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 포스터 ⓒ BoXoo 엔터테인먼트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인의 출현으로 파멸의 직전까지 직면한 인류. 가까스로 거인을 물리친 후 거인보다 훨씬 큰 높이의 50m 방벽을 아주 두텁게 쌓는다. 이후 100년 간 거인의 침공을 받지 않은 채 평화가 지속된다. 얼마나 더 오래 계속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10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계속 되어 왔기에 앞으로도 계속 될 거라는 믿음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두텁고 높은 방벽만 믿고 있을 수는 없기에, 방벽 밖은 거인 뿐이 없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사병단을 꾸려 탐사한다. 결과는 처참할 때가 많다. 현존 인류 최고의 병사들로 꾸려진 이들이지만 거인에게 대항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초대형 거인이 출현한다. 기존의 거인에 대비해 만든 방벽을 훨씬 상회 하는 크기의 거인이다. 단 한 마리의 힘으로 지난 100년 간 인류를 지켜왔던 방벽이 한순간에 무용지물로 변한다. 그러고는 수많은 거인들이 방벽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인류는 또다시 파멸의 위기에 처한다.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이 만화가 인기 있는 이유, '단순함'
만화 <진격의 거인>은 2009년 연재를 시작해 6년 동안 약 4500만 부를 팔아 치우는 괴력을 발하고 있다. 인류와 거인이라는 단순 명쾌한 대립 구조, 어떤 누구를 대입하든 아귀가 들어 맞는 해석력을 지닌 구조, 한 아이의 성장담으로 읽힐 수 있을 만큼 소년 친화적이면서도 다분히 정치철학적으로 읽힐 수 있을 만큼 어른 친화적인 스토리, 극우적 성적을 띄는 발언으로 수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원작자 등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애니메이션, 그리고 극장판으로 오면 한 가지가 더 붙는데 '퀄리티'이다. 화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 듯한 극강의 퀄리티는 원작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액션적인 요소가 상당하고 그게 주로 빠르다 보니 눈이 더 호강하는 듯하다. 반면 스토리는 극장판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원작을 요약해 놓은 듯하다.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은 2부작으로 나뉘는 시리즈 중 1부에 해당한다.
영화는 거시적으로 시작한다. 거인에 대비해 방벽을 쌓고 평화를 가장한 채 살아가는 인류를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그러다가 초대형 거인이 출현한 후 방벽을 뚫리면서 미시적으로 접근해 간다. 조사병단을 선망하며 거인이 언제 침공할지 걱정하는 주인공 소년 엘렌. 하지만 정작 거인이 출현하자 속수무책으로 눈 앞에서 엄마를 잃고 도망친다. 이후 그는 군대에 들어가 거인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일을 수행한다.
초대형 거인은 급기야 3개의 방벽 중 2번째 방벽마저 뚫어버린다. 엘렌을 비롯한 군인들은 어떻게 하든 거인을 맞아야 한다. 그게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건 오래지 않아 깨닫는다. 점점 패퇴하는 만다. 와중에 엘렌은 거인에게 잡혀 먹히고 마는데... 제일 성적이 좋았던 엘렌마저 그 지경이라면, 다른 소년들은 어떠했는가? 인류는 그야말로 파멸의 직전까지 몰리고 만다.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인류 대 거인이라는 너무나 단순한 구조에, 막지 못하면 파멸 한다는 역시 단순한 명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스토리가 전개되기 위해서는 인류가 거인을 전멸 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가까스로 막고 다시 평화를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야 하겠다. 그건 물론 주인공에 관련된 것일 테고. 또한 주인공은 위험에 빠질 테고, 그 위험을 어떻게 하든 헤쳐 나올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한 구조와 명제에 예측 가능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만화)의 인기는 그 '단순함'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류 대 거인' 여기에 누구라도 대입할 수 있다
'인류 대 거인'.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기에 누구라도 대입할 수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말이다. 먼저 일본을 인류에 대입해보자. 거인은 아마도 중국이 아닐까. 중국은 세계금융위기를 전후해 이른바 '슈퍼차이나'로 부상해 세계 경제를 부양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중 하나로 호령했던 일본은 지금도 물론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이하의 존재가 되었다.
일본은 극우적인 성향을 지닌 아베 총리가 국수주의 정책으로 오직 일본 만을 생각하는 경제 정책으로 경제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중국이 두려운 건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미국과 일본이 한 패거리를 이루어 대항 아닌 대항을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영화 속에서 100년 간의 평화가 깨진 것처럼, 실제로도 일본의 중국에 대한 평화가 깨졌다.
인류에 일본의 불안정한 젊은이들을 대입 시킬 수도 있다. 일찍이 버블의 붕괴로 경제가 파탄 났으며 세계금융위기를 겪고 이어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재앙까지 겪으며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 일본. 더욱이 세계 최고의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그에 비례해 노동력은 급감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일본 젊은이들. 그들 중 일부는 극우적인 성격을 띄며 외국인들을 배격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논리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와서 특혜를 받으며 손쉽게 일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모습이, 거인이 침공해와 삶의 터전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모습과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극단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한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일 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불안정함은 계속 될 테고, 끝 모를 불안감은 결국 다른 것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현재까지는 일본에 국한된 거라 할 수 있겠지만, 거인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이 언제 어디서 일본을 덮칠 지 모르는 자연재해에 대입할 수 있다. 물론 자연재해는 세계 어디서 사람들을 덮칠지 모른다. 하지만 일본은 경우가 다른 게, 세계 최고의 재해 방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음에도 그를 훨씬 상회 하는 재해가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겪어본 지라 그에 대한 두려움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영화에서 아무리 높은 방벽을 쌓아 거인을 방어한다 한들 그보다 훨씬 큰 초대형 거인이 출현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훨씬 큰 불안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총체적 난국 일본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 눈앞에 두려움에 총력을 기울일 뿐
시대를 반영하는 콘텐츠는 장르를 떠나 인기를 끌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좋은 소식 하나 없는 시대에는 그런 콘텐츠 또한 암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진격의 거인 신드롬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만화가 말이다. 그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눈 앞의 방어를 위해 수많은 목숨을 바치는 스토리가 말이다.
일본에 아포칼립스가 들이닥친 지 오래되었다. 비단 일본 뿐만이 아닐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일본이 그러하다면,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에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 희망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지 않는다. 다만 눈앞의 두려움을 상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뿐이다. 지금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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