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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위대한 실화가 전하는 가족, 동물, 유대인을 향한 무한 애정의 의미 <주키퍼스 와이프> [리뷰] 흔한 소설의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또는 '기-승-전-결'을 소설을 위시한 콘텐츠들에서 그대로 발현하는 건, 이제 식상하다 못해 능력의 부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참신한 걸 원하는 이 시대에 형식의 파괴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보수(변하지 않는 것)에 가깝고 보수가 편한 인간의 성향에 부합하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구성과 형식이다. 주제와 소재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경우엔 더욱 그러할 것이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도 최고의 화두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는 샛길로 새면 안 되는 성역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열연한 는 동물을 향한 무한애정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비당사자이지만 가장 위험하게 관련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정면으로 바라.. 더보기
문소리가 전하는 여성의 현주소, 여배우의 현주소, 영화의 현주소 <여배우는 오늘도> [리뷰] 모든 콘텐츠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 그녀, 그들, 우리, 너도 모두 '나'이다. 그래서 창의적이고 참신하고 독특하고 전에 없던 이야기들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놀랍도록 황홀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궁극적으로 '보편타당'을 지향하는 것이다. 아니, 굳이 지향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거기에서 출발해 거기로 나아간다. 글쓰기의 기본이라 하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이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끝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자서전 정도가 될까? 이를 영화로 옮겨보면 어떨까. 연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자신을 돌아보는, 그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부분을 영화로 만드려 할 것이다. 올해로 18년차 '여'배우 문소리, 한국을 넘어 세계에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다. 하지만 본..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아슬아슬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천재의 영화 <시인의 사랑> [리뷰] 제주도 토박이 시인(양익준 분)은 등단만 했을 뿐 동인 합평회에서 심심찮게 까이는 수준의 재능을 지녔다. 겨우 방과후교실 선생님으로 활동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시인으로서의 능력도 없고 가장으로서의 능력도 없다. 대신 가정을 이끌다시피하는 아내(전혜진 분)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해서 늦은 나이가 걱정되어 병원에 갔는데, 아내의 노산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시인의 정자감소증이 문제가 된다. 급기야 남자로서의 능력도 없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능력과 의욕 상실의 시인은 어느 날 아내가 건네준 도넛을 먹고 눈이 번쩍 뜨인다. 환상적인 도넛 맛에 감동을 금치 못한 것, 매일 같이 동네에 새로 생긴 도넛 가게로 달려가 도넛을 무지막지하게 먹어댄다. 그 힘 덕분일까? 동인 합평회에.. 더보기
21세기에 되돌아보는 '진정한' 20세기 <우리의 20세기> [리뷰] 1979년 미국 서부 산타 바바라, 약관 15세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 분)는 40살 많은 엄마 도로시아(아네트 베닝 분)와 함께 산다. 하숙하는 사람이 둘 있는데, 20대 애비(그레타 거윅 분)와 40대 윌리엄(빌리 크루덥)이 그들이다. 그리고 매일 같이 제이미 방에 몰래 놀러와 자고 가는, 제이미의 친구 17세 줄리(엘르 패닝 분)가 있다. 각자 소소한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그들, 제이미 덕분에 또는 때문에 뭉친다. 제이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도로시아가 혼자서는 자신이 없으므로 애비와 줄리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제이미를 보살펴 주고 가르쳐 주라고 말이다. 즉, 제이미를 함께 키우자는 뜻이었다. 애비와 줄리는 지극히 열려 있는 여성으로서 남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 더보기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보이자, 공유하고 공감하자 <감정 시대> [서평] 요즘 어떠냐고 묻는 말에 '괜찮아' 정도의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듣기도 매우 어렵다. 난 대체로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가족끼리 종종 진지한 자리를 가지는 자리에서도 그런 대답을 자주한다. 문제는,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데 있다. 그저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가 왜 불안할까. 비단 나뿐만 그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걸까. '불안'말고 다른 느낌이나 감정은? 역시 부정적일까, 혹은 긍정적일까.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정시대'라는 주제로 지금 한국 사회를 떠도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윌북)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대략 6개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미래에 대한 .. 더보기
한 편의 완벽한 정통고전추리소설 <인비저블 게스트> [리뷰] 성공한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은 불륜녀 로라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몰린 상황이다. 아드리안은 극구 부인하지만, 로라가 살해된 호텔방에는 아드리안밖에 없었고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거나 나간 흔적이 전혀 없었다. 아드리안은 완벽한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버지니아를 선임해 난관을 타개하고자 한다. 버지니아는 오자마자 심각한 사항을 들이민다. 검사가 사건을 반전시킬 만한 증인을 확보했고 3시간 안에 출두해 증언을 할 거란 얘기였다. 아드리안은 진실을 말했다고 하며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주장하지만, 그녀는 더 자세하고 진실된 얘기를 원한다. 아드리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모든 걸 이미 알고 왔다는 듯이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곤 아드리안에게 압박을 가하며 감옥에 가기 싫거든 절대 거짓말.. 더보기
아픔과 슬픔의 설원... 그럼에도 희망의 작은 불씨 <윈드 리버> [리뷰] 2015년 , 2016년 로 칸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테일리 쉐리던. 그는 이 두 편의 웰메이드 영화 각본을 책임졌다. 아무래도 영화 스텝 중에선 연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텐데, 각본이 각광받는 영화가 종종 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한 경우가 그렇다. 테일리 쉐리던이 다시 1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화로 찾아왔다. 이번엔 각본에 더해 연출까지 책임진 다.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윈드 리버'라는 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그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이거니와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다. 8월까지 눈이 내려 쌓인다. 아무래도 사건이 단순히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할듯, 상징과 비유가 보는 이의 머리와 가슴을 뒤흔들고 후벼팔 것이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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