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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미술로 시작해 삶과 예술로 끝나는, 미술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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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표지 ⓒ궁리



잡다한 지식에의 욕구, 역사의 재미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미술 분야에도 통용되어, 변변치 않은 이름이나 이론들을 알게 되었다. 서양 클래식을 듣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는 어렴풋이나마 읊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면, 고흐와 고갱이 어떤 관계에 있었고 프리다 칼로가 다름 아닌 멕시코의 여성 화가라는 것 따위의 지식 정도. 


문제는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만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술 앞에서 이성을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도 애처롭다. 그래도 어쩌랴. 이리도 인문학적, 아니 잡다한 지식을 주워담을 줄만 아는 것을. 그래도 미술을 대하는 개념이 많이 그리고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어서, 어떻게 접근하든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진짜 문제는 잡다한 지식이나마 어렴풋이,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릴 정도로 빈약하게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아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아예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일조의 교육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학생 때 줄기차게 외워대던 미술 교과서를 들춰볼 순 없었는데, 안성맞춤 책이 나왔다. 미술사와 이론, 경향 그리고 문제들까지 접할 수 있는 책.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궁리)가 그 책인데, 정확히는 만화이다. 딱딱한 미술을 알리기 위해서는 만화가 제격이라고 판단한 저자이다. 저자는 훌륭한 판단을 했을까. 이 책을 통해 미술을 알고자 한 판단 또한 적절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다'. 말인 즉 좋지도 않다는 뜻이다. 책의 구성이나 진행 방식이 조금 고루해 보인다. 


구성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교과서를 답습했다고 보여지기까지 한다. 저자이자 화자인 캐릭터가 나와서 여기저기를 누비며 다양한 그림(저자의 그림)과 미술품들을 통해 글로 설명한다. 결국 그림보다 글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게 글이긴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완전히 들어맞지 않은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극대화 시키고자 했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진행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무엇이 있을까?


다름 아닌 '생각'이다. 이 책에는 다른 게 아닌 미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 있다. 그 점 만은 기존의 교과서적인 책들과 구별된다. 객관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잘 모를 때에 뭔가를 배우고자 하면 어떤 명확한 의도나 생각이 들어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처음에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견문을 넓히면 또 다른 게 보일 것이다. 한 쪽으로 치우칠 거라는 생각은 기우이다.


비판적인 시각,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포근하고 긍정적 생각


책에서 저자의 치우친 사상이나 전혀 새로운 시각, 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가 막힌 이론이 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걸 조금은 바랐지만, 상관은 없었다. 반면 책에는 은근히 체계적인 설명과 해설, 그리고 역시 은근히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비판적인 시각 한편으로 삶과 예술에 대한 포근하고 긍정적인 암시가 뒤따른다. 


예를 들어, "인간은 한정된 시간 속에 살다 가지만 예술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예술의 영원성을 옹호하고, "예술은 삶을 체험하듯 삶은 예술을 체험하듯"이라며 예술과 삶의 적정선을 찾을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통해 삶에 대한 우호성을 찾고자 한다. 미술로 시작해 삶과 예술로 끝나는 것이다. 


그래도 미술은 멀리 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미술은 멀리 있다. 예술을 이해하기는 요원하다. 그래도 저자가 말했듯이, 예술을 이해하지 말고 체험하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미술을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그건 또 뒤집어보면, 이 책이 이런 식으로 미술을 대하는 방법의 최고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제는 2차적으로 미술을 접하는 게 아닌,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그럴 때 이 책은 더 없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저자가 진짜로 원하는 게 바로 언젠가 이 책이 필요 없어졌을 때가 아닐까. 그 다리 역할을 원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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