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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들여다보고 내보이자, 공유하고 공감하자 <감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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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감정 시대>


<감정 시대> 표지 ⓒ윌북



요즘 어떠냐고 묻는 말에 '괜찮아' 정도의 긍정적 답변을 하기도 듣기도 매우 어렵다. 난 대체로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편인데, 가족끼리 종종 진지한 자리를 가지는 자리에서도 그런 대답을 자주한다. 문제는,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데 있다. 그저 불안전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할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미래가 왜 불안할까. 비단 나뿐만 그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걸까. '불안'말고 다른 느낌이나 감정은? 역시 부정적일까, 혹은 긍정적일까.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정시대'라는 주제로 지금 한국 사회를 떠도는 가장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고, <감정 시대>(윌북)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대략 6개로 압축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갑에게 받은 '모멸감', 열심히 살아봐야 소용없다는 '좌절감', 각자도생이 살 길이 돼버린 '고립감', 명백한 인재로 소중한 존재를 잃은 '상실감',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죄책감'까지, 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의 원인이 사회에 있다고 단정한다.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


6가지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대략 살펴보자. 불안감의 원천은 실직과 고용 불안이라 한다. 개인이 직업이 없거나 불안정한 것은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험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모멸감은 주로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제 모든 이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감정이 되었다. 우리 모두 어딘가에선 갑으로 모욕을 주며, 어딘가에선 을로 경멸을 받는다. 


가정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의 무게에 짓눌리는 중년 가장에게서 주로 보이는 고립감 또한 더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도태되고 소외되는 노인 또한 고통을 겪는다. 모든 자유가 통용되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모든 실패는 오로지 당사자의 것으로 치부된다. 그런 이들이 결국 맞닥뜨리는 건 '뭘 해도 안 될 거야' 하는 좌절감이다. 


책에서 말하는 상실감과 죄책감은 다른 4가지 감정과 결이 다르다. 한국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비극이 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감정으로, 우린 영원한 상실감과 그에 따른 죄책감을 떠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만 하겠는가. 그 참사에서 친구를 잃고 살아돌아온 이들과 유가족들 말이다. 


(부정적) 감정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린 우리의 마음, 그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긍정 하나 없이 부정적일 뿐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수록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은 일면 무책임한 듯하면서도, 일면 무책임을 넘어선 차원의 책임 있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파생된 상실감과 죄책감


책에서 말하는 불안과 모멸과 좌절과 고립의 감정, 모두 충분히 공감하고 백배 이해할 수 있다. 나 또한 그 감정들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뿐더러, 매순간 생각하고 있을 감정들일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파생된 상실과 죄책의 감정이 주는 거대함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기분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에, 더욱 이 사회의 일원으로 상실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상실감' 자체는 인생에서 흔히 직면하는 감정이다. 다들 받아들이고 살아가며 비록 그 흔적이 크게 남는다 하여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돌아온 아이들의 상실감은 차원이 다른 그리움과 아픔과 소외와 책임이 뒤따른다. 그들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굳이 찾는다면, 그들은 친구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는 것, 우리 사회는 희생자를 기억하고 생존자를 이해하는 것.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상실감보다 더 치명적인 건 '죄책감'이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극적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인 '생존자 죄책감' 말이다. '내가 끝까지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친구가 살았을지 모른다, 내게 구명조끼를 양보한 그 친구 대신 내가 살았다.' 이 비극적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가 겪는 '방관자 죄책감'도 존재한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이 참사를 두고 '지겹다', '시체 장사 한다'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전체가 자책과 죄책에 빠져 있는 건 물론 좋지 않지만, 그 출구를 '기억'이 아닌 '아픔의 전가'로 선택하는 건 명백한 잘못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어찌 그럴수가 있겠는가. 


이런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부정적 감정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가 결코 비인간적인 사회로만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인 사태에 대면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 사태를 직면해 '그랬어야 했어' '잘 되었네' 따위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말이 되겠는가. 감정이 무엇이든 들여다보고 내보이려 하자. 그리고 공유하고 공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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