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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사사로운 안내서로 문예창작학을 대신할 수 없다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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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표지 ⓒ아시아



미국 발 전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7년 쯤에는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 도서가 많은 매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대형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거기엔 분명 다른 무엇이 있었을 것이었다. 출판계와 서점계에서는 경제 위기를 직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위기에 대처할 지식을 책으로 미리 얻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할 수 있을까. 


작년 2014년에는 그야말로 글쓰기 열풍이었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책들이 출간되어 두루두루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위의 사례를 대입해보면, 조만간 '글'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다. 겉으로 얼핏 보면 글쓰기를 통해 자기계발과 동시에 힐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깊이 들어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미 글의 위기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책의 위기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책의 위기는 너무 오래된 거라 '글쓰기'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책의 위상도 같이 올라가는 보너스를 얻으려는 의도인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콘텐츠들에 둘러싸여 있다. 영화, TV, 음악, 스포츠, 게임 등등. 고리타분한 글이 여기에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콘텐츠들의 힘이 쎄질 수록 글의 힘 또한 쎄지고 있다. 글이 모든 콘텐츠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몇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다들 어느 정도의 베스트셀러 위치에 있던 책인데, 잠깐 읊어보자면 <소설가의 일>(김연수),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김형수), <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 등이었다. 주로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유독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조금 빚겨가 있었다. 


이 책은 글보다는 '작가'에 초점을 맞춰 작가가 되기 전의 마음가짐이나 제반 준비 사항에 대해 이야기 했다. 조금 어려울 수 있고 한편 조금은 거만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리 실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인 글쓰기 책을 바라고 읽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만 했다. 그러나 유시민 전 장관이 여러 매체(팟캐스트, 책, 강의 등)에서 추천을 했고 좋은 입소문을 탄 모양이다. 


창작 실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이야기


이번에 1년 3개월 만에 이 책의 2탄이 나왔다고 한다.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아시아). '언제'가 '어떻게'로 바뀌었고 표지도 색깔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내용은 상당히 달라졌다. 상당 부분을 할애해 창작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며 1탄의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본론에 가서는 창작 실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로 글쓰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자 했다. 


저자인 김형수 작가는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데, 그에 걸맞는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1탄에 이어 이번에도 읽는 이로 하여금 글의 바다에서 즐겁게 헤엄치게 한다. 1탄을 재밌게 그리고 감명깊게 읽은 독자는 2탄 또한 연장선상에서 좋은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더 실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인지 저자의 주장이 다분히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주장들을 몇 개의 문장으로 떼어내자면 다음과 같다. 읽는 이의 따라서는 조금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다. 글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내용이다. 


'신이 당신의 어깨 위에 내려앉지 않았으면 당신은 지금 글쓰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학에서는) 틀린 맞춤법보다 비문학적 언어 사용을 더 주의해야 합니다.'

'글은 오로지 현실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글은 쓰는 게 아니고 낳는 것입니다.'


이중에서 정말로 공감이 가는 말은 신이 어깨 위에 내려앉아야 글이 써진다는 것. 글을 업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글의 시작이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이 말이 그에 정확히 해당된다. '그 분이 오셔야 글을 쓸 수 있다'고들 하는데, 여기서 그 분이란 신(神)이 아닐까. 그럼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모두 '접신(接神)'의 경지에 오른 것인가. 


사사로운 안내서로 문예창작학을 대신할 수 없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글은 쓰는 게 아니고 낳는 것이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에 가 닿는다. 무슨 말인고 하면, 신이 어깨 위에 내려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걸 비유한 것이다. 작품을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임신을 해야 하고,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곧 신이 어깨 위에 내려앉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부단히 사랑을 해야 하고(다양한 경험을 쌓고 철저히 노력한다) 10개월 간의 임신 과정(펜을 집어들지 말고 머릿속으로 현실에 기반한 무한 상상력을 발휘해 무르익혀야 한다)을 통해 아기를 낳는다(사실 낳는 게 아니라 아기가 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쏟아져 나오는 작품을 받아내면 그만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장에 있다. '합평회'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만 들어도 고리타분할 것 같은 느낌의 합평회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창작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창작을 마무리하고 작품으로 올라섬에 있어 꼭 해야 할 일정인 것이다. 사실 창작이 끝난 후의 일정이기 때문에, 창작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에서 부록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 전체를 보면, 첫 장에서 창작 준비를 두 번째 장에서 창작 과정을, 세 번째 장에서 창작 문제를, 마지막 장에서 창작 후를 말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구성이라고 해야 맞다. 


합평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남의 글을 잘 읽어야 함에 있는데, 요즘 시대의 글쓰기의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진심을 다해서 읽지 '못'하는 세태에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줄 안다. 그 방법 또한 세세하게 고하고 있으니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사로운 실기 안내서로 문예창작학을 대신할 수는 없다. 즉, 이 책은 사사로운 실기 안내서가 아닌 문예창작학에 대한 실천 담론서인 것이다. 그 무거운 이름에 걸맞는 책인지는 직접 확인하면 좋겠다. 읽는 이마다 다를 수 있거니와, 글쓰는 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삶'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이 답에 가까운 무엇을 안길 것이다.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 10점
김형수 지음/도서출판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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