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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가짜 가족을 연기하다, 진짜 인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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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렌탈 패밀리: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영화 <렌탈 패밀리>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일본에서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생활 중인 필립, 그는 7년 전 찍은 광고로 얼굴을 알렸으나 이후 반등 없이 무명배우로 지내고 있다. 그렇게 오디션장을 전전하던 그는 우연히 특이한 듯 특별한 듯한 회사에 취직한다. ‘렌탈 패밀리’라는 이름의 그 회사는 가족 역할 대행 서비스를 주업으로 했다.

먹고살아야 했고 하는 일이 연기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생각한 필립은 그곳에 취직한다. 우여곡절 끝에 첫 일, 차마 부모님께 동성을 사랑해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젊은 여인의 가짜 남편이 되어 주는 일을 마치고 나름 깨닫는다. 누군가의 삶 속에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이후 그는 다채로운 역할을 동시에 맡기 시작한다. 그중에 아빠 없는 혼혈 소녀 미아의 가짜 아빠 역할과 은퇴한 배우 키쿠오를 취재하는 가짜 기자 역할을 꽤 장기적으로 이어간다. 직업 특성상 역할에 과몰입해 감정을 이입하면 좋을 게 없는데, 필립은 그만 미아와 키쿠오에게 감정을 이입해 버리고 마는데…

일본에서 활동하는 무명 미국 백인 배우

20세기 말 <미이라>로 세계적인 인기 배우로 발돋움한 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쌓다가 개인사로 추락했던 배우 브랜든 프레이저는 2022년 <더 웨일>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부활했다. 이후 <플라워 킬링 문>을 거쳐 <렌탈 패밀리>로 다시금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7년 차 무명 미국 백인 배우’라는 흥미롭지만 어려울 게 불 보듯 뻔한 역할을 완벽하게 선보인 브랜든 프레이저가 돋보이는 가운데, <렌탈 패밀리>는 비록 미국 자본이 많이 들어갔음에도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다. 하여 미국과 일본의 감성이 조화롭다.

일본에선 족히 수십 년 전부터 역할 대행 서비스가 성행했다고 한다. 내가 하기 싫은 것,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 등을 단순하게 대신해 주는 것이다. 이후 한 발 더 나아가 가짜이지만 진짜처럼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가족’ 역할을 대신해 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짜여서 더 진짜 같은 관계

가족을 대행한다니,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못할 것 같지만 인간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파편화되고 있는 지금에서 사업적으로 제격일 수 있다. 찾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리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까.

영화는 ‘가족 역할 대행’이라는 엽기적일 수 있는 일을 중심에 두고 사회적으로 접근하나 싶지만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길을 택했다. 진짜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철저히 비즈니스로만 엮어 있으니 가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점점 더 '인간적인' 교류가 사라지는 세태를 꼬집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건 좀 더 개인적인 사연이다.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장례를 갈 수 없었던 필립은 마음 한편에 바로잡지 못한 무엇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그 무엇을 미아와 키쿠오와의 진심 어린 교감으로 풀어내려 하는 것이다. 과연 가짜여야 가능한 비즈니스에서 진짜가 될 수 있을까. 그 순간 비즈니스는 성립되지 않는다.

일과 진심에서 살아남는 것

들여다보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일 그리고 직업은 없다. 누군가를 돕고자,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니 ‘그냥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와 ‘그냥 일이니까’는 서로 같을 수 없다. 전자는 상대방이 보이지 않지만 후자는 상대방이 보이긴 한다. 하물며 누군가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는 역할 대행 서비스는 어떨까. 거기에 돈밖에 없으면, 혼란을 바로잡고자 하는 일이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사명감을 깃들여야 하고, 비록 가짜일지라도 거짓 아닌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하며, 결국 자신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필립은 나 아닌 다른 인물과 다른 삶을 가짜로 연기하는 배우지만 그 속에 진심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캐릭터다.

비록 영화 속이라지만, ‘렌탈 패밀리’는 충분히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콘셉트다. 적어도 ‘완벽해 보이는 가족’은 누구나 동경하는 로망이 아닌가. 그러니 오히려 사명감을 장착하고 진심을 담은 채 진짜로 대하라. 세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더 다정한 곳으로 만드는 데 한몫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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