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열전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국현대사에서 철저히 배제된 주변부 이야기 <민주주의 잔혹사> [서평] 대학 시절, 1학년 때는 영문과였다. 당시 교육정책으로 1학년 때는 과를 고를 수 없었기에 임의로 그렇게 된 거였다. 2학년 때 비로소 과를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중문과를 지원했다. 지원동기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황당하기 그지 없다. 중국의 황제가 그 이유였다. 황제라는 궁극의 존재가 멋져보였던 거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역사상 수많은 나라의 흥망성쇠와 수많은 위인들의 분골쇄신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지금에야 깨닫고 있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된' 시선이다. 그저 알려진, 승리한, 주류의 이야기들만으로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안다고 설치는 꼴인 것이다. 지금에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대학교 2학년 때 들었던 교양 수업이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교수님.. 더보기 아름답게 보여주는 나의 이야기, 현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 <목소리의 형태> [리뷰] 일본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철학적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대하고 집요하다.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우주 서사시 시리즈나 일관되게 자연과 인간의 대결과 화해의 주제를 내놓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들, 거기에 를 필두로 하는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의 철학으로의 집요한 접근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일본 애니메는 미국 그래픽 노블이 선보이는 '작화보다 텍스트'를 추구하진 않는다. 대단히 철학적인 주제로 나아가는 만큼 일본이 자랑하는 극도의 비현실적 '예쁜' 작화와 대중적인 소재를 채택한다. 자칫 조화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부터 그토록 상반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기에 정립이 되어 있다고 하겠다. 우린 올해 초에 그 한 정점을 보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다. 예쁘기 그지 없는 작화.. 더보기 잔잔하지만 날카롭게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아버지와 이토씨> [리뷰] 34세 미혼 여성으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야(우에노 주리 분), 54세 돌싱 남성으로 초등학교에서 급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토(릴리 프랭키 분)와 동거한다.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함께 일한 '패배자'인데, 한 번 두 번 여러 번 먹었고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되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듯하다. 그들 앞에 74세 홀몸으로 꼬장꼬장하기 이를 데 없는 아야 아버지(후지 타츠야 분)가 나타난다. 오빠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는데, 쌍둥이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 시험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새언니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아야 네로 오게 되었다. 아버지를 보더니 기겁 하고 토를 하고 소리도 지르는 새언니 상태를 보니 다른 문제가 있.. 더보기 소설 같지 않은 소설,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이유 <82년생 김지영> [서평] "김지영 씨는 우리 나이로 세른네 살이다. 3년 전 결혼해 지난해에 딸을 낳았다. 세 살 많은 남편 정대현 씨, 딸 정지원 양과 서울 변두리의 한 대단지 아파트 24평형에 전세로 거주한다. 정대현 씨는 IT 계열의 중견 기업에 다니고, 김지영 씨는 작은 홍보대행사에 다니다 출산과 동시에 퇴사했다. 정대현 씨는 밤 12시가 다 되어 퇴근하고, 주말에도 하루 정도는 출근한다. 시댁은 부산이고, 친정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김지영 씨가 딸의 육아를 전담한다. 정지원 양은 돌이 막 지난 여름부터 단지 내 1층 가정형 어린이집에 오전 시간 동안 다닌다." (본문 9쪽) 소설 (민음사)의 첫 단락이다. 이 소설의 축약이자 주인공 김지영 씨의 이때까지 삶의 축약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재를.. 더보기 '맥도날드'의 진짜 설립자는 누구인가? <파운더> [리뷰] 고백하건대, 프랜차이즈 중에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가장 선호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욕하면서도 가는 곳이다. 가장 상업적이기 때문일 텐데, 또 가장 대중적이기에 찾을 수밖에 없다. 일단 다른 어느 곳에 비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적정 수준의 '가격'도 한몫 한다. 어딜 가든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보다 '버거킹'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버거킹'은 엄청 비싸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또 있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맥도날드 역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끼친 '레이 크룩'과 스타벅스 역사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끼친 '하워드 슐츠' 말이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시작'한 이들이 아니다. 본래 운영되고 있던 맥도날드.. 더보기 여자와 여자의 사랑...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 <그 여름> [서평] '동성애' 이슈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지만, 지난 4월 25일 4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대한 문재인 후보의 확고한 대답에 대선 주요 이슈를 넘어 사회 전체 이슈가 되었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고,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하지만, 동성애 차별은 반대한다는 대답. 감히 말하지만, 위 세 말은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어찌 동성애를, 사람과 사람의 사랑을 좋아하거나 하지 않거나 반대하거나 반대하지 않거나 하는 범주 내에서만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동성애 차별 또한 동성애를 특별 취급한 말이다. 동성애건 이성애건 어떤 차별에도 반대한다는 대답이 맞지 않은가, 싶다. 동성애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동성애 코드 콘텐츠를 봐왔.. 더보기 책이 아닌 작가를 편집하는 편집자여야 한다 <지니어스> [리뷰] 난 출판편집자다. 주로 소설을 많이 다루었는데, 결코 '잘 나가는' 편집자가 되진 못한다. 내가 만든 책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출판사와 저자를 기쁘게 해준 적이 없다. '유능한' 편집자라고 묻는다면,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다. 괜찮은 책조차 되지 않을 형편 없는 원고를, 괜찮은 책으로는 만들어낸 경험이 다수 있으니까. 그럼 '좋은' 편집자라면? 답하기가 어렵다. 먼저 좋은 편집자가 뭔지 아직 잘 모르니까 말이다. 당장 생각나는 건, 저자의 삶과 나아가 세상까지 옳은 방향으로 바꾸는 원고(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게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편집자. 유명한 저자와 함께 하면서도, 무명의 저자를 들여다볼 줄 아는 편집자. 무엇보다 독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편집자. 영화 는 2.. 더보기 웨스 앤더슨의 거의 모든 것 <웨스 앤더슨 컬렉션> [서평] 2014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 영화 역사상 '가장 예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어느 누구도 한 번 보면 눈과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영화였다.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을. 엄청난 감독들이 많지만, 그는 단연코 눈에 띈다. 나는 웨스 앤더슨 영화를 얼마 전 으로 처음 접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을 보았다. 그의 최근작 두 편을 본 셈인데, 어쩐지 그 이전 작들은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너무나도 예쁜 영화들이지만, 모두 비슷하게 너무나도 예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책 한 권으로 다시 마음이 바뀌었다. 그의 모든 작품(20년 동안 불과 8편이다!)을 보고 싶어진 것이다. 인터뷰를 .. 더보기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