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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엑소의 거대한 성공을 스토리텔링하다 <EXO 플라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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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O 플라네타>



<EXO 플라네타> 표지 ⓒ이야기공작소


일전에 서울랜드로 놀러 가서 굴렁쇠 놀이기구를 탄 적이 있다. 주로 청소년들이 많이 타는 지라, 신 나는 아이돌 음악을 틀어줬다. 에이핑크의 <Mr. chu>, 인피니트의 <Man in Love>, 엑소의 <으르렁>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노래가 있었다. 이 노래만 나오면 모든 청소년들이 하나같이 괴성(?)을 질러서 20~30대 이상 이용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다름 아닌 엑소의 <으르렁>이었다. 특히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라는 후렴구에서는 과격한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어마어마한 합창이 메아리쳤다. 다른 어떤 최고의 인기 아이돌 노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어찌 그렇게도 차이가 나는지 한편으론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노래의 힘인가? 기획(사)의 힘인가? 멤버의 매력 때문인가?


엑소의 거대한 성공을 이야기하다


'문화 레전드 시리즈' 1탄으로 기획된 <EXO 플라네타>(이야기공작소)라는 책이 출간되어 엑소의 거대한 성공을 이야기한다. 영화감독이 글을, 팝 아티스트가 그림을 맡아 서로 다른 색깔로 엑소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과연 어떨까. 워낙 유명한 아이콘이기에 오히려 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역으로 이용한 기획일 수 있겠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먼저 EXO의 1집부터 이야기해야 맞겠다. 1집 이야기? <으르렁>이 데뷔곡 아닌가? 필자도 당연히 그리 생각했었다. <으르렁>이 대박을 터뜨릴 때 보았던 엑소는 분명 '처음' 보는 아이돌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니. 엑소는 2012년 4월에 미니앨범 《MAMA》로 데뷔했고, 오랜 기간 컴백 준비를 한 끝에 2013년 6월 정규앨범 《XOXO》의 <늑대와 미녀>로 돌아왔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으르렁>은 2013년 8월에 《XOXO》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미니앨범 MAMA와 정규앨범 《XOXO》의 <늑대와 미녀>가 '실패'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데뷔도 하기 전부터 엄청난 팬덤을 이끌며 정규방송에서 1위도 하였지만, 그건 분명 애초에 기획했던 기대 이하의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중론이다. 실제로도 <으르렁>이 터지기 전에 엑소를 아는 대중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팬덤형 아이돌'이 누구나 아는 '최고의 아이돌'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이 궁금증을 푸는 게 이 책의 핵심이라 하겠다. 아니,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누구에게나 붙이니까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러야 마땅하겠다. 그들은 아이돌이라는 좁은 개념을 넘어선, 거기에 가요계라는 단위까지 초월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기획, 그리고 스토리텔링


책은 SM 엔터테인먼트의 '기획'이 그들의 진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한다. 정확히는 기획 시스템이겠다. SM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노래, 춤, 의상, 뮤직비디오, 팬덤 등, 그 중에서도 최고로 공들인 게 있으니 '스토리텔링'이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EXO PLANETA, 즉 EXO PLANET은 엑소 스토리텔링의 중심이다. 


EXOPLANET이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외행성을 모티브로 따와, 엑소 12명이 이 행성에서 지구로 왔다는 내용이다. 어릴 때는 평범하게 살고 있다가 SM 요원에게 발견되어 SM 기지로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어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섞인 픽션 스토리텔링이다. 이 세계관은 뮤직비디오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야말로 엑소에 관련된 거대 가상 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이 세계는 팬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류의 스토리텔링은 마니아를 양산하기에 충분하다. 기존의 절대적인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를 기반으로 대중에게 진출한 것이다. 밑바닥을 공고히 하고서 출격한 것이리라. 데뷔를 하고서 1년의 기간을 준비에 매진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공고한 팬덤은 계속 관리해주고,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준비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는 성공했다. 그 이후엔 승승장구.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이건 엑소의 문제라기 보다는 SM 엔터테인먼트의 문제인데, '탈퇴' 문제이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건데, SM 엔터테인먼트는 참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이 만든 아이돌에 비해서는 말이다. 그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탈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되었든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해서 많은 아이돌이 떠나가지 않는가 말이다. 이 또한 적어도 다른 대형 기획사에 비해서 말이다. 


한편 그린이 찰스장은 엑소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팝 아티스트답게 엑소를 로보트로 표현했다. 찰스장이 원래 추구했던 장르이기도 한데, 이번 작업에서도 그 장르를 끌어온 듯하다. 로보트태권브이, 마징가, 메칸더브이 등의 로보트 얼굴을 가져와, 다양한 무늬와 각종 만화 캐릭터들로 채워 넣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굉장히 뜬금없는 것 같기도 하면서 또 그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다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러며 전체적으로는 흠잡을 곳 없이 조화를 이룬다. 이는 엑소라는 아이돌 그룹의 성격과도 걸 맞는다. 개인적으로 이 그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책의 반을 훌쩍 넘는다고 생각한다. 


EXO가 과연 '문화 레전드'라는 이름에 걸 맞는가?


마지막으로 생각해봐야 할 건 엑소가 과연 '문화 레전드'라는 이름에 걸 맞는가 하는 점이다. 이 책과 함께 2탄 <SM 리퍼블릭>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수만과 SM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수만은 분명 레전드 급의 인사가 분명하다. 반면 엑소는 그러한가? 데뷔 4년 차에, 성공을 이룬 건 불과 2년 전이다. 밀리언셀러를 두 번 연속으로 달성하며 최고의 기록을 세운 건 인정한다. 그리고 그 이름을 광범위하게 퍼뜨린 것 또한 인정한다. 하지만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점이 걸린다. 


같은 소속사인 동방신기의 경우, 해체 위기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기록의 측면을 제외한 인기도와 대중인식도에서 엑소를 능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5년 만에 큰 일을 겪고 그 기세가 상당히 꺾일 수밖에 없었다. 엑소는 아직 데뷔 5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인기에 비례해 잡음 또한 많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지켜보고 난 후에 레전드의 칭호를 부여해야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오히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슈퍼주니어'가 맞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의 '슈퍼주니어'가 예전의 '슈퍼주니어'가 아닌 건 확실하지만 말이다. 


'문화 레전드 시리즈' 3탄과 4탄으로 빅뱅과 양현석이 준비되고 있다니 기대해볼 만하겠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이지만 슈퍼주니어와는 달리 여전히 전성기인 빅뱅과 레전드 오브 레전드인 '서태지와 아이돌' 출신의 양현석은 분명 문화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물론 엑소가 앞으로도 롱런하면서 지금의 인기를 계속 유지한다면, 문화 레전드 시리즈의 1탄으로 손색이 없을 뿐더러 시리즈가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일 테다. 그들의 앞날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EXO 플라네타 - 10점
김수수 지음, 찰스장 그림,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이야기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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