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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파인 다이닝 셰프의 완벽하고 섬뜩한 계획이란? <더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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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더 메뉴>

 

영화 <더 메뉴>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 외딴 섬의 특별한 레스토랑에 12명의 손님이 초대 받는다. 초대는 받았지만 공짜는 아니고 1인당 거금 1250달러를 들여야 한다. 돈만 있다고 아무나 갈 수 없기에 초대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고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될까? 젊은 커플 타일러와 마고는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래서 마고는 예정에 없던 예약자이지만, 외딴 섬으로 향한다.

외딴 섬엔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레스토랑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 들어서는 손님 일행, 마고는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은 듯 배가 떠날 때와 레스토랑 문이 닫힐 때 뒤를 돌아본다. 레스토랑 안은 크지 않지만, 홀의 바깥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통창이 있어서 탁 트인 맛이 있다. 반면 홀의 안쪽으로는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수많은 요리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요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그곳에 셰프 줄리언 슬로윅이 있다.

슬로윅은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가히 완벽한 코스를 내놓기 시작한다. 타일러와 마고 커플을 비롯해 단골인 중년 부부, 슬로윅을 유명하게 만든 음식 평론가와 편집자, 전성기가 지난 유명 배우와 애인, 사업 파트너들이 각자의 테이블에서 따로 또 같이 얘기를 나눈다. 물론 음식에 관한 얘기도 오간다.

하나둘 요리가 이어지는데, 빵 요리에 빵이 안 나오질 않나 부주방장이 나오더니 요리의 일환이랍시고 자살하지 않나…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손님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파인 다이닝을 둘러싼 이미지들

 

파인 다이닝, 비싼 식당에서 질 좋은 음식이 격식을 갖춰 제공되는 식사 양식을 가리킨다. 패스트 푸드의 반대 개념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심각하게 들어가면 음식으로 계급을 나누는 방식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MBC 드라마 <파스타>의 최현욱 셰프가 대중적으로 각인된 파인 다이닝 셰프의 전형이라 할 만한데, 실제로도 고유의 확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영화 <더 메뉴>는 파인 다이닝을 둘러싼 이미지들을 가져와 다양하게 풀어놓는다. 완벽주의자이자 코스 요리가 오가는 중에는 왕이자 독재자로 군림하는 셰프와 돈 주고 왔으니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손님들이 대치한다. 와중에 셰프의 믿기 힘든 저의가 드러나고 손님들은 셰프의 저의에 대항한다. 하지만 손님들을 이루는 인간군상의 민낯이 드러나며 서사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화려한 파인 다이닝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화려한 외향을 자랑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감독과 제작 그리고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앙투라지> <왕좌의 게임> <석세션> 등으로 유명한 ‘마크 미로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SNL 출신으로 <빅 쇼트> <바이스> <돈 룩 업> 등으로 유명한 ‘애덤 맥케이’가 제작에 참여했다. 그리고 랄프 파인스,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라스 홀트 등이 주연이다. 이들이 펼치는 한바탕 블랙 코미디 스릴러 학살극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 않겠는가.

 

셰프의 완벽한 계획

 

영화 <더 메뉴>는 크게 두 방향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레스토랑 주인이자 코스 요리 독재자인 셰프 줄리언 슬로윅의 '완벽한' 계획이 하나다. 주지했듯 외딴 섬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을 주고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뽑혔다.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없으니 뭐라도 된 듯한 뿌듯함이 들겠지만, 생각해 보면 주최측에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은 슬로윅이 계획한 거대하고 완벽한 코스 요리의 일부다. 엽기적이기 이를 데 없으나, 그는 음식을 음식답게 즐기지 않는 이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더 이상 요리를 요리답게 만들지 못하게 된 자신도 함께 처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음식다운 건 그리고 요리다운 건 뭘까. 

 

맛있기보다 아름다운 요리, 즐기기보다 분석하는 데 용이한 요리, 먹는 것보다 감상하기에 적합한 요리에 최적화되어 뭇 평론가와 미식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유명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줄리언 슬로윅에겐 더 이상 음식을 음식답게 먹는 손님이 찾아들지 않고 그 또한 더 이상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 그에게 음식 그리고 요리는 그저 눈앞에 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 음식을 먹고 싶은 손님에게 그저 최선을 다해 요리를 대접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 

 

음식과 요리로 보는 계급

 

영화를 읽는 다른 한 방향은 '계급'이다. 음식과 요리로 나눌 수 있는데, 거기엔 '돈'이 자리잡고 있다. 가격이 1250달러라고 하니 마고가 "롤렉스라도 먹는 거냐"라고 말할 때 타일러는 무심하게 요리를 느껴보라고 한다. 슬로윅에게도 돈은 물론 명성도 없던 열정 하나로 요리에 매달릴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자신도 모르게 또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돈과 명성을 좇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연코 이 영화의 명장면인 극후반부 마고와 슬로윅의 면대면에선 몇 시간 동안 슬로윅과 일급 요리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요리는 입에도 대지 않다가 제대로 된 진짜 '치즈버거'를 주문하니 슬로윅이 웃음을 띄며 직접 정성껏 만들어 대접한다. 거기엔 계급이니 돈이니 명성이니 하는 잡스러운 것들이 끼어들지 않고, 오롯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손님과 정성껏 대접하려는 요리사가 있을 뿐이다. 먹는 손님도 대접한 요리사도 행복해 보인다. 

 

그렇다, 영화는 '마고'라는 캐릭터 그러니까 슬로윅이 완벽하게 구상한 계획에서 유일하게 틀어진 손님을 통해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돈 많고 허영심으로 가득 찬 천박한 것들은 다 죽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살려 줄 만하다고 말이다. 그들이 그나마 세상에 온기와 낭만을 전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상당히 위험한 이분법적 갈라치기인데, 블랙 코미디 장르이기에 은근슬쩍 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더 메뉴>는 재밌다. 닫히고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얽히고설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으니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한다. 그리고 쫄깃하다. 코스 요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옥죄는 듯한 느낌이 가히 일품이다. 그리고 위험하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면 알수록 고개를 젓게 될 것이다. 부정이 아니라 탄식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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