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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계속 죽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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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킬>

 

영화 <킬> 포스터. ⓒ올랄라스토리

 

인도 최고의 특수부대인 국가안보경비대 소속의 암릿은 사랑하는 연인 툴리카를 따라 델리행 열차에 오른다. 동료 비레시와 함께였다. 툴리카는 굴지의 운송 회사 사장인 아버지의 강권 아래 정략 약혼식을 올리고 가족과 함께 델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장 강도가 출현해 한순간에 열차가 혼란에 빠진다.

파니가 이끄는 강도단은 마체테 등으로 무장한 채 승객들을 무차별로 도륙하기 시작한다. 앞뒤 없이 마구잡이로 때리고 죽이는 와중에 1등 칸에 있던 툴리카네 가족이 위험에 빠진다. 한편 뒤쪽에 있던 암릿과 비레시는 강도단을 하나둘 무찌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쓴다. 와중에 파니의 아빠가 이끄는 본대가 열차에 탑승한다. 이 수십 명의 무법자 집단은 혈연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결국 붙잡히고 마는 암릿과 비레시, 제아무리 최고의 특수부대원이라도 수십 명의 무장 강도를 무찌르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그때 암릿의 눈앞에서 파니가 툴리카를 잔혹하게 죽인다. 각성한 암릿은 잔혹하게 무장 강도들을 무찔러 나간다. 죽이는 데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 마치 그의 인생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듯이. 과연 이 참혹한 현장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무자비하고 잔인한 '킬'의 향연

 

인도 액션 영화 <킬>은 제목이 거의 모든 걸 대변한다. 사실상 영화에서 '킬'이 아닌 다른 모든 건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다. 이를테면 암릿과 툴리카의 금지된 사랑 또는 이뤄지기 힘든 사랑은 주인공의 각성 재료다. 열차에 오른 무장 강도단이 제아무리 갈취하고 살인한다고 해도 암릿과 비레시 둘이서 뭘 할 수 있을까? 자그마치 40명에 이르는 무법자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하필 암릿이 보는 앞에서, 대항해 봤지만 국가 공무원으로 차마 무법자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 무기력하게 무릎 꿇고만 그의 앞에서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한 사랑 툴리카가 잔인하게 살해되어 열차 밖으로 내던져지니 자신을 놓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때 비로소 무자비한 살인, '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제껏 보기 힘든, <존 윅> 시리즈조차 뛰어넘을 만큼의 잔인한 살인의 향연이다.

인도 영화 하면 자연스레 떠오를 리듬이 살인 과정에 따라다닌다. 역대급으로 잔인한 살인 과정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상한' 배경 음악이 깔리니 집중하기가 힘든 것 같기도 하다가 기상천외한 살인 과정에 혀를 내두르며 집중하게 된다. 수없이 많은 액션 영화를 봤지만 일찍이 접한 적 없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그 장면들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수위가 매우 매우 매우 높은 만큼 충격적 재미가 따를 것이다.

 

무장 강도단을 둘러싼 이야기들

 

영화는 인도 특유의 문화를 담는다. 외부에서 보기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이를테면 주지했듯 굴지의 운송회사 사장의 딸, 즉 기득권층의 자제 툴리카는 원하는 대상과 결혼할 수 없다. 집안에서 정하는 대상과 정략적으로 결혼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가 한창인 지금, 세계 최강대국급의 반열로 올라가고 있는 인도에 이토록 전근대적인 문화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카스트 제도도 없어지지 않은 인도이니 만큼 예상은 했으나 충격적이다.

그런가 하면 열차를 침범한 무장 강도단 또는 무법단의 존재가 특이하다. 100년 전에 존재했을 법한 열차 무장 강도단이 지금도 존재한다니 말이다. 그 자체로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인도의 무장 강도단을 '다코이트(dacoit)'라고 부르는데 100여 년 전에는 인도 전역에서 활개를 쳤다고 한다. 인도에 가서 열차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실제로 머지않은 2010년에 열차 무장 강도단 40명을 물리친 병사가 있었다. 이 영화는 정확히 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 같다.

또한 이 무장 강도단은 혈연관계로 이어진 것 같은데, 암릿과 비레시한테 당하고 올 때마다 처절하게 울고 불며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이 엽기적이기 이를 데 없다. 분위기가 나름 엄숙하니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무장 강도단으로서 충실히(?)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는데, 정작 자기네가 당하니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자기모순인가 싶지만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 사이코패스 집단이랄까.

여러모로 흥미로운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당연한 듯 판권을 구입해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어 내놓을 계획이라고 하는데, 액션만 기똥차게 보여줄 것 같다. 인도만의 개념 자체를 생각할 수 없을 테니 이 영화만의 리드미컬하고 황당무계하기까지 한 부분들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재미가 조금 반감되지 않을까?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 나온다고 하면 왠지 이 작품을 한 번 더 찾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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