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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좋은 만듦새의, 균형감 상실의 진실 오도와 망상 <빅토리아 & 압둘> [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는 절대 없는, 아니 어느 면에서는 수준급의 모양새를 보이는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는 참으로 애매하다. 하지만 그 영화가 그 모양새를 앞세워 사실을 보여주되 진실을 오도하려 할 때는 더 이상 애매하지 않다. 철저히 까발리고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모양새 좋은 영화야말로 영화의 본연, 즉 '보여주기'에 충실한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건 요즘 영화에서 어찌 보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건 옳은 말도 아니다. 결국 알맹이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스토리텔링 말이다. 스토리텔링은 그저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다. 거기엔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가 담.. 더보기
두 형제의 희비극적인 뉴욕 탈출기 <굿타임> [리뷰]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닉과 그의 형 코니(로버트 패틴슨 분)는 뉴욕 탈출의 꿈을 꾸며 가면을 쓰고 은행을 턴다. 똑똑한 코니의 기지로 큰 소란 없이 무난하게 성공하는 듯했지만, 은행원의 기지로 엉망이 된다. 이내 닉은 경찰에 잡혀 구치소로 향하고, 코니는 닉을 꺼내오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의 돈 많고 나이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돈을 뜯어내 동생을 가석방시키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동생이 구치소에서 심하게 구타당해 병원에 있다는 걸 알고는 몰래 빼돌리려다가 실패한다.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 그는 이 실패의 굴레에서 탈출해 성공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코니는 어쩌다가 유대인 범죄자, 마약쟁이 미성년자와 동행한다. 그들은 하는 짓과는 다르게 허세조차 느껴지지 않은 찌질함을 풍기는데.. 더보기
과알못을 위한 완벽한 과학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 [서평] 자타공인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손꼽는 책, (뿌리와이파리). 해가 넘은 지금에서야 접했다. '과알못', 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아도 재미있고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한 책이 분명하다. 저자는 태블릿 펜을 산 겸으로 '만화나 그려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는데, 책에서 소개한 몇몇 인물들의 위대한 발견의 이면과 맞닿아 있어 흥미롭다. 나는 문과생으로, 명명백백한 과알못이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화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에서 기억나는 건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인백금' 주기율표 정도이다. 문제는 주기율표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는 것이고, '칼카나마~'가 어떤 것의 줄임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알못의 고백은 이쯤에서 접는다. 대신, 역사와 위인 이야기는 좋아한다. 고로 과학.. 더보기
이 시대, 우리 청춘들의 이야기 <초행> [리뷰] 결혼한 지 만 2년에 다가간다. 적어도 나에게는 꿈꾸던 결혼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아, 당연하게 생각되어지기 시작한 이 생활에서 때때로 신기함을 느낀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남자'라는 것, 내가 아닌 남자가 꿈꾸던 결혼생활에 가깝다는 건 여자에겐 정반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린 연애 7년 차에 결혼에 다다랐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항상 옆에 있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하고 싶었다. 부부인 건 물론,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또 하나의 나였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있다. 모든 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말이다. 영화 은 연애 7년 차에 접어든 30대 커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선 자연스러운 일일까, 이 정도 시간 동안 .. 더보기
우리에게 일제강점기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35년> [서평] 박시백의 고우영 화백의 지극한 작가주의 대하역사만화는 1970~90년대 만화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가장 이름이 드높은 듯한데, 는 그만의 독특한 해석과 개입이 돋보인다. 그 덕분에 우린 한국사와 중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박시백 화백은 고우영 화백 이후 끊겼던 대하역사만화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린 이 대표적인데, 무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서술 와중에 자신만의 시선을 유지하였다. 어찌 보면, 철저한 고증과 전달이야말로 진정 견지해야 할 '시선'이 아닐지. 그가 이후 4년 여만에 들고 온 만화는 다름 아닌 (비아북)이다. 1910년 조선 왕조가 막을 내린 후 1945년까지 35년 간 이어진 일제강점.. 더보기
사랑과 시공간을 내보이는 '감각'의 절정 <고스트 스토리> [리뷰] 한적한 교외의 작은 집에서 단란하게 둘이 살아가는 작곡가 C와 M. 어느 날 집 앞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뜬 C. 그는 영안실에서 유령이 되어 깨어나 돌아다닌다. 그러곤 당연한듯 집으로 향하고 M을 지켜본다. M은 C, 그리고 C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며 견뎌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M은 새로운 사랑을 하고 그 사랑 역시 상실한다. 급기야 M은 집을 떠나고 C는 홀로 남는다. 집은 계속해서 새로운 주인들을 맞이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도 C는 계속 그 집을 지킨다. 아니, 그 집에서 M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모르는 걸까. 한번 떠난 집에 그녀는 결코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그녀는 올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그는 그 집과 함께 끝을 알 수 .. 더보기
삶은 언제,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패터슨> [리뷰] 짐 자무쉬의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를 말함에 있어 '짐 자무쉬'를 언급하지 않는 건 결레다. 그렇지만 1982년 로 센세이션한 데뷔를 한 이후 시종일관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 위대한 예술가를 난 잘 모른다.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 정식 개봉한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이유가 이유라면 이유겠다. 2017년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좋은 영화 중 하나라 만평할 만한 을 빗대어 간단히 언급하자면, 짐 자무쉬는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세계에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삶'에서 예술을 건져올리고 아름다움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영화 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에 사는 버스기사 패터슨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버.. 더보기
'우리'가 바꾼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1987> [리뷰] 소름끼친다. 먹먹하다. 분노가 인다. 답답하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감정들이다. 이미 사건의 큰 얼개와 결과를 다 알고 있지만 이런 감정들이 들어와 마음을 헤집는 걸 막을 순 없었다. 2017년의 대미를 장식했던 장준환 감독의 에 대한 감상평 아닌 감정평이다. 영화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3년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일명 '정치 영화'들과 맥을 함께 한다. 개중 상당수의 영화들이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하며 국민의 염원을 재확인하는 데 일조했다. 은 그 정점에 서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1980년의 5.18만큼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들이 1987년에는 잇달아 터졌다. 장준환 감독은 필모 통상 채 5편의 장편도 연출하지 않았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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