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지난 세기말을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공포 스릴러 장르가 대유행했다.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링> <주온> <여고괴담> <알포인트> <쏘우> 등이 몇 년 새 쏟아져 나왔다. 세기가 바뀌는 때의 불안함이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 와중에 <데스티네이션>이 독보적인 면모를 뽐냈다.
정확히 2000년에 나온 <데스티네이션> 1편은 '죽음'이라는 실체 하지 않는 빌런이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쫓아와 결국 죽음으로 이끈다는 신박한 설정으로 큰 반향을 이끌었다. 반면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한동안 밤잠을 설치고 조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삶은 어렵지만 죽음은 쉬웠으니까.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그 인기, 질리지 않는 설정에 힘입어 2011년까지 자그마치 5편이나 만들어졌고 모두 다 흥행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공포 영화의 트렌드가 바뀌니 더 이상 끌고 가기 힘들었다. 그러던 2025년에 이르러 6번째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 우리를 찾아왔다. 트렌드가 다시 바뀐 듯, 북미에선 흥행 '대박'을 이뤘다고 한다.
가족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스테파니는 할머니 아이리스가 나오는 악몽에 두 달 동안 시달리고 있다. 악몽이라는 게, 1969년 높디높은 스카이뷰 레스토랑에 방문한 아이리스와 폴이 작은 균열들이 만든 초대형 참사에서 결국 살아남지 못하고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스테파니는 삼촌 하워드를 찾아간다. 엄마 달린은 10살 때 집을 나가서 본 적이 없다.
삼촌에게 들어보니, 할머니는 미쳤다고 한다. 자식들을 버리고 나가 수십 년째 혼자 살고 있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를 만난 스테파니, 그녀가 모았다는 죽음의 책을 받았지만 할머니는 현장에서 처참하게 죽고 만다. 스테파니로선 할머니가 주장한, 가족을 향해 맹렬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실체를 믿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스테파니의 가족들은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루 말하기 힘들 만큼 처참하고 잔인하게 말이다. 와중에 아이리스의 비밀, 달린이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하워드 부부의 비밀 등 가족의 비밀이 밝혀진다. 과연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여전히, 실체를 알 수 없는 절대 빌런
이 영화에서 '죽음이라는 운명'은 정확하게 말해 '죽었어야 할 운명'이다. 그때 그 자리에서 죽었어야 할 운명인데 죽음의 환상을 보는 주인공에 의해 죽음을 피했으나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것. 인간 따위가 어찌 운명을, 그것도 죽음을 피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 지점이 이 시리즈의 핵심이다. 실체 없는 절대 빌런의 존재에게서 온몸을 관통하는 근원적 공포를 느낀다.
나아가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보편적 주제이자 소재를 가져와 기존의 특수한 설정과 조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죽음이 다름 아닌 가족, 그것도 정확히 '혈연'에게 찾아온다는 디테일. 그러다 보니 죽음이라는, 인간이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느낄 만한 대상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분신과도 같은 가족이니까.
죽음에 맞서는 건 어리석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어떻게든 죽음에게서 멀어지려고, 1초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게 또 인간이다. 그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이 '데스티네이션' 시리즈고 그중에서도 최근작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이라고 할 만하다. 즉 1편을 상회할 정도의 시리즈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분명 죽음에 이르는 모습이 처참하고 잔인하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평온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머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게서 이상한 희열을 맛본다. 놀라고 소리를 지르고 심장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데,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흥분된다고 할까. 긍정적인 기분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만큼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하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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