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다이 마이 러브>

이제 갓 결혼한 커플, 그레이스와 잭슨은 잭슨의 죽은 삼촌이 남긴 허름하지만 넓은 집에 신혼살림을 차린다. 그렇게 뉴욕에서 몬태나 시골로 이사를 와야 했다. 화끈한 부부의 성생활, 바로 아기가 들어선다. 그리고 예쁜 아기가 태어난다. 6개월 후, 그레이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촉망받는 작가지망생인 그레이스는 책상에 제대로 앉을 시간도 생각도 여유도 없다. 잭슨은 고된 노동으로 일주일에 세 번 집에 들어올까 말까다. 부부의 성생활은 현저히 줄어들고, 그레이스는 모든 순간 아기를 들여다봐야 하며, 잭슨은 곁에 없다. 그레이스에겐 고양이가 필요했는데 잭슨이 강아지를 데려온다.
그레이스는 말 그대로 미쳐간다. 둘은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데, 그레이스의 이상 행동이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불지 않는 바람과 들리지 않는 소리에 반응하고, 강아지와 아기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며, 급기야 자해까지 한다. 그레이스의 산후우울증은 어디까지, 언제까지 계속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제니퍼 로렌스의 파격, 모성을 뒤흔들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다이 마이 러브>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에 힘입어 큰 화제를 뿌렸는 바, 전라 노출뿐만 아니라 그 자극을 상회하는 극단적 분노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의 커리어를 쌓은 그녀지만,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린 램지 감독은 일찍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이 케빈의 엄마를 내세운 영화 <케빈에 대하여>로 신드롬급 화제를 뿌린 바 있는데, 이번 작품과 비슷한 결이다. 전통적인 모습의 ‘모성애’를 비틀어 다룬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 모습이 더욱 직설적이고 파괴적으로 다뤄진다.
한편 제니퍼 로렌스는 배우로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첫째를 낳은 직후였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하니 영화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을 거라 사료된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되는데, 논쟁거리를 던질 것은 확실하다.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산후우울증
세상이 좋아져 요즘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예전만큼의 공력이 들진 않는다고들 한다. 그런데 최근 5년 새 산후우울증은 족히 20%는 늘었다고 한다. 무기력감, 죄책감, 불안, 수면 장애 등을 동반하는 산후우울증은 유병률이 10% 이상에 달하는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를 왜 낳았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 '도망가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하다가도 '난 정말 나쁜 엄마인가 봐' 하며 자책하는 게 반복된다. 극 중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생후 6개월간은 정신을 놓고 미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레이스가 아기를 낳고 6개월이 된 후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한 발 더 나가는 것이다. 아기를 낳고 하루 종일 아기 곁에만 붙어서 케어하는 엄마의 삶은, 산후우울증 유병률 10% 이상이라든지 생후 6개월간 정신을 놓는다든지 하는 수치로 형상화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오직 아기만을 바라보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절대로 그만둘 수도, 도망칠 수도 없거니와 누군가 온전히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불편하지만 반드시 봐야 할 이유
<다이 마이 러브>는 수치로 형상화할 수 없는, 갓난아기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혹자는 그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고, 너무 많이 나갔다고 비판할 것이다. 소리 지르고 부수고 자해하고, 환청과 환몽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이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그레이스의 광기 어린 몸부림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거니와, 적어도 머릿속에서 매번 일어나고 있다고 말이다. 욕망이 타의에 의해 막힐 때는 어떤 식으로든 분출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분출된 욕망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을 띠고 있지 못한다. 그러니 그레이스의 모습이 혹자에겐 못마땅해 보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용기 있다. 용기 있는 연출과 용기 있는 연기의 합이 조화를 이뤘다. 다만 앞서 말했듯 그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영화를 결코 편안하게 감상할 수는 없을 테지만, 결단코 끝을 보고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어가면 좋겠다. 점점 더 좋아진다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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