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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따라하기 싫지만 따라하게 되는 <서민적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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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민적 글쓰기>

 

 

<서민적 글쓰기> 표지 ⓒ생각정원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내려할 곳을 지나쳤어요. 너무 쉽고 잘 읽히더군요. 조금 과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얼굴이 종종 얼굴이 찌푸려졌어요. 저자의 극단적인 자기 비하와 자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역시 과했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 건지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리곤 했어요.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고 또 가볍더군요. 너무 과했습니다. 좋게도 과하고 나쁘게도 과한 <서민적 글쓰기>(생각정원). 대중적 기생충학의 권위자 서민 교수의 글쓰기 분투기입니다.

 

주지했듯이 이 책은 여러 모로 과한 책이에요. 과유불급이라고 했지요. 적당히 과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뭐 하나 과하지 않은 게 없어서 갈수록 읽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쉽고 잘 읽히는 장점마저 단점이 되고 말았어요. 무엇 말인고 하니, 다 읽고 나서는 책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는 다는 거예요.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고, 잘 읽힌다는 추상적이고 식상한 느낌만 남아 있어요. 제가 잘 못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요?


이 책을 읽고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서평, 영화 리뷰를 주로 쓰는데, 저자처럼 글을 맛깔나게 쓰지 못합니다. 굉장히 평이하죠. 비유도 자유자재로 못 할뿐더러 굉장히 직설적이에요. 그리고 저자께서 추천하시는 분들의 글처럼 특별하지도 않아요. 저자께서 종종 예로 든 나쁜 글쓰기가 딱 저의 글쓰기예요. 그럼 그동안 제가 써 왔던 글은 다 '쓰레기'인 건가요? 저자께서 지난 날 자신의 글을 그렇게 말씀하신 것처럼요? 제가 너무 심했나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느꼈어요. 저자의 글쓰기를 따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대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은 나의 글쓰기를 보고 자괴감 비슷한 게 들었다는 말입니다. 저자가 너무 못생기고 소심해서 그걸 벗어나고자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저자의 글쓰기에 자괴감을 느껴 그걸 벗어나고자 새롭게 글쓰기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인가요?


자기 비하와 자기 자랑의 마구잡이 출현이 좀 그렇네요

 

저자는 1996년 <소설 마태우스>를 시작으로 2002년 <기생충의 변명>, 2005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2010년 <대통령과 기생충>까지 주기적으로 책을 냈지만 모두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여지없이 그 지나친 솔직함으로 무장한 채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모두 쓰레기 취급을 하셨어요. 그러는 한편 2001년 딴지일보 <건강동화> 절찬리 연재, 2004년 CBS <저공비행> 고정 출연과 한겨레신문 칼럼 데뷔 그리고 알라딘 서재 파워블로거, 2009년에는 경향신문에 쓴 칼럼들이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해요.

 

쓰레기 책을 낸 시점과 서점과 신문과 라디오에서 활발히 활동하신 때가 상당히 일치하는 것 같아요. 이 점 또한 책을 읽으며 얼굴 찌푸리게 했는데요. 1부에서 이 시기를 말씀하실 때 자기 비하와 자기 자랑이 마구잡이로 교차 출현했기 때문이지요. 조금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앞의 책들이 쓰레기라고 하면서 계속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모두 다 잘 안 팔렸다고 해요.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건 아니겠지만, 안 팔리면 다 쓰레기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던 것이, 그 후 3년 만에 나온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이 책 이후에 낸 책들을 쓰레기라고 말씀하진 않으시더군요. 그러며 드디어 자신만의 글쓰기를 완성했다고, 이제는 글을 잘 쓴다고 하시니 조금은 오비이락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따라하기 싫었는데 결국 따라하게 되었네요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상처를 받은 부분은 거의 마지막의 '서평은 어떻게 쓰는가'였어요. 아무래도 서평을 주로 쓰다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도 했고, 또 몇 개월 전에 저자께서 내신 서평 모음집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보니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서평은 편하게 쓰라고 하시네요. 스포일러를 조심하고, 자기주장과 책 인용은 구별하고, 모르는 이야기는 쓰지 말고, 지나친 권장만 피하면 된다고 해요. 이게 과연 편하게 쓰는 건지는 차치하고, 저자가 중간중간 예로 든 알라딘 파워 서평블로거들의 글이 제 마음을 후벼 파더군요. 저는 그렇게 쓸 수 없는 데 말이에요. 그렇게 쓰기도 싫고요. 그런데 그게 '자기 느낌을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기술해야' 하는, 서평의 좋은 예라니요. 의기소침해지더군요.

 

이 책에서 실용적인 면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글쓰기 책이 아니라 완전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것도 지극히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했고요. 그중에서도 글쓰기로 삶을 바꾼 경험을 위주로 했으니까 자기계발적으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 다분히 출판사의 기획 의도가 드러나는데요. '서민'이라는 잘 나가는 저자, 작년부터 여전히 죽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글쓰기' 분야, 최소한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자기계발'까지. 이 책,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축하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말이 단 하나도 없는 서평은 난생 처음 써보는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서민 교수님한테서, 교수님의 팬들한테서, 이 책을 읽으신 많은 독자분들한테서 욕을 한 바가지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마저도 왠지 즐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요. 그건 이 책 덕분이겠죠. 그리고 이 책을 쓰신 서민 교수님 덕분일 것이고요. 나름대로의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교수님 말씀 듣고 정말 솔직하고 편안하게 썼습니다. 따라하기 싫었지만 결국 나름대로 선에서 따라하게 되었네요. 서민적 글쓰기를요. 

 

서민적 글쓰기 - 10점
서민 지음/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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