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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청춘 그리고 돈과 계급에 관한 처연한 자화상 <그 겨울,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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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그 겨울, 나는>

 

영화 <그 겨울, 나는> 포스터. ⓒ(주)더쿱디스트리뷰션

 

문대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 경학과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혜진은 몰래 동거 중이다. 정확히 말해 경학이 혜진의 집에 얹혀 산다. 둘은 언젠가 다가올 좋은 날을 위해 서로 보듬어 주니, 보기가 좋다. 청춘이라는 인생의 봄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순간에 상황이 역변한다. 경학의 엄마가 경학의 이름으로 2천만 원을 대출받곤 종적을 감춰 버린 것이다. 아빠는 갚을 능력이 없고 친척을 찾아가 봐도 돈이 없다고 한다. 꼼짝없이 경학이 갚아야 할 상황, 결국 그는 경찰공무원 준비를 유예하고 배달일을 하며 돈을 벌기로 한다.

 

한편 혜진은 원하던 관광공사에 떨어지고 중소기업에 들어간다. 처음엔 단순 노동도 해야 했지만 곧 훌륭하게 발표도 하면서 인정받는다. 하지만 바뀐 환경, 힘든 초년생, 서로 자기를 위해 줬으면 하는 마음과 툭툭 튀어 나오는 모진 말이 쌓이면서 견고했던 경학과 혜진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갑자기 인생의 겨울이 닥친 것 같다. 경학과 혜진의 앞날은 어떨까?

 

청춘 그리고 돈, 계급

 

청춘 그리고 돈, 계급(또는 신분)까지 다룬 독립영화들이 최근 들어 많이 보인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해자가 되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 부조리를 보여 주려 했는데 말이다. 청춘을 다루더라도 ’N포 세대‘로서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 주는 정도였다. 2020년대 들어 달라진 모양새다. 새로운 ‘대세’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 <그 겨울, 나는>은 다분히 로맨스적인 제목에 비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청춘의 현실이 중심을 이룬다. 공시생과 취준생이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사랑을 꽃 피운 청춘 커플에게 닥쳐온 남자친구의 돈 문제는 파국을 암시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여자친구가 취업을 하니 계급 아닌 계급의 모양새를 띠게 되는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살아 보려는데 결과는 첩첩산중.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신고한 오성호 감독은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엘리트 코스라고 할 만한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그는 9년 동안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고 10여 개의 단편을 연출하며 장편 데뷔의 꿈을 꿨다. 극중 경학의 캐릭터가 그의 실제 경험에서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환경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가

 

<그 겨울, 나는>은 다분히 환경수용적이라 수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학과 혜진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 때문에 사람이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학의 경우 일터에서도 혜진에게도 친구에게도 상당히 모질어진다. 원래 그런 친구가 아닌데 말이다. 환경이 변하니 따라 변해 버렸다.

환경이 변해도 자기를 지키려 하는 게 인간이다. 환경과 자기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고민하고 밀고 나가기도 하며 타협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학은 과도하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적응을 잘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한편 더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가 처한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다를 수 있을까? 자기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게 말처럼 쉬울까?

어려울 것이다, 너무나도 어려울 것이다. 매순간 흔들리고 매일같이 주저앉아 펑펑 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주저앉지 않고 어떡하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경학이 대단해 보인다. 환경수용적이고 수동적인 건 아니러니하게 경학의 ‘능동’적인 선택인 것이다. 경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처연하고 스산한 청춘의 자화상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차갑다. 겨울을 배경으로 해서 물리적으로 차가울 수밖에 없는 것도 그렇지만, 감독이 영화로 보여 주려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을 굉장히 차갑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돈'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불확실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사랑' 하나로 이어졌던 커플이 돈 때문에 끊어져 버릴 위기에 처하니 말이다. 

 

고통은 혼자보다 둘이 함께 헤쳐나가는 게 수월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면서도 정작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혼자가 편한 걸까?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걸까? 이기적이게 되는 걸까? 경학과 혜진 커플의 상황을 달리 상상해 보면, 즉 경학에게 돈 문제가 들이닥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사귀고 있을까? 영화는, 감독은 그렇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비단 청춘만의 일이 아니기에 더 스산하다. 

 

그렇다, <그 겨울, 나는>은 청춘 로맨스의 탈을 쓴 청춘 호러다. 피와 살점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비명이 오디오를 점령하는 게 호러가 아니다. 극중 인물에 이입해 전신에 소름이 끼치면 그게 호러다. 오성호 감독의 의중엔 로맨스와 호러가 다 있었을 거라 짐작된다. 앞서 말한 이 영화의 세 키워드가 뭔가? 청춘 그리고 돈과 계급(신분)이 아닌가. 인생의 싱그러운 봄날 같은 청춘에 돈과 계급이 웬 말인가? 이게 호러가 아니고 뭔가? 차마 그들을 응원한다고 말하기조차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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