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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37년 만에 드디어 만나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초기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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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포스터. ⓒ미디어캐슬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작품 안팎으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에서 1979년에 <기동전사 건담>이 최초 방영되었으니 45년이 넘었고 지난 4월에 최신판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가 방영되었을 정도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건담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우주세기는 15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대서사시를 거대로봇물로 보여준다니 사랑해마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건담을 선망하지 않은 이 많지 않겠으나 섣불리 덤벼들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나 한 번 빠져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일까, 건담의 수많은 극장판들 중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많지 않다. 소개하려면 빠짐이 없어야 할 테니까.

그럼에도 그중 하나를 가져와 소개하는 대범함을 롯데시네마가 보였다. 건담 팬들에겐 기대하고 고대하던 소식,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건담의 성전을 접할 기회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가 바로 그 작품이다. 우주세기의 정사 중 전기 전쟁의 5번째 서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이 주된 배경으로 '지구연방군 vs 네오지온' '아무로 레이 vs 샤아 아즈나블'의 구도다.

 

지구연방에 대항하는 신생 네오지온

 

지구는 한정된 자원에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길이 없어 우주 개발에 나선다. 단일 정부로는 하지 못하니 지구연방이 탄생한다. 그렇게 스페이스 콜로니를 만들어 우주 이민에 박차를 가한다. 시간이 흘러 지구인과 우주 이민자 사이에 불평등, 차별, 갈등이 발생하고 점점 골이 깊어진다. 급기야 우주 이민자의 불만이 폭발해 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

샤아 아즈나블은 스스로 총수가 되어 신생 네오지온군을 이끌며 지구연방에 선전포고한다.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지구의 인류를 말살하고 '지구'를 되살려 놓고자 지구에 소행성 5th 루나를 낙하하려 하고 지구연방의 최정예 독립 부대 론도 벨이 막아선다. 하지만 소행성의 낙하를 막을 수 없었고 지구는 큰 피해를 입는다.

샤아는 곧이어 두 번째 계획을 세운 뒤 작전에 돌입한다. 과거 네오지온의 본거지였던 액시즈를 위장 평화교섭으로 탈환하고 루나 2에 있는 핵 미사일을 탈취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둘을 이용해 액시즈를 지구에 낙하한다는 계획. 그 앞을 뉴건담을 새롭게 수령한 론도 벨의 모빌슈트대 대장 아무로 레이가 막아선다. 지구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는가, 그들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는가.

 

침공과 방어, 방법론과 이상론의 치열한 대립

 

샤아 아즈나블이 이끄는 신생 네오지온은 대의명분이 있다. 지구가 살기 힘들다고 하여 우주로 내보낸 이민자들을 언젠가부터 차별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통제하려는 작태를 두고 볼 수 없기 때문. 하지만 그 방법이 무지막지하다. 소행성을 지구에 낙하시켜 인류를 절멸시키고 지구를 더 이상 인류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계획이니 말이다.

지구연방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의 밀실 평화교섭으로 기득권층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수작을 벌이니, 지구연방군의 독립부대 론도 벨만이 샤아의 습격에 대응할 뿐이다. 그들이라고 지구연방의 행태에 동의하는 건 아니나 지구가 황폐화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목숨 걸고 막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싸움이 더 처절하고 절절하다.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는 이들의 침공과 방어,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방법론을 두고 벌이는 설전이 있다. 이상론과 방법론의 철학적 논쟁이랄까.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와 우주세기의 극초반을 이 작품 <기동전사 건담: 샤아의 역습>이 화려하게 수놓는 동시에 대표할 수 있는 이유다.

한편 이 작품은 진입 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본래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기획해 내놓았으나 대성공으로 이후 수십 년간 계속되고 있기에 오히려 초기작 중 하나가 된 만큼,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전개가 눈에 띈다.

또한 주인공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은 시리즈의 시작부터 함께 나와 그들만의 서사를 이어 나갔으니, 이 작품에서 그들이 왜 그렇게 싸우는지 제대로 알려면 전작을 모두 보고 숙지해야 하는 것이다. 하여 이 작품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입문서가 아닌 심화 실전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헤어 나오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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