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셀러브리티의 시대>
<셀러브리티의 시대> ⓒ미래의창
장동건과 고소영 커플, 이병헌과 이민정 커플, 기성용과 한혜진 커플, 서태지와 이은성 커플, 이효리와 이상순 커플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만남, 그리고 결혼 자체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하나의 '사건'이었던 만큼 유명인들 간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커플의 결혼은 당시의 주요 이슈를 단번에 삼켜버리는 괴력을 발휘해 음모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작금의 사회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유명인들에 의해 상당한 부분이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들의 인기와 명성은 정점을 찍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 한계를 넘어선다.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 지금 시대의 유명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연예인이다. 아니, 어느 방면에서 이미 유명해진 사람이 점차 연예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스포츠 선수까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치인, 기업인, 예술가 등도 포함된다.
미래의 창 출판사에서 펴낸 <셀러브리티의 시대>에서 저자는 그들을 '셀러브리티'라 부른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유명인'인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여타 유명인과는 다르게 인기와 명성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들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광고 출현을 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계속해서 얼굴을 비출 수 있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고, 공신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우리들의 소비를 부추긴다.
한편 적어도 외부에 비춰지는 그들의 삶은 우리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하다. 항상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우리들의 욕구 불만을 그들의 삶을 보며 풀어 주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드라마와 영화와 예능과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노동자, 엄밀히 말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때론 그들을 우러러보고 때론 그들을 비난한다. 결국은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럴 바에 차라리 그들의 문화가 어떠한 경위로 생성되고 발전해왔는지 더듬어보고, 이를 고찰해보고자 노력하는 의미에서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내가 특별한 세계에 갖는 호기심이자 이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갖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책은 셀러브리티의 탄생, 조건, 발전 과정을 이론이 아닌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셀러브리티는 미디어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TV의 출현은 엄청난 변화를 끌고 온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셀러브리티의 기원을 할리우드 스타 출신의 영국 왕실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로 보고 있다. 이후 할리우드 스타 '칼 레믈리'와 '마릴린 먼로'까지, 초창기 셀러브리티는 모조리 여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셀러브리티가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비의 대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계속해서 TV의 출현으로 본격화된 셀러브리티 탄생에, '파라 포셋'과 '오프라 윈프리', 그리고 '바바라 월터스'를 예로 들며 여성의 막강한 파워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파트 2에서 소개하고 있는 10명의 유형별 셀러브리티들. 이름만 들어도 그(그녀)의 삶을 꿰고 있을 듯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다이애나', '톰 크루즈', '데이비드 베컴', '패리스 힐튼', '존 F. 케네디' 등이다.
이 중에서 패리스 힐튼의 경우,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라는 유명한 말로 유명한 셀러브리티이다. 그야말로 '유명'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다른 셀러브리티와는 달리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없다. 다만 그녀는 미국의 유명 리얼리티 쇼인 <심플라이프>에 출연해 화려한 도시를 떠나 시골 농장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었다. 그것보다 그녀는 힐튼호텔의 창업자 콘래드 힐튼 일가의 증손녀로 유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 한 명의 셀러브리티를 꼽자면 데이비드 베컴이 있다. 그는 스포츠가 거대 비즈니스로 성장한 오늘날, 그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 어떤 연예인보다 뛰어난 외모, 두드러진 패션 스타일 등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축구 실력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베컴을 그저 그런 축구 실력을 아주 뛰어난 외모로 커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는 또한 영국의 인기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인 빅토리아와 결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은 우리나라 장동건과 고소영 커플 이상 가는 최고의 커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공식 은퇴를 한 이후에도 특별함을 잃지 않고 있다.
지금은 과거보다 대중이 미디어를 대하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대중 또한 많은 것들을 보았고 거기서 배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다 보니 대중을 만족 시키려는 이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그들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잡을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의 격차도 점점 벌어진다. 때론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이 있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대중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고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그럴수록 더욱 철저하고 냉철한 눈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의 주인은 대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전의 '태어난' 셀러브리티가 지금은 '만들어진' 셀러브리티가 되었다. 즉, 기획된 상품으로의 형태로, 대중의 입맛에 철저히 기반한 시스템이 완성되어가고 있는 현재이다.
이제는 대중의 차례가 올 것이다. 성숙한 대중 문화, 셀러브리티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대중에 의한 셀러브리티 문화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대략을 살피는 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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