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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전작의 위대한 유산을 가져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영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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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트위스터스>

 

영화 <트위스터스>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뉴욕 기상청에서 일하는 케이트는 5년 전 사고의 트라우마로 상실감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당시 그녀는 대학생이었는데 어렸을 적부터 가졌던 꿈, 토네이도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생각을 실현시키고자 친구들과 함께 토네이도를 쫓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곧 끔찍한 현실로 다가왔고 최악의 5등급 토네이도가 모든 걸 쓸어갔다. 그녀의 남자친구와 친구들도 함께.

어느 날 그때 그녀와 함께 살아남은 하비가 찾아온다. 그는 '스톰 파'라는 폭풍 추격대를 운영하며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데이터를 수집하며 토네이도를 없앨 방법을 연구 중이었는데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했던 것이다. 트라우마로 고생 중이던 케이트는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이내 합류한다. 하지만 첫 프로젝트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한편 100만 유튜브를 운영하며 팀을 꾸려가는 폭풍 추격대 '토네이도 랭글러'는 리더 타일러를 제외하곤 기상학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들은 단지 토네이도에 중독된 관종일 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 하비는 그런 타일러를 무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톰 파를 후원하는 대기업은 토네이도가 쓸고 간 폐허를 싸게 사들여 집을 짓고 비싸게 팔려는 건설업자였고, 토네이도 랭글러는 토네이도가 쓸고 간 폐허를 찾아가 생필품을 무료로 배급하고 있었다. 충격을 받은 케이트는 타일러에게 관심을 갖는데...

 

전작의 위대한 유산을 충실히 따랐을 때

 

자전적인 이야기 <미나리>로 크게 날아오른 정이삭 감독의 블록버스터급 재난 영화 <트위스터스>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트위스터>를 찾아봤다. 자그마치 28년 전의 작품이건만 정말 잘 만들었다 싶었다, 어색함이 없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에 이름을 올렸으니 '역시'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 <트위스터스>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으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히 블록버스터의 시조새가 아니던가.

<트위스터스>는 <트위스터>의 리부트가 아닌 속편이다. 하여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띤다. 토네이도로 가까운 사람을 잃었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 기업의 후원을 받는 폭풍 추격대와 혼자의 힘으로 꾸려가는 폭풍 추격대의 대립, 목숨을 앗아가고도 남을 가공할 만한 토네이도에 끌려 쫓아다니는 이들, 최악의 5등급 토네이도가 출현해 모든 걸 앗아가고 폐허가 된 마을 등.

이 작품은 전작의 위대한 유산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고 그 유산 위에 조심스레 영화 안팎으로 최신의 것을 얹혔다. 영화 밖으론 보다 더 진짜 같고 또 파괴력이 높은 토네이도를 구현하고자 당연하게도 최신의 CG 기술을 도입했다. 가짜임에 분명하지만 진짜 같다. 영화 안에선 유튜브로 돈을 벌면서 기부도 하는 선한 영향력의 인플루언서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실제로도 존재하기에 위화감이 없다. 얼마 전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폭풍 추격대와 함께한 여정을 영상으로 옮겨 큰 화제를 뿌린 바 있다.

2010년대 이후 오리지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극히 상업적으로 볼 때, 이미 성공한 다른 콘텐츠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높거니와 이미 성공한 옛 명작의 후속편을 만드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 기조는 최근 들어 또 바뀐 듯한데, 기존 콘텐츠의 유산을 최대한 따르는 와중에 자신의 것을 입혀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오리지널도 아니면서 오리지널 흉내를 내지 말라는 말일까. 가장 최신의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위시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프레이> 등이 호평을 받았다. 

 

재난 자체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춘 휴머니티

 

미국의 경우 주로 중부와 동부 평원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 토네이도에게 우호적인 쪽으로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대기 불안정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여 매년 더 강력한 토네이도가 생겨나고 또 토네이도의 빈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니 영화 속에서 토네이도를 추적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네이도를 없애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더 와닿는다.

그 지점이 <트위스터>와 <트위스터스>의 특장점이다. 안일한 마음으로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쫓기고 다치고 죽고 마는 사람들을 그리며 신파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상업 재난 영화임에도 상당히 학술적이고 또 정직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재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재난에 임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로 시작해 블록버스터로 넘어온 이력이 빛을 발한다. 

그러니 영화에서 주요 캐릭터들이 눈에 잘 띈다. 한 사람을 이루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얽히고설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다고 재난 영화로서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 토네이도를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훌쩍 상회하는 리얼리티를 선사하니 말이다. 상당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북미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훨씬 덜한 흥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더위를 한방에 날리고 싶은 오싹하고 서늘한 영화를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 

정이삭 감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를 통해서도 휴머니티의 본질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지난해 <만달로리안 3>의 한 챕터를 연출한 바 있는 그는 올해 말에 나올 <스타워즈: 스켈레톤 크루>의 일부 챕터를 연출했다고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스타워즈 시리즈에 이름을 올릴지 기대되는 가운데, 작은 러브 스토리 영화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구상하고 엎어지는 게 다반사인 영화계에 어떤 발자취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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