 둘러싸인 초식동물 한 마리랄까... 그 때문에 온 백인 경찰이 운전자 로즈가 아닌 조수석에 앉은 '흑인' 크리스의 신원 조회만 하려는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굳이 사건다운 사건이 터지지 않아도, 그 징조만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하게 하고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맛봐왔던 '무슨 큰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아니다.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흑인 인종차별에 관한 일인가 터질 거라는 걸. 문제는 '어떻게'다. 어떻게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며,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말이다. 결과는 심리적 공포, 즉 '불편'이었다. 견딜 수 없이 기분이 더러웠고 불편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도는 한계를 넘어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심리만으로 선사하는 극강의 공포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는 <컨저링>이 아니라 <겟 아웃>이다. 정녕 극강의 심리공포를 맛볼 수 있다. ⓒUPI 코리아



작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두 공포영화가 있는데, <라이트 아웃>과 <맨 인 더 다크>다. 둘 다 '빛'을 이용해 극강의 공포를 선사했는데, 앞엣것이 말그대로 햇빛의 빛을 이용했다면 뒤엣것은 빛을 볼 수 없는 눈 먼 상태와 빛이 들어오지 않는 폐쇄된 공간을 이용했다. 시각적, 감각적인 것들이라 온몸에 반응이 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들은 카메라 워킹과 조명과 캐릭터의 액션에 힘을 실었다. 


반면 <겟 아웃>은 오감이 아닌 '심리'만으로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대사가 주는 일반적 맥락 뒤에 교묘히 숨어 있는 말과 동작과 생각, 들춰진 숨기고 싶은 기억 등이 주요하게 비춰진다. 그렇게 주어진 공포는, 즉각적이지만 지워질 공포가 아닌 영원히 남아 괴롭힐 것만 같은 진한 공포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배경음악과 대사와 캐릭터의 표정, 동작에 힘을 실었다. 


외국(서양)에서 잠깐 살았을 때 몇 번인가 직접적인 인종차별 발언과 행동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런 식으로는 상상 속에서도 당하기 싫다. 이 뿌리깊고 변태적이기까지 한 차별의 시작은 어디이고 끝은 어디일까. 영화적 설정이길 바라지만, 더욱 충격으로 다가오는 건 그들이 백인우월보수꼴통이 아닌 코스프레일지라도 백흑평등진보반차별주의자라는 것이다. 


여전히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를 현존하는 가장 핫하지만 일회성인 장르에 접목시키는 솜씨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코미디 배우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조던 필레 감독의 자그마치 데뷔작이라 하니,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본업으로 돌아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캡틴 언더팬츠> 목소리로 찾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