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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뮤지컬 영화에 나오는 트렌스젠더 마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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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에밀리아 페레즈>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지난 2025년 1월 23일,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되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지만 미국 배우가 다수 출연하는 프랑스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세간에 화제를 뿌렸다.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한 중간 결과였다.

물론 21세기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이자 이미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크리스틱 초이스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다수 부문 노미네이트되어 수상의 영광까지 안았기에 어느 정도는 예정되어 있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작품, 연출, 연기, 각색, 촬영, 음악 등에서 총체적으로 합격점을 받았을까? 개인적으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낯설다'였다. 범죄와 뮤지컬 장르를 섞은 가운데, 개인과 사회의 이야기가 얽혔으며, 결정적으로 다양한 캐릭터의 여성들이 주가 되어 극을 이끈다. 정식 공개 후 여러 논란이 파괴적으로 휘몰아치기에 영화 안팎으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약왕이 애매한 여성 변호사를 찾은 이유

 

리타는 오랜 공부 끝에 변호사가 되어 정의로운 꿈을 펼치고자 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무능하기 짝이 없거니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선임 변호사를 보조하는 처지다. 스스로를 비관하니 누구나 선망할 만한 변호사라는 직업도 하찮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마약왕 마니타스가 그녀를 찾는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 채 눈을 떠보니 앞에 마니타스가 앉아 있다. 그가 말하길, 마약 소굴에서 태어나 살아남고자 자신의 정체성을 속여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자가 되고 싶으니 방법을 찾아달라. 수술 이후의 로드맵도 설계해 달라. 평생 써도 남을 돈을 줄 테니.

리타로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마니타스를 여자 에밀리아 페레즈로 만들고 마니타스의 아내 제시를 비롯한 가족을 챙기며 큰돈을 받는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 에밀리아가 갑자기 리타의 앞에 나타난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한편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에피파니아가 에밀리아의 눈에 들어온다. 에밀리아, 리타, 제시, 에피파니아는 어떤 식으로 얽히고설킬 것인가.

 

멕시코, 그리고 여성의 척박한 현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편이고 개인적 이야기와 사회에 얽힌 이야기가 나뉘는 편이다. 최악의 마약왕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오다가 결국 성을 바꾸기로 결정하는 이야기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어 낙담하고 있는 변호사의 이야기가 전반부의 개인적 이야기를 이룬다.

그런가 하면 마약왕 때문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의 유해를 찾아 제대로 추모하고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재단을 설립해 활동하는 이야기가 후반부 사회적 이야기를 이룬다. 극후반부로 가면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되 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다. 드라마틱하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멕시코의 지난하고 척박한 현실. 마약 카르텔이 횡행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휘말려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모두가 인지하면서도 아무도 어쩌질 못한다. 극 중에서 마니타스도 마약 소굴에서 태어났고 살아남기 위해 살다 보니 마약왕이 되어 있었다지 않은가.

한편 멕시코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것 같다. 여성 인권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신장되고 있다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시는 당연한 듯 남편이 더 어린 여자를 찾고 본인은 버려졌을 거라 생각하고, 리타는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출중한 능력이 묻히며, 에피파니아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낯설게 파괴한 뮤지컬 영화 문법

 

멕시코의 현실을 개인적, 사회적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도 낯설지만 스페인어 기반의 뮤지컬 형식이라는 점에서 낯섦의 한계를 넘어선다. <물랑루즈> <시카고> 그리고 불과 얼마 전의 <위키드> 같은 21세기 최고의 뮤지컬 영화들이 보여주는 '유려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텐데, 그래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할 테다. 기존의 뮤지컬 영화 문법을 파괴한 정도다.

특히 범죄, 스릴러, 뮤지컬 장르의 차원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중남미 특유의 초현실주의 차원까지 가닿으니 스펙터클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한정된 곳에서 몇몇 주인공에 의해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게 아니라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특별하고 다채로운 인물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다루니만큼 판이 크고 넓다.

앞서 '낯설다'라고 말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그 말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다.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혹은 온갖 게 혼합되어 있는 무엇일지. 감독이 영화가 주고 싶었던 감정이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생이란, 세상이란 온갖 것들이 복잡하고 얽히고설켜 있는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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