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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공룡을 소재로 SF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가족 영화?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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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65>

 

영화 <65> 포스터. ⓒ소니 픽처스 코리아

 

6,500만 년 전 소마리스 행성, 해변에 단란한 일가족이 있다. 아빠가 2년 동안 장거리 탐사를 떠나야 해서 곧 헤어진다. 조익 탐사선 3703호가 우주를 유영 중이다. 갑자기 예기치 않았던 소행성군과 충돌해 근처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다. 유일하게 깨어 있던 밀스만 살아남았고 대원들이 냉동 수면 중이던 9개 캡슐은 파손되고 2개 캡슐은 행방불명된다.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 밀스는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딸의 존재가 눈에 밟혀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때 행방불명되었던 승객 하나의 생명이 반응한다. 찾아 나선 밀스는 코아를 구조해 온다. 그런데 오는 길에 믿을 수 없이 큰 발자국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조익 탐사선 3703호가 불시착한 곳은 지구였다. 6,500만 년 전 공룡 시대의 지구 말이다. 유일한 탈출 방법인 탈출선을 찾고자 나섰다가 도망갔던 코아를 다시 잡아 데려온다. 그러곤 그들은 탈출선이 있는 산꼭대기를 향해 여정에 나선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장난 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밀스와 코아, 코아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으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꼬마 공룡을 구해 주기도 하지만 곧 잡아 먹히고 말아 슬퍼한다. 공룡 떼의 습격으로 위기에 봉착하는 밀스와 코아, 그들은 무사히 탈출선을 찾아 지구에서 탈출해 귀환할 수 있을까? 유성이 계속 더 많이 떨어질 예정인 지구는 어떻게 될까?

 

신박한 설정, 의미심장한 제목

 

유성이 떨어져 공룡이 멸망해 버렸다는 6,500만 년 전 지구에 외계인이 불시착했다는 설정, 누가 생각해 냈는지 굉장히 신박하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설정일 테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처럼 현대에 재현된 공룡 시대가 신선한 설정인데 말이다. 잘만 하면 시리즈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이 영화, 쉽지 않아 보인다.

영화 <65>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6,500만 년 전의 지구에서 '65'를 따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의 각본 콤비 스콧 벡&브라이언 우즈가 연출을 맡았다. SF 대가 레이미가 제작에 참여해 공신력을 높였다.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 애덤 드라이버가 밀스 역을 맡아 방점을 찍었다. 흥미로운 설정과 화려한 외면이 눈길을 끈다.

<65>는 공룡을 소재로 SF 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가족 영화다. 티라노사우르스를 비롯해 백악기 말기의 이런저런 공룡들이 다양하게 출연해 주인공을 가로 막는다. 하지만 곧 유성 충돌로 멸망이 예견되어 있다. 한편, 공룡들의 위협을 뚫는 과정에 액션과 스릴러가 가미되어 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각본 콤비의 장점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딸을 잃은 밀스와 부모님을 잃은 코아는 유사 가족이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 되어 간다.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다

 

그러나 <65>는 각종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SF 액션 스릴러로서 SF도 액션도 스릴러도 어느 하나 제대로 잡아 내지 못했다. 6,500만 년 전의 외계인이 탐사 중 지구에 불시착한다는 설정이 SF적 요소의 전부다. 최소한의 과학적인 요소가 있거나, 그게 힘들다면 비주얼적으로라도 보여 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마땅히 본 게 없으니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쥬라기 공원>에서도 접했듯 공룡이라는 소재가 있으니 액션 스릴러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차라리 없으니만 못할 정도였다. 액션은 꼴랑 뿅뿅총 하나로 처리했고 스릴러 요소는 전무했다. 공룡의 위협이 더 무지막지하거나 더 은밀하거나 둘 다 못하겠으면 하나라도 집중했어야 액션 혹은 스릴러를 잡을 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이 역시 딱히 본 게 없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이 영화의 마지막 보루는 의외로 '가족'이다. 꽤 많은 영화에서 모습을 비춘 아빠뻘의 남자와 딸뻘의 여자아이의 콤비가 이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각자 세상에 없는 딸과 부모님을 대신하는 존재로 작용한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둘밖에 없으니 의지할 건 오직 서로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너무나 식상하다. 차라리 가족의 요소를 버리고 SF 액션 스릴러에 천착해 홀로 고군분투한 남자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른 버전을 보고 싶다

 

그럼에도 <65>에 미덕은 있다. 앞서 말한 '설정', 설정만으로도 사람을 끌어 당겨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요즘 콘텐츠는 설정, 즉 콘셉트가 매우 중요한 바 이 영화는 기가 막힌 콘셉트 하나로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장사를 할 것이다. 영화 역사를 돌아보면 설정은 좋았는데 영화가 별로라 시리즈로 이어지지 못했다가 훗날 리메이크되던가 리부트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감독이 연출한 버전을 보고 싶다.

그런가 하면, 90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도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콘셉트로 낚아 놓고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으면 예의가 아닐진대, 감독이 영화의 분수를 아는 듯 과감하게 편집한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너무 보여 준 게 없어서 안타깝긴 했지만 더 보여 주는 게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짧게 보여 준 게 그나마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데뷔 직후 2010년대부터 그야말로 열일하며 수많은 영화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는 배우 애덤 드라이버, 그동안 거장의 작품과 독립영화와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장르에 가리지 않고 나와 '믿을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영화 보는 눈도 탁월했다. 그런데 <65>는 작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화이트 노이즈>와 더불어 그의 필모 최악으로 남을 것 같다. <65>를 비롯해 어떤 영화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하는 애덤, 이제 영화 고르는 안목을 더 기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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