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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대서사시다운 면모를 충분히 과시했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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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포스터 ⓒ쇼박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은 무거운 정치 드라마 성격을 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정치, 경제, 언론, 검찰, 조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이야기를 윤태호 작가는 끝마치지 못했다. 이해가 간다. 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떤 톤으로 해야 했을까, 시작은 했지만 끝은 없을 것 같은 그 이야기를 말이다. 


다행히 영화로 재탄생 했다. 웹툰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영화가 해주었다. 괜찮았을까? 영화는 웹툰과는 달리 감독의 역할이 전적이지는 않으니, 상대적으로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표현의 방법이 한층 다양하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등 어떤 방법에 방점을 찍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내부자들>은 인물에 방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서사가 머리에 들어온다. 인물에 방점을 찍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다. 반면 메시지는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너무 게릴라식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게 정확한 건 오랜만이다.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 언론 이강희(백윤식 분), 검찰 우장훈(조승우 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정치와 경제, 성공과 정의, 배신과 사랑의 소용돌이. 거창하고 복잡하지만 대서사시다운 면모를 충분히 과시한다. <내부자들>이 아닌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편 영화의 서사는 대략 4개의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다. 토사구팽, 난공불락, 와신상담, 오월동주, 그리고...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있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구도, 그리고 검찰과 조폭


유력 보수 신문인 조국신문의 논설주간 이철희의 정치깡패로 세를 확장한 안상구는 정·제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손이 뻗쳐 있다. 이철희는 유력 정치인이자 대권 주자인 장필우(이경영 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로 언론의 힘을 이용해 장필우를 정치계에 입문 시켜줬다. 그러는 한편 굴지의 대기업 미래자동차의 오너 오현수와도 연이 닿아 있다. 


미래자동차는 조국신문에 광고를 내주어 조국신문을 꼼짝 못하게 하는 한편 장필우에게도 선거 자금을 대어 장필우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자동차가 장필우에게 댄 선거 자금은 불법이었으니, 한결은행에서 3,000억을 대출 받아 그 중에서 300억을 장필우에게 줬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안상구는 그 비자금 파일을 입수해 이강희에게 넘긴다. 그렇게 안상구의 인생은 꼬이고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편 빽도 족보도 없고 실력만 있는 검사 우장훈은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진행한 비자금 수사에서 한 몫 잡고자 장필우 비자금을 수사한다. 하지만 안상구가 중간에서 가로채어 이강희에게 넘기는 바람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에 더해 한결은행 전 은행장을 수사하다가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는 바람에 좌천 되고 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이강희가 장필우, 오현수와 깊은 끈이 닿아 있는 줄 몰랐던 안상구. 안상구는 한방에 토사구팽 당한다. 각자가 굴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이 보이지 않는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세력은 난공불락이다. 토사구팽 당한 안상구와 좌천 당한 우장훈은 성공과 정의 구현을 위해 와신상담 한다. 우장훈은 안상구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그와 함께 '영화' 한 편 찍고자 한다. 과연 성공할까?


완벽한 캐릭터 연기로 서사적 면모를 뽐내다


영화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위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의 인생 역전을 중심으로, 나라를 뒤흔들 중요한 파일을 가지고 있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원작 웹툰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우장훈이 영화에서는 조금 겉도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캐릭터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건 역할을 맡은 이들의 연기에 기댄 측면이 크다. 


복잡하고 반전이 있는 영화 치고는 굉장히 평면적인 이 영화가 그 서사적 면모를 한껏 뽐낸 데에는 캐릭터가 있었고,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한 이들이 있었다. 즉, 영화 <내부자들>은 조·주연 배우들이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그나마 이들의 연기력을 받쳐줄 수 있었다. 짧게 편집된 걸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례적으로 긴 감독판을 빠르게 선보인 게 아닐까. 예상은 적중했고 감독판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에는 복수든 성공이든 정의 구현이든 반드시 이루게 되어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난공불락이라는 사자성어에도 공략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는 만만치 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과연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들다. 


감독의 의도, 적나라하게 볼 수 없었던 견고한 시스템화


사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구도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개인들끼리의 야합이 아니다. 실로 견고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살아갈 수 있고 얻고자 하는 걸 얻을 수 있다. 공생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국신문'의 이강희 논설주간을 원하고, '미래자동차'의 오현수 회장을 원하고, '대권 주자' 장필우 국회위원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그 '무엇', 그것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그렇지만 영화에서 그런 시스템화 되어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는 없었다. 얼핏 느낄 수 있었을 뿐인데, 이는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밖에 예측할 수 없다. 아마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그래서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다면, 영화적 재미가 현저히 떨어질 게 자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연기가 영화를 압도할 상황을 목도한 지금,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 든다. 그만큼 영화가 잘 빠졌다는 얘기다. 


영화 한 편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탑 건>을 보고 전투기 비행사를 꿈꾸고, <더티 댄싱>을 보고 춤꾼을 꿈꾸며, <대부>를 보고 마피아를 꿈꾼다(?). <내부자들>을 보고는 비자금 받는 정치인, 정치의 한 편에 선 언론, 성접대를 일삼는 재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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