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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이들 중 도대체 누가 나를 협박하는가... 서스펜스 최고치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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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드롭>

 

영화 <드롭> 포스터. ⓒUPI 코리아

 

시카고에서 상담 일을 하는 바이올렛, 최근에는 가정 내에서 학대당한 여자들을 상담하곤 한다. 그녀는 홀로 5살 아들 토비를 키우는 싱글맘인데, 데이트앱으로 3개월 동안이나 꾸준히 연락해 준 잘생긴 시장 보도 사진작가 헨리와 첫 데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초고층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조금 늦는 헨리, 그 사이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마주치는 바이올렛, 그런데 누군가가 그녀에게 디지드롭으로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헨리와 자리에 앉고 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가 온다. 그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과 그녀의 집에 괴한이 출몰했다는 것, 하여 그녀는 그 메시지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바이올렛은 헨리와의 첫 데이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다. 계속 핸드폰에 집중해야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여기저기를 수시로 오가고 산만하게 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급기야 메시지의 타깃이 헨리로 향한다. 이유불문, 아들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당장 헨리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혹은 어찌 안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의 악용

 

'블룸하우스'표 장르 영화라 하면 최소한의 퀄리티를 담보한다. 20년 넘게 당대를 대표할 만한 공포/호러 영화들을 제작해 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겠다. 2010년대 정점을 찍고 2020년대 들어 예전만큼은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1년에 몇 편씩 꾸준해 내놓으며 그중 한 편 이상은 수작인 모양새다.

영화 <드롭>도 수많은 블룸하우스표 호러 중 하나인데 실생활과 연관되어 있어 섬뜩함을 더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어드롭'이라는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을 잘 알 것이다. 다른 IT 업체에서도 잇따라 유사 기술을 선보였지만 에어드롭이 대표 격이다.

당연히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공공장소에서 무작위로 음란물이나 혐짤 등을 보내고 수신을 결정하기 전에 이미 썸네일을 보게 되니 기분이 나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악용을 하지 못하게 했지만 여전히 여지는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작품의 주요 모토로 삼았다.

즉 레스토랑에 있는 모든 이가 용의자인 것이다. 누구나 핸드폰을 사용하니 바이올렛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것도 레스토랑 내에 협박범이 있다는 증거다.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서스펜스가 대단하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학대'의 경험

 

영화의 오프닝이 범상치 않다. 다친 채 깨어난 바이올렛, 그리고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총을 들고 그녀를 위협한다. 그러더니 그녀에게 총을 건네고 자신을 쏘라고 윽박지른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결정적 과거인 듯하다.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점점 하나로 이어진다.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의미가 말이다. 물리적 학대로 보이는 과거와 디지털 학대를 당하는 현재, 학대의 개념이 방대해지다 보니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좁아진다. 들어보니 헨리도 완전히 다른 의미의 학대를 당하고 있다 한다.

끊어내고 이겨내고 지키는 건, 그러나 매우 힘든 일이다. 그저 실행에 옮기면 된다고 하지만 뒤따를 여파가 너무나도 클 테니까 말이다. 물론 누군가의 목숨들이 서로 얽혀 담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왕이면이 아니라 전부 다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머리를 쥐어짜더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

영화는 채 100분이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을 한시도 낭비하지 않고 서스펜스로 꽉꽉 채워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어디 가슴 쫄깃하게 하는 영화 없나 하고 찾고 있으면 이 영화 <드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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