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 ⓒ참께읽는책
다이아몬드. 깨지지 않는 보석. 영원한 사랑의 상징. 결혼 예물로 많이 쓰인다.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제목이 그런 이유이다.
커피. 우리나라 성인 하루 커피 소비량 평균 약 2잔. 밥 먹을 돈은 없어도 커피 마실 돈은 있다. 어느덧 가장 많이 접하는 식품이 된 커피에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땀이 스며있다는 걸 아시는지? 최근 들어 커피의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커피 뿐만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그 이면에는 어떤 모습이 도사리고 있을까?
와인. 서민을 대표하는 술인 소주와 막걸리의 10배에 달하는 값을 자랑하는 고급 술. 로버트 파커를 아시는가? 전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와인 전문가이다. 그의 말 한 마디에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그가 인정하면 곧바로 최고의 최고급이 된다. 모든 와인이 로버트 파커화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모피. 일반적인 생각으로 무진장 비싸지만, 구입한 후 수십 년 간 겨울을 나기에는 최고의 선택이다. 무엇보다 부의 상징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다 아는 사실이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무차별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 그 녀석들의 삶을 지탱하는 털가죽을 벗겨 인간이 겨울을 나려 한다.
달콤한 생각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이 불쾌하게 다가온다
다이아몬드, 커피, 와인, 모피. 하나같이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여지없이 그 이면에 추악하리 만치 괴괴한 모습의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 <달콤한 제국 불쾌한 진실>(함께읽는책)은 만화를 통해 이 4가지의 추악한 이면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달콤한 생각으로 접하는 모든 것들이 왠지 불쾌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만화를 보면 시종일관 눈살이 찌푸려진다. 학습 만화와 사회 고발 만화를 합쳐 놓은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면 성공한 것이리라. 만화가 가져야만 하는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웃음'을 쪽 빼고 풍자를 넣었고 그림으로 밖에 보여줄 수 없는 설명을 가미했다. 평소에 어렴풋이 지식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글이 아닌 만화로 접할 수 있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 의도 또한 성공적이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 흘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노크를 하고 싶었다. 나로부터 시작된 소소한 변화 하나하나가 결국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허물어져 가는 생태계와 자연을, 그리고 불합리한 인간 세계의 형평성을 바로잡아 주리라 믿는다."(작가의 말 중에서)
다이아몬드, 커피, 와인, 모피 그 추악한 이면
책에서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내용을 빚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을 통해 다이아몬드에 얽힌 피 묻은 역사를 다룬다. 시에라리온의 부패한 정부에 대항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침공한 반군 RUF. 하지만 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하고 어린 아이들을 반군으로 키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해 무기를 사들인다. 그렇게 사들인 다이아몬드는 결국 누군가의 손가락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만 같은 먼 나라 아프리카 내전의 이면이다.
우리의 일상에 아주 깊게 들어온 커피. 커피는 워낙 자주 이용하다 보니 최소한의 지식은 지니고 있다. 평균 4000원 정도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가격. 그러나 원두의 가격은 훨씬 낮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들은 형편 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 커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위시한 기업 뿐이다.
그런 와중에 '공정무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요구에 의해 생산자에게 공정한 값을 지불하고 원두를 사들이는 체계가 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극소수인 게 사실. 소비자들의 각성이 계속 된다면 생산자에게 더 많은 임금이 돌아가 더 좋은 원두를 생산하게 되고, 또한 커피 가격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각성이 필요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호주, 미국 등 와인을 대대적으로 생산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 나라 안에서도 수많은 곳에서 생산되는데, 그 각각의 생산지 곧 와인의 상표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와인은 수없이 많은 '맛'을 자랑하고, 와인 애호가들은 바로 그 때문에 와인을 사랑한다. 하지만 로버트 파커를 위시한 와인 전문가에 의해 다양한 맛이 점차 일원화되고 있다. 그들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그들의 기준에 맞춰 와인을 생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와인 생산자들의 경쟁력을 재고 시키고 와인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와인에 점수를 메기고 컨설팅도 해준다는 그들. 이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와인 생산자들의 방식에 대항한 혁명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와인의 특징인 생산지 고유의 맛이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오히려 와인계 전체를 볼 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지?
추운 날 모피 코트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다. 추운 겨울 야생에서도 죽지 않게 해주는 동물의 가죽이다 보니 당연하다 하겠다. 문제는 동물들에게서 가죽을 얻는 방법이다. 양털처럼 자라면 깎고 다시 자라면 깎는 방법이 아니다. 동물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죽이면 다행일까? 죽이지도 않고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기도 한다. 이쯤 되면 동물 학대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모피 코트를 사는 소비자가 문제일까, 야생 동물을 죽이지는 못하지만 합법적으로 사육한 후 죽여 비싸게 파는 생산자 및 판매업자가 문제일까. 소비자들이 모피 코트 대신 다른 방법으로 겨울을 난다면 해결될까? 소비자로 하여금 모피 코트를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판매업자들의 마케팅을 중지하면 해결될까?
바르고 공정한 생산과 판매와 소비를 위해
이 책이 이야기하려는 바는 '생산'과 '판매'와 '소비'인 것 같다. 바르고 공정한 생산과 판매와 소비.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를 보다 보면, 이 셋 중 제일 손해를 보는 이는 소비자이고 다음이 생산자, 그리고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이가 바로 판매자이다. 사실 여기서 제일 힘이 센 이가 소비자인데, 소비가 없으면 판매와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자들의 마케팅 기법이 나날이 발달해 소비자들은 여기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항한 소비자들의 각성이 이 셋의 바르고 공정한 공생의 핵이다.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을 위한 행동이 모두를 위한 행동이 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가격과 품질의 상품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생산과 판매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게 되면 그 아름다움 뒤에 끔찍한 역사를 숨기고 있는 다이아몬드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모피가 붙은 옷은 입지 않을 것이며 때가 되면 챙겨 먹던 음식 중 하나인 보신탕도 먹지 않을 것이다. 와인을 고를 땐 가격에 대한 선입견에 무턱대고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공정무역 원두로 커피를 만드는 가게를 보면 잊지 않고 한 잔 사 마실 것이다. 나부터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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