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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교황이 되기 위한 추기경들의 추악한 암투, 교황 선출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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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콘클라베>

 

영화 <콘클라베> 포스터. ⓒ엔케이컨텐츠

 

일명 '교황 영화'는 종종 만들어진다. 인류 최고위의 종교 지도자 중 하나이기에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는 편이고 궁금한 점들도 많기 때문이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 <두 교황>, 2016년 <프란치스코>, 2013년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2007년 <보르히아> 등이 대표적이다. 의외로 대중적이다.

그리고 교황이 거의 나오지 않는 교황 영화 <콘클라베>가 찾아왔다. 교황이 예기치 못하게 선종한 후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를 배경으로 한다.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그만큼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하고 선거를 치른다.

100명 넘게 모인 추기경단, 살아생전 교황이 임명한 수석 추기경이 단장을 겸해 콘클라베를 진행하고 관리한다. 그의 임무는 빠르고 별 탈 없이 교황 선출을 마무리하는 것. 콘클라베가 오래 지속될수록 언론에선 교회와 교황청의 위기를 들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교황 선종 막전막후

 

아팠긴 했으나 예기치 못하게 교황이 선종한 후 수석 추기경 로렌스는 분주히 움직인다. 세계 각지에서 108명의 추기경이 모이는 와중에 진보파인 그는 벨리니 추기경을 미는 한편 그가 적대하는 보수파 데데스코 추기경을 예의주시한다. 와중에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왔다는 베니테스 추기경이 좌중의 주목을 받는다. 그는 선대 교황이 의중 결정으로 선출했기에 아무도 몰랐다.

한편 로렌스는 보좌진으로부터 이것저것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선대 교황은 교회 자체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하고, 주요 후보 중 트랑블레 추기경은 선대 교황으로부터 모종의 이유로 파면되었다고 하며, 아데예미 추기경은 어느 수녀와의 추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는 콘클라베를 시작하는 강론에서 그 무엇도 확신하지 말고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조화를 이뤄 진정한 믿음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꽤 강력하고 괜찮은 메시지. 그렇게 첫 번째 투표가 시작되고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데, 당연하게도 여기저기 흩어진다. 곧 본격적인 선거 전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치 스릴러의 면모

 

영화 <콘클라베>는 가톨릭에서 행하는 가장 엄숙하고 또 중요한 의식인 '콘클라베'를 주요 배경으로 하지만 종교와는 거리가 매우 멀어 보이는 정치 스릴러의 면모를 선보인다.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추악해 보이기까지 한다. 온갖 비밀이 드러나 주요 후보가 실각하는 모습을 보면 현실 정치에서 일어나는 일이 겹쳐 보인다.

정치가 나라를 부강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인데 개개인의 권력 욕구를 채우는 행위로 변질된 것처럼, 종교도 하느님의 보호 아래 뭇사람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며 평화와 행복으로 나아가는 게 목적인데 콘클라베에서 보이는 모습에는 개개인의 권력 욕구만 보인다.

진보파의 벨리니는 콘클라베를 선거 전쟁이라고 명명하며 보수파의 데데스코만은 절대로 교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요목조목 다 맞는 말인데 다분히 정치와 선거가 주가 되어 버린 행태다. 교회의 미래는 온데간데없다. 보수파의 데데스코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자신이 교황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외친다. 교황 내외부의 상서롭지 못한 일을 가져와 자신과 대치시키는 형식이다. 역시 정치와 선거가 주가 되어 버린 행태.

 

영화가 던지는 질문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로렌스, 수석 추기경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관여'를 하게 되니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러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드니 치가 떨린다. 혼자 교회를, 교황청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는 것 같아 서럽다. 강론에서 상당히 강력하게 말한 확신, 의심, 믿음 등의 말은 진심이었다.

여하튼 콘클라베는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 어떤 추악한 일도 외부로 빠져나가선 안 된다. 그렇다고 마냥 콘클라베가 길어져선 안 되지만 마땅히 교황이 되어야 하는 추기경이 없다. 물론 로렌스가 강론에서 말했듯 모든 게 완벽하고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황도 사람이니 완벽할 수 없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교황이어야 할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교회의 현실, 민낯, 방향, 이상 등에 대해 질문하며 로렌스를 통해 나름의 답변을 내놓으려 한다. 교회는 뿌리부터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유구한 전통을 자랑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결국 '사람'이 유지해야 하기에 언제 누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고 한순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이 답이다. 사람이 사람과 합심해 이상을 현실과 만나게 하고 민낯의 상처를 보듬으며 방향을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 개인적으로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한데 조직은, 교회는 잘못을 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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