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러브 달바>
뭇남자들에 의해 서로 떨어지는, 정확히 말해 아빠와 딸이 서로 떨어지는 중에 집이 떠나가라 서로를 애타게 부르짖는다. 그렇게 아빠는 집 밖으로 끌려가고 딸은 집에 혼자 남는다. 곧이어 딸은 어딘가로 향한다. 그곳은 보호센터,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달바, 나이는 12세다. 그런데 12살에 불과한 달바는 굉장히 성숙해 보인다. 묶어 올린 머리, 짙은 화장, 큰 귀걸이,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 때문일까.
알고 보니 달바의 부모는 이혼한 후 달바의 양육권을 나눠 가졌는데 남편이 달바를 납치해 달아났고 달바에게 부녀 관계 아닌 연인 관계의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던 것이다. 즉 달바는 아빠한테 근친상간을 당해 왔지만 알바는 부녀 관계는 원래 그런 식이라고 학습받았기에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러니 자신이 왜 센터에 와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당장 아빠에게로 가야겠다며 탈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달바를 맡은 담당자 제이든은 투박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녀를 챙긴다. 선을 넘을 땐 단호하게 대하고 그렇지 않을 땐 여타 어린아이 다루듯 한다. 한편 달바를 룸메이트로 받은 사미아는 그녀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고 극렬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알고는 그녀의 편이 되어준다. 그리고 달바는 그토록 바라던 아빠와 대면하는데... 진실과 마주한 달바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될까?
지독한 친족 가스라이팅의 실체
영화 <러브 달바>는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4관왕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수상하기까지 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화제를 뿌렸고 정식 개봉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주지했듯 영화는 굉장히 민감한 소재를 품고 있는 바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기에 개봉까지 가지 못할 수 있었을 텐데, 작품성으로 정면돌파한 격이겠다.
영화가 택한 기조는 의외로 '속도'다. 러닝타임이 80여 분에 불과하거니와 시작부터 다짜고짜 전체 이야기의 절반쯤은 건너뛴다. 어설픈 플래시백 따위는 없고 달바에게 들이닥친 새로운 현실에 집중한다. 자질구래한 설명은 뒤로하고 몸짓, 표정으로 대신한다. 연출, 각본, 연기의 삼박자 합이 잘 맞았다는 반증이다.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이런 속도가 나오지 못한다.
12살 여자아이 달바에겐 아빠가 세상의 전부다. 그녀는 계속 말한다, 그녀도 아빠와의 관계를 원했고 강제는 없었다고. 오히려 센터의 통제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고. 아빠한테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지독하게 가스라이팅을 받았을까. 아직 완전하게 세상과 자신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에만 있으면서 아빠한테 통제받고 종속당한 것이리라.
그런데 영화는 그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거의 다루지 않는다. 민감하고 불편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랬으려니 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의도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달바에게 필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평범한 삶을 영위해야 하기에, 성장해야 하기에 과거를 인지하되 과거에 매몰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어른에서 어린이로 돌아오는 길
달바의 경우 성장의 모습이 남들과 다를 것이다. 그녀는 불과 12세지만 누구 봐도, 스스로가 봐도 '어른'이다. 어른이 아니니 어른스럽다고 하는 게 맞을까. 아니 타의로 어른이 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러니 그녀는 어린이로 돌아와야 한다. 누군가에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분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수순일 것이다.
당연히 혼자 할 수 없다. 물론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절대로 혼자 모든 걸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어른다운 어른과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도움의 손길로 내세운다. 어른은 그녀가 어린이로 돌아오길 바라며 보살피고 인도하고 알려주고 혼낸다. 또래는 같이 놀고 공감하고 감싸준다. 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고 그들이 달바를 놓아버린다면 끝장이다.
달바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건 과거를, 즉 아빠와의 잘못된 관계를 제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인 후 바뀌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일 테다. 오래 살지 않았으니 경험이 일천할 테고 그나마 없는 경험도 모두 아빠와의 연인 관계로 점철되어 있으니 자신의 세계를, 그것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100% 온전한 세계를 완전히 부정해야 하니 말이다. 그 또한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니 그녀의 성장은 보통의 성장과 차원을 달리한다. 응원한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어느 누가 그런 경험, 아니 그런 범죄를 당했을까. 어느 누가 그런 범죄를 당하면서도 일말의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뿐더러 정반대로 받아들였을까. 어느 누가 그 모든 걸 부정하며 새로운 세계를 꾸려 나가야 할까. 이 영화는 달바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과도기를 그렸다. 부디 그녀가 나아갈 새로운 세계에는 좋은 것들이 많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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