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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죽음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악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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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28년 후: 뼈의 사원>

 

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 포스터. ⓒ소니 픽처스 코리아

 

분노 바이러스에 점령당한 세계, 그래도 유럽 대륙은 바이러스 창궐을 진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영국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영국은 완전격리된다. 28년이 흐른 후, 홀리아일랜드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집단의 12살 남자아이 스파이크는 병에 걸린 엄마를 치료하고자 본토에 홀로 생존해 있는 의사 켈슨을 찾아간다.

그에게서 죽음의 의미를 깨달은 스파이크는 집으로 돌아가려 하나, 감염자 무리를 맞닥뜨린다. 절체절명의 순간 정체불명의 생존자 집단 ‘지미스’에게 구해지고 일원이 된다. 하지만 그는 곧 후회한다. 지미스는 지미 크리스털이 이끄는 컬트 집단으로, 악마를 숭배하며 죽음이 곧 구원이라는 복음을 전파하려 사람이고 감염자고 상관없이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죽이고 다닌다.

한편 켈슨은 자주 맞닥뜨리는 알파 감염자, 즉 우두머리 감염자(삼손)가 말이 통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하여 그는 죽음을 무릅쓰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들은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스파이크는 지미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지미 크리스털은 어떤 연유로 컬트 리더가 되었을까.

‘악의 본질’과 ‘죽음’을 향한 질문

영화 <28년 후: 뼈의 사원>은 ‘28일 후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자 '28년 후 트릴로지'의 2번째 작품이다. 시리즈 내내 감독, 각본, 기획, 제작 등으로 참여하며 총괄한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 콤비가 이번에도 역시 깊이 관여했다. 하여 시리즈가 시작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산으로 가지 않고 제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평온하게 계속되는 데 있어 문제가 생겼으니, 평가가 그리 좋지 못했던 <28년 후>가 흥행에 성공했던 반면 평가가 좋았던 <28년 후: 뼈의 사원>은 북미에서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소재와 주제가 많이 하드한 편이라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 힘이 들지 않았나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의 주제는 대니 보일이 직접 밝혔듯 ‘악의 본질’이고 소재는 ‘죽음’이다. 앞엣것은 지미 크리스털과 지미스를 통해, 뒤엣것은 전편에 이은 켈슨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아울러 스파이크나 삼손을 통해 희망도 말하고 있으니,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우리의 현재

‘포스트 아포칼립스’, 모종의 이유로 진행된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서브컬처 용어다. 지난 2~30년간 아포칼립스,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수없이 다뤘고 이후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완전히 새롭게 재편된 세상이니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낼 수 있다는 말이다.

<28년 후: 뼈의 사원>의 경우 아포칼립스 이후 28년 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앞서 28일 후, 28주 후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일부러 ‘28’을 맞췄다. 주인공 스파이크가 12살에 불과하니 이전 세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국만 분노 바이러스에 점령당해 따로 격리되어 있다는 설정이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대륙이 히틀러를 비롯한 파시스트 세력에 점령당하고 영국만 홀로 분투한 사례의 안티테제다.

그렇다, 인류는 불과 100년도 안 된 이전 세기에 아포칼립스를 경험했다.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의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21세기 초, 불과 5년여 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증류의 아포칼립스를 경험했다. 그렇게 우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다. 그곳에는 가지각색의 죽음이 상존하니 오히려 죽음이 천시되고 삶이 고달파질 뿐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인간을 가른다

지미 크리스털은 악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유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차림새는 지미 새빌이 연상된다. 살아생전 영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방송인으로 막대한 부와 명성으로 자선 사업의 일가를 이뤘으나, 사후 드러난 사상 최악의 성범죄로 추락하고 지워진 인물이다.

‘악마’의 소행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지미 새빌의 행각은 극 중 지미 크리스털의 악행으로 이어지는 바, 감염자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선행(?)과 더불어 자신들끼리 죽이는 것도 모자라 아무 집이나 쳐들어가 일가족을 도륙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문제는 이유다운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 세계를 구원할 '올드 닉'이라는 사탄의 명령이자 죽음이야말로 축복이라는 복음의 실천이다.

죽음을 두고, 켈슨처럼 평화의 안식처로 보느냐 지미 크리스털처럼 빙퉁그러진 축복의 매듭으로 보느냐가 선명하게 갈린다. 전자는 죽음을 고귀하게 여기기에 인간을 존중할 줄 알지만, 후자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기에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다. 죽음이 상존하는 세계에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하여 이 영화는 외관상 가볍게 볼 만해 보이지만 실상 새롭게 재편된 세상에서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현장을 보여주는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 보통의 좀비물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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